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7. 8. 6. 천태만상 여행 스케치

아~ 네모네! 2017. 9. 24. 15:49

천태만상 여행 스케치

아 네모네 이현숙

   중앙아시아 여행을 가려고 인천공항에 모였다. 못 간다던 양숙씨가 깜짝 등장했다. 모두들 반갑게 인사한 후 양숙씨가 한 마디 한다. 이번 여행 다녀오라고 남편이 500만원을 주었다는 것이다. 제주도에서 키위 농장을 경영하는 양숙씨는 재력이 빵빵하다. 이 소리를 듣더니 너도 나도 한 마디씩 거든다.

키위 팔아서 수천만 원씩 따로 챙기면서 여행 경비를 따로 받냐?”

이 말을 듣자마자 나도 한 마디 했다.

아니 난 남편이 생활비 내놓고 가라고 해서 하루에 만 원씩 쳐서 20만원 주고 왔는데~”

이런 나를 불쌍히 여겨줄 줄 알고 회중을 돌아보니 그게 아니다.

자기는 800만원 쓰면서 겨우 20만원 주고 오냐? 애들 껌 값도 아니고~”

말 한마디 잘못 꺼냈다가 본전도 못 건졌다.

   첫 번째 일정은 카자흐스탄 메데우 침블락에 있는 탈카르봉 등산이다. 3500미터 정상에 오른 후 하산하다가 우리의 리더 원장님이 발을 삐었다. 중간 지점에 있는 곤도라 정류장에서 식사를 했는데 늦게 도착한 원장님 발목이 시퍼렇게 변하고 퉁퉁 부었다. 너도나도 파스를 꺼내주고 진통제를 꺼내 대충 치료를 했다. 하지만 치료를 제대로 못 받아 여행 내내 쌍지팡이를 짚고 절뚝이며 걸어 다녔다.

   원장님은 여행 오기 전에 점쟁이에게 갔더니 이번 여행을 안 가는 게 좋겠다고 하더란다. 그런데 본인이 기획하고 인솔하는 여행이라 안 올 수 없어서 왔더니 첫날부터 사고가 났다고 한탄한다.

   카자흐스탄에서 우즈베키스탄으로 넘어오는 날은 버스가 국경까지 올 수 없다고 하여 다섯 대의 택시에 나눠 타고 타쉬켄트까지 8시간 이동했다. 다른 택시는 다 무사히 잘 왔는데 원장님이 탄 택시가 중앙선을 들이받고 말았다. 다행히 사람은 무사하고 앞바퀴와 뒷바퀴가 망가져 바퀴 두 개를 갈아 끼우고 늦게 도착했다. 점쟁이가 써 준 부적을 몸에 지니고 있어 그나마 다치지 않았다고 한다. 모두들 그 점쟁이 기막히다고 서울 가면 찾아가 봐야겠다고 한다.

 

   다사다난했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순희씨가 핸드폰을 켜더니 시집 간 딸이 메시지를 보냈단다. 김치찌개 끓여 놨으니 자기 집에 와서 식사하고 가란다. 오잉? 우리 딸은 이런 생각할 줄 모르는데? 내가 딸을 잘못 키웠나? 하는 생각이 스친다.

   집에 와보니 웬 선풍기가 있다. 우리는 내가 선풍기 바람을 싫어해서 에어컨이고 선풍기고 사본 적이 없다. 그런데 시집 간 딸이 날도 더운데 아빠 혼자 더위에 고생한다고 선풍기를 사서 택배로 보냈단다. 내심 우리 딸도 괜찮네. 효녀 심청이가 아니고 효녀 김청이로군.’ 했다.

 

   인생은 한 번의 여행이다. 이런 길로 가는 사람도 있고 저런 길로 가는 사람도 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이나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이나 살아갈 때는 하늘과 땅처럼 엄청난 차이가 느껴지지만 종착점에 가보면 플러스, 마이너스 합쳐서 제로가 된다. 남들 보기에는 오만 가지 복을 타고 나서 아무 걱정 없을 것 같은 사람도 속을 들여다보면 더 큰 괴로움이 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모두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니 제로에서 출발하여 제로에서 끝나는 제로 인생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