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8. 5. 22. 앙꼬 빠진 축하

아~ 네모네! 2018. 5. 25. 13:22

 

앙꼬 빠진 축하

- ‘이 없는 글 -

이현숙


  올해 내 나이 칠십이다. 칠순이라고 열흘 전에 친정 동생들과 딸네 가족이 같이 식사도 하고 케익도 자르고 꽃다발도 받았다. 생일 축하 노래도 하고 축하비도 받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칠순 전날은 옆 지기가 칠순 축하한다고 외식을 하자고 하여 중국집에 가서 저녁식사를 했다.

   당일 날 오전에는 안사돈이 같이 사는 큰딸을 대동하여 떡 한 상자와 겉절이 한 통, 더덕과 손수 가꾼 채소까지 한 보따리 지고 왔다. 아들네는 LA에 사니 올 수가 없어 카톡으로 생일 축하를 한다. 저녁에는 약속이 있어 떡을 잔뜩 싸가지고 가서 나누어 주고 축하주도 받았다. 완벽한 하루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튿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약간 허전하다. 왜 그런가 생각하니 손자의 축하가 빠졌다. 작년에 할아버지 칠순 때는 영상 통화를 하여 손자의 생일 축하 노래를 들었는데 이번에는 시간이 나지 않았는지 아들 내외의 축하 글과 이콘 뿐이다. 사실 그곳과 시차가 커서 통화하기가 아주 어렵다

  손자는 유치원에 다니고, 아들 내외는 공부하랴 알바 하랴 어지간해서는 시간 내는 게 여의치 않다. 이론적로는 다 이해가 되는데 어딘가 한 구석이 뻥 뚫린 듯 허전하다. 찐빵에서 앙꼬가 빠진 것 같다.

   인간은 어째 가지고 있는 것은 보지 않고 굳이 안 가진 것을 바라보는 것일까? 다른 이들의 축하는 다 잊어버리고 겨우 손자 하나의 축하가 빠졌다고 아쉬워하는 내 꼴이 우습다. 없는 것 보다 있는 것이 수두룩한데 없는 것을 생각하니 항상 속이 가난하다. 허기가 진다. 언제나 나보다 잘 난 이들이 보이고, 나보다 잘 사는 이들이 눈에 띤다. 눈높이를 약간 낮추어 나보다 어려운 이들을 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속에서도 행복하고 즐겁게 사는 이들이 도처에 있다. 현재 가진 것을 바라보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