나의 이야기

2018. 2. 8. 공짜가 진짜

아~ 네모네! 2018. 5. 25. 13:07

공짜가 진짜

아 네모네 이현숙

   세상에는 공짜가 많다. 공기, , 햇빛은 값없이 맘껏 먹고 마시고 쬘 수 있다. 아니 이건 옛말인지도 모른다. 오지의 신선한 공기를 담아다가 파는 일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중국 황룡에 갔을 때 곳곳에 압축된 산소를 파는 가게가 있었다. 원체 높은 곳이라 곤도라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땅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순간 지진이 났나? 생각했는데 갑자기 고소에 내리니 산소가 부족해서 생긴 어지럼증이었다. 느릿느릿 걸어 다녀도 숨이 가쁘고, 올라갔다 내려오니 골이 깨지듯 아팠다. 이런 곳이니 곳곳에 작은 가게 같은 것이 있고 산소통을 팔고 있었다. 이건 특별한 상황이고 일반적으로 공기는 공짜다. 누구나 평등하게 맘껏 마실 수 있다.

   물도 예전에는 우물물을 마음껏 퍼 마셨다. 지금도 약수터에 가서 물을 공짜로 길어다 먹는다. 시에서는 정기적으로 수질 검사를 하고 검사 표를 붙여놓는다. 수질이 안 좋으면 음용 부적합이라고 빨간 글씨로 커다랗게 써 붙인다. 하지만 약수물을 떠다 먹는 사람보다는 생수를 사먹는 사람이 더 많다. 이젠 먹는 물도 공짜가 아니다.

   햇빛은 또 어떤가? 벌판에 나가 맘껏 햇볕을 쬘 수 있어 공짜 같이 생각된다. 하지만 고층 빌딩이 많아지면서 일조권을 침해받았다고 소송을 제기하면 피해보상을 해줘야하니 햇볕도 공짜가 아니다. 이런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햇볕은 여전히 공짜다.

   우린 공짜라고 하면 어쩐지 값어치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찌 보면 가장 소중한 것은 공짜가 아닌가 싶다. 공기를 사서 마셔야한다면 가난한 사람은 다 숨이 막혀 죽을 것이다. 수돗물도 값을 내야하긴 하지만 약수물처럼 공짜 물도 있다. 공기는 몇 분만 못 마셔도 죽음에 이르고 물은 며칠만 못 마시면 죽게 된다. 햇빛을 오래 받지 못하면 비타민 D가 생성되지 않아 뼈가 약해지고 골다공증에 걸린다.

   이렇게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 공짜니 얼마나 다행인가? 가장 값진 것이 가장 싼 이 세상은 참으로 살만한 곳이다. 금이나 은보다, 진주나 다이아몬드보다 값싼 공짜가 진짜다. 공기, , 햇빛이 보석처럼 비쌌다면 우리 같은 서민은 벌써 땅 속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어쩌면 글도 그런 게 아닐까? 어디선가 청탁을 받아서 쓰는 글은 그 쪽 의도에 맞춰서 써야하니 어쩔 수 없이 맘에 없는 소리도 하게 된다. 남의 비위를 맞추려면 내 생각과는 상반되는 글을 쓰게 될 수 있다. 하지만 파는 글이 아닌 공짜 글은 내가 생각하는 대로 쓸 수 있어서 진짜 글이 나오게 된다. 독자의 비위에 맞추려면 독자들이 좋아하는 글을 써야하지만 내 비위에 맞는 글은 내가 좋아하는 걸 쓸 수 있으니 부담이 없어서 좋다. 엉성한 글이라서 독자가 없는 게 내 형편이지만 앞으로는 가장 진짜 같은 공짜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