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2017. 4. 12. 하와이 기행문 4 (오하우섬)

아~ 네모네! 2017. 5. 5. 22:53

오하우 1 ( 412)


- 팀과 보니 -

   아침에 일어나 이틀 동안 머물던 숙소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아담한 마당과 깔끔한 집이 마음에 들었다. 마당에는 차가 비에 젖지 않게 주차장도 있다.


  다시 섬을 가로질러 코나로 향했다. 과연 코나 쪽으로 오니 날씨가 쾌청하다. 코나 공항을 출발하여 오하우섬 호놀룰루 공항에 내려 한인 마켓으로 갔다. 팔라마 수퍼라는 곳에서 또 김치, 깍두기를 샀다.

   우선 숙소로 가서 짐을 풀었다. 부부가 사는 집에 민박을 했는데 우리가 근처에서 두리번거리자 주인 남자가 집 앞에 나와 반긴다. 차에서 내리자 주인 여자도 나와 반기며 남편 이름은 팀, 자기 이름은 보니라고 한다. 보니 하니를 기억하니 외우기 쉽다. 우릴 보자마자 씨스터냐고 묻는다. 첫 눈에 보아도 우리가 자매같이 보이나보다. 마당에는 꽃이 가득 떨어져 있다. 하나씩 주워서 이걸 귀에 꽂고 사진을 찍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아늑하고 내 집에 온 듯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이 집에는 강아지 두 마리가 있는데 하나는 엄마고 하나는 딸이라고 한다. 이 녀석들이 이 방 저 방 제 집 드나들 듯한다. 하긴 우리가 손님이고 자기가 주인 식구니까 맞기는 맞다.

 

- 용진 샘 -

   민박집에 짐을 풀고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던 용진 샘 집으로 갔다. 그녀는 하와이로 이민 온 지 6년 되었다. 네비에 주소를 찍고 찾아가니 용진 샘이 아파트 문 밖에 나와 있다가 우릴 보자 달려와 목걸이를 걸어준다.

   3층에 있는 방으로 가니 온갖 장식품이 가득하다. 친구가 준 것들이라고 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전망도 기막히게 아름답다. 하와이 생활에 만족한 것 같다. 벽에는 부엉이 그림도 있고 소파도 아름답게 장식했다.


   식탁에는 김밥과 팥죽, 단호박, 마늘, 무말랭이를 미리 차려놓고 어서 먹으라고 한다. 우리는 이렇게 초대 받아 가면서 아무 것도 준비하지 못해 무척 미안했다.

   저녁을 먹고 나오려니 선물이라고 초콜렛도 주고, 자기가 주은 망고도 준다. 한국에서도 그저 남들에게 끊임없이 베풀며 살더니 여기서도 여전하다. 내일은 함께 쿨리오우오우 트레일을 걷기로 했다.

아파트를 나와 출발하려는데 차에 전조등이 들어오지 않는다. 섬을 옮길 때마다 차를 새로 렌트해야하니 사용법을 익힐 만하면 바꾸게 된다. 제부가 이것저것 만져도 불이 들어오지 않자 용진 샘 얼른 들어가라고 가다가 카센터에 들르겠다고 했다. 아파트 출입구로 나오는데 한 남자가 라이트를 켜라고 한다. 어떻게 켜느냐고 했더니 다가와서 직접 켜준다. 참 이곳 사람들은 친절하기도 하다.

 

오하우 2 ( 413)

- 다이아몬드 헤드 -

   오늘은 오하우섬에서 유명한 트레일인 다이아몬드 헤드에 오르기로 했다. 거기서 일출을 보려고 일찍 출발했지만 가는 도중 해가 떠서 길옆에서 일출을 보았다.


   다이아몬드 헤드 주차장에 이르자 벌써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사람도 있다. 주차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지그재그로 된 길을 올라가는 사람들이 개미행렬처럼 보인다. 어느 정도 올라가니 호놀룰루 시내의 고층빌딩이 보인다.


   굴속을 통과하여 정상에 올랐다가 옆의 능선으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서의 전망도 시원하기 그지없다.


   8시 반에 주차장에서 용진 샘과 그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보이지 않는다. 문자를 보냈더니 버스 정류장으로 내려오란다. 차를 끌고 내려오니 친구와 둘이 기다리고 있다.

