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7. 7. 3. 이것이냐 저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아~ 네모네! 2017. 7. 9. 18:33

이것이냐 저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아 네모네 이현숙

   손자가 세 살 쯤 됐을 때 홈플러스에 장난감을 사러 갔다. 손자는 두 가지가 갖고 싶어 두 개를 고르려 한다. 아들이 안 돼. 한 가지만 골라.”하니까 한참 고민하다가 하나를 골라 계산대로 가다가 다시 돌아선다. 다른 것을 사겠다는 것이다. 다시 가서 다른 걸 사가지고 집에 갔다. 그런데 집에 가서 한참 울었다는 것이다. 먼저 것을 살 걸 그랬다고 후회하면서 말이다.

   나는 두 개 다 사주지 그러냐고 했더니 안 된다는 것이다. 부모가 돈도 못 버는데 그렇게 원하는 대로 다 사주면 나중에 감당이 안 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긴 한데 그래도 나는 마음이 짠하다.

   외식할 때마다 이걸 먹을까 저걸 먹을까 고민한다. 옷을 살 때나 구두를 살 때도 이걸 살까 저걸 살까 망설인다. 해외여행을 가려고 짐을 다 싸고 막상 떠날 날이 되면 이거 괜히 간다고 했나 생각한다. 매사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결혼을 앞두고 이거 정말 큰 실수를 하는 게 아닌가 은근히 겁이 난다. 아기를 임신했을 때는 공연히 애를 가져 이 아이가 이토록 험한 세상에 나와 수 십 년 고생하게 만드는 게 과연 잘 하는 짓인가 고민이 된다.

   사람은 매일매일 살아가면서 매 순간마다 선택의 기로에 선다. 처음에는 한 끝 차이가 나중에는 천리만리 멀어질 수 있다. 아이들이라고 이런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삶이란 선택의 연속이고 고민의 연속이다. 아니 삶이 곧 선택이고 삶이 곧 고민이다.

   큰 사람은 큰 고민을 하고 작은 사람은 작은 고민을 한다. 천하의 재벌도 고민 속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남들이 보면 아무 걱정 없게 보이는 사람도 속을 들여다보면 다 고민이 있다. 옛날 노인들은 한 가지 걱정 없는 사람은 없는데 그중에 가장 작은 걱정은 돈 없는 걱정이다.’라고 한다. 살아볼수록 이 말이 맞는 것 같다. 건강을 잃어보면 건강이 가장 큰 고민이고 자녀가 잘 안 되면 이게 더 큰 고민인 것 같다. 돈이 부족하면 남이 꿔줄 수도 있지만 건강이나 자녀 문제는 누가 도와 줄 수도 없다.

   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 매일매일 고민하고 그 때 그 길로 갔으면 더 나은 삶을 살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보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간다 해도 역시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그 상황에서는 그게 최선이었으니 말이다.

   타이타닉이란 영화를 봤다. 1912년 북대서양의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당시 꿈의 배라고 불렸던 타이타닉 호가 발견되면서 오랫동안 감춰져 있던 비극적인 스토리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17세기 엄격한 사회 질서에 숨 막혀 하던 미국 상류층 여인 로즈(케이트 윈슬렛)는 사교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머니와 권위적인 재벌 귀족인 약혼자와 함께 미국으로 가는 타이타닉 호’ 1등실에 승선한다. 배가 출발하기 전 부두의 선술집에서 도박으로 운 좋게 타이타닉호’ 3등실 티켓을 얻은 가난한 화가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아슬아슬하게 배에 승선한다.

   잭은 갑판에서 우연히 바다로 몸을 던지려 하는 로즈를 발견하고 재치 있는 언변과 진심어린 행동으로 그녀의 생명을 구한다. 이것을 계기로 해서 잭은 1등실의 저녁식사에 초대받게 되고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이후 이들의 금지된 사랑은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달음질치게 되고 이것은 타이타닉호의 침몰조차 갈라놓을 수 없었던 세기의 로맨스가 된다.

   총 2,223명이 올라탄 타이타닉호는 아일랜드 퀸즈랜드를 떠나 전속력을 다해 뉴욕으로 향했다. 그러나 항로에 빙산이 발견됐다는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타이타닉호는 414일 밤 떠내려온 빙산과 운명의 충돌을 하게 된다. 처녀항해를 나선지 채 닷새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415일 새벽 타이타닉호는 둘로 갈라져 북대서양 차가운 바닷속으로 침몰한다.

   차디찬 바다에서 고무튜브 하나에 매달린 로즈와 잭은 가라앉을 지경이 되었다. 결국 로즈만 튜브 위에 올라가고 잭은 물속에 들어있는 상태로 버티다가 잭은 저체온 증을 견디지 못하여 손을 놓고 물속으로 사라져 간다. 자신의 목숨을 버려 사랑하는 여인을 살리려는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에 가슴이 저려왔다. 그가 도박에서 이기지 않았다면, 아니 이겼어도 타이타닉 호를 타지 않았다면 이런 죽음은 없었을 것이다.

   자동차 운전할 때 보면 항상 옆의 차선이 더 잘 가는 것 같고 내가 선 차선이 가장 느린 것 같다. 그래서 차선을 바꿔보면 역시 마찬가지다. 그저 내가 가는 이 길이 가장 좋은 길이고 내가 선택한 이 삶이 최상의 삶이라고 생각하면 그게 가장 행복된 삶이 아닐까?

   내가 저 차선으로 갔으면 사고 났을 거야, 그 때 그 걸 선택했으면 요절했을 지도 몰라. 이렇게 생각하는 게 정신 건강상 참 좋은 듯하다. 옛 말씀에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고 하지 않았느냐 말아다.

   앞으로는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과감하게 선택하고 이게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믿기로 했다. 어차피 이리 가나 저리 가나 종착점은 같다.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 꽃길만 걸은 사람과 흙 수저를 물고 태어나 가시밭길을 걸어온 사람에게 죽음은 똑같이 다가온다. 어찌 보면 너무도 공평하고 천만다행이다. 사는 동안은 하늘과 땅 같은 삶을 살았어도 마지막 순간에 모두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모든 인류에게 한없는 위로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