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8. 7. 26. 진짜 할머니

아~ 네모네! 2018. 8. 11. 14:10

진짜 할머니

아 네모네 이현숙

 

   우리 아이들은 할머니가 셋이다. 외할머니, 친할머니, 그리고 키워준 할머니다. 이 할머니는 우리 딸이 태어나기 한 달 전에 우리 집에 왔다. 미리 와서 기저귀며 배냇저고리 등을 미리 사다가 빨고 삶아서 햇빛에 소독하며 아기가 태어나기를 기다렸다.

   딸이 태어나자 자기 손녀처럼 지극 정성으로 키웠다. 입이 짧아 밥을 잘 안 먹으면 일일이 떠먹였다. 내가 그러지 말고 내버려두라고 해도 차마 그러지를 못했다.

   딸이 초등학교 입학하자 학교 갈 때는 얼른 신발을 바로 놓아주고 가방이 무겁다고 자기가 학교까지 들고 갔다. 하교할 때쯤 되면 우리 아들과 둘이 교문 앞에 가 있다가 딸이 나오면 또 얼른 가방을 들고 왔다.

   11년 동안 우리 아이들을 키워주고 나이가 많아져 친 딸네 집으로 갔는데 그 때 우리 아들은 아홉 살이었다. 매년 아들 생일이 돌아오면 수수를 사다가 씻고 불려서 방앗간에 가서 가루로 만든 다음 찌고 절구에 넣고 치대서 수수팥떡을 만들어줬다. 열 살까지 해줘야 좋다는데 다 못해 줬다고 열 살 되는 해 생일이 되자 또 수수팥떡을 만들어가지고 우리 집으로 왔다.

   동네 사람들도, 소아과 의사도 이 할머니가 우리 아이들의 친할머니인 줄 알았다. 우리 딸은 이 할머니가 세상에서 제일 좋고 다음이 엄마라고 했다.

   우리 아이들은 나의 친정엄마는 외할머니, 시어머니는 대전할머니라고 불렀다. 오직 이 할머니만 아무 접두어가 붙지 않는 그냥 할머니라고 부른다. 우리 아이들에게 진짜 할머니는 이 할머니뿐이다. 난 우리 아이들이 참 복이 많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전생에서 우리 아이들의 진짜 할머니가 아니었을까?

   지금은 돌아가셔서 다시 볼 수 없지만 내가 마음 편히 직장 생활 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이 할머니 덕이다. 지금도 하늘나라에서도 우리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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