   여섯 명이 차를 타고 쿨리오우오우 트레일 헤드로 갔다. 이 트레일은 관광객에게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란다. 과연 사람도 별로 없고 한적한 것이 동네 뒷동산에 오르는 것 같다.

   산의 나무들이 어찌나 건강하고 싱싱한지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듯하다.


   정상 가까이 가자 하늘이 열리며 멀리 코코헤드가 보인다. 내일 가기로 한 하나우마 베이도 손에 잡힐 듯하다.


   정상에 오르자 평평한 공간이 나타나고 태평양의 푸른 바다가 발아래 펼쳐진다. 우리는 이 기막힌 전경에 감탄하며 날아가는 새를 흉내 내면서 사진을 찍었다.


   이것도 부족하여 유치원 어린이처럼 쁘잉쁘잉 흉내도 내며 또 찍었다.


   내려오다가 쉼터에서 간단히 간식을 먹었다. 쉼터 벽에는 온갖 낙서들이 있었는데 낙서도 예술이다.


   트레킹을 마치고 알라모아나 쇼핑센터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여러 가지 짬뽕이 있었는데 국물 맛이 끝내줬다. 후드코트도 쇼핑몰도 어마어마하게 커서 한 번 들어가면 빠져 나오지도 못하겠다.

알라모아나 해변에 가니 시원한 남국 정취가 느껴진다. 해변에는 바오밥나무가 있었는데 여자들 네 명이 둘러서도 넉넉하였다.


   여기도 반얀트리가 있었는데 또 세 자매가 나무줄기에서 폼을 잡았다.


   용진샘과 친구는 더 놀다간다고 하여 우리만 알라모아나 쇼핑센터로 돌아와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식힌 후 와이키키 해변으로 갔다. 와이키키 해변은 유명세에 걸맞게 사람들이 바글바글하였다. 4번 동생은 여기서도 뛰어난 점프력을 과시하며 백사장에서 높이뛰기를 하였다.


   한 호텔 카페에서는 마침 하와이 전통춤을 추고 있었는데 얼굴도 미스 유니버스 뺨치게 예쁘고 훌라춤을 추는 모습도 나긋나긋하니 혼을 빼게 아름답다.


   4번 동생 친구 영실이 부부도 마침 이곳에 관광을 왔다고 하여 같이 만나서 우리의 숙소로 갔다. 소고기도 굽고, 연어회도 먹으며 와인으로 만찬을 즐겼다. 영실이는 학교 다닐 때도 그렇게 예쁘더니 환갑이 지난 지금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얼굴도 예쁜데다 음식도 잘하고 성격도 나긋나긋하니 이만한 아내는 도시락 싸가지고 다녀도 얻지 못할 것이다. 이런 아내를 둔 사람은 아마도 전생에 지구를 구했을 것이다.


오하우 3 ( 414)

- 하나우마베이 -

   아침에 주방으로 가니 한쪽 벽에 사진이 가득하다. 마침 주인 남자 팀이 오기에 손자 사진이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핸섬 보이라고 했더니 신이 나서 이건 자기 딸이고, 이건 아들이고 손자는 딸의 아이라고 하며 산디에고에 산다고 한다. 손자 얘기만 나오면 만면에 웃음이 피어나고 엔돌핀이 팍 팍 솟는 것은 만국 공통인가보다.


   사진 밑에는 손자 프레드릭의 손바닥 찍은 것 까지 붙여 놨다. 2014년에 찍은 거니까 그새 많이 컸겠다. 나도 클레어몬트에 사는 손자 이안이 생각이 떠올랐지만 가방끈이 짧은 관계로 영어가 서툴러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침 식사 후 스노쿨링 장소로 유명하다는 하나우마베이로 갔다. 1인당 입장료가 7.5달러다. 안으로 들어가면 비디오를 보며 사전교육을 한다.

   교육이 끝난 후 해변으로 가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우리도 민박집에서 빌려온 스노쿨링 장비를 착용하고 산호초 가까이 가니 온갖 열대어들이 유연하게 맵시를 뽐내며 다니고 있다. 열대지방은 식물도 화려한데 동물들도 유난히 화려하다. 강렬한 햇볕 때문일까?


   한참 동안 물속을 들여다보다가 모래사장으로 나와서 가지고 온 간식으로 배를 채우고 샤워를 했다. 샤워는 비누를 사용하지 못하므로 물만 끼얹어야한다. 화장실에는 탈의실이 따로 설치되어 있어 여기서 젖은 옷을 갈아입으면 된다.


- 마카푸 트레일 -

   집으로 오다가 마카푸 트레일을 걸었다. 작열하는 태양아래 아스팔트길을 걸으려니 골이 핑핑 돈다. 그래도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기막히다. 앞에는 작은 섬도 떠 있어 평화로움이 묻어난다.


   집에 돌아와 잠시 쉬며 점심도 먹고 스노쿨링 하느라 젖은 옷들을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 우리가 집으로 들어오는 기색만 있으면 강아지가 달려온다. 강아지는 특히 제부가 맘에 드는지 제부만 보면 바짝 붙어 앉아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보니가 제부와 얘기하다가 우리가 오후에 섬 북쪽 끝에 갈 거라고 하니 너무 일정을 무리하게 짰다고 크레이지?” 하며 놀라더란다. 하긴 이건 여행이 아니라 무슨 유격훈련 같다.

 

- 카일루아 비치 -

   오바마 대통령이 하와이에 왔을 때 들렀다던 카일루아 비치에 갔다. 과연 미국 대통령이 찾을 만큼 아름다운 해변이다.


     조금 더 가니 쿠알로아비치에 모콜리이란 섬이 있는데 중국인 모자를 닮아서 모자섬이라고도 한다. 여기서는 모자를 붙잡고 사진을 찍었다. 하도 찍다보니 배경에 따라 포즈가 수시로 바뀐다.


   계속 북쪽으로 올라가 라이에 마을에서 바닷가로 가니 바위섬에 커다란 아치가 보인다. 우리는 아치를 만들며 사진을 찍어댔다.


   다시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집으로 오다가 새우트럭에서 새우 맛을 봐야한다고 지오바니 새우트럭을 찾아갔다. 인터넷에 나온 유명한 새우트럭이란다. 과연 사람들이 많아 줄을 길게 서고 트럭에는 손님들의 낙서로 빈틈이 없다.


   우리도 흔적을 남기고 싶어 동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트럭에 우리 이름을 썼다.


   백문이 불여일견이 아니고 백문이 불여일식이다. 맛을 보니 과연 세계적으로 이름이 날만큼 입에 짝 짝 달라붙는다. 순식간에 두 접시를 다 비웠다.


   그런데 먹는 동안 무릎 안쪽이 자꾸 가렵다. 벌레에 물렸나하고 그냥 차를 탔다. 거북이 해변에 가서 바지를 올려보니 온통 시뻘겋게 변했다. 5번 동생이 연고를 잔뜩 발라주었다. 그래도 가라앉을 줄 모른다. 집으로 가며 가만히 생각해보니 햇빛 알레르기 때문인 듯하다. 원래 햇빛 알레르기가 있는데 방심하고 스노쿨링할 때 물 위에 엎어져 햇볕을 쪼인 것이 문제다. 바지를 입고 놀 걸 하고 후회하지만 이미 때늦은 후회다.

 

오하우 4 ( 415)

-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네 -

   하와이를 떠나는 날이다. 방 정리를 하고 집 주위를 한 바퀴 돌며 구경했다. 뒤뜰에는 수영장이 있는데 한 번도 들어가 볼 겨를이 없었다. 우리가 수영장 구경을 하니 강아지가 앞장서서 뛰어간다. 또 제부 옆에 붙어서 졸졸 따라다닌다. 저도 암컷이라고 남자를 좋아하나보다.


   주인 남자 팀이 이런 모습을 보더니 강아지가 수영을 엄청 좋아한다고 한다. 안주인 보니에게 그동안 좋은 시간 보냈다고 감사하다고 했더니 자기도 감사하단다.

   집을 나와 조금 가는데 웬 풍선 장식이 보인다. 교회 앞인데 내일이 부활절이라 이런 장식을 한 것 같다. 우리가 내려서 사진을 찍으니 교회 앞에서 우릴 보고 들어오라고 한다. 우린 갈 길이 바빠 그냥 차에 올랐다.


   조금 더 가다가 4번 동생이 내 핸드폰이 어디 갔지? 한다. 아무래도 민박집에 두고 온 것 같다고 한다. 급히 차를 돌려 집으로 가는 길에 동생이 제부 보고 방에 들어가 찾아오라고 한다. 자기는 영어가 짧아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단다. 아무튼 적재적소에 잘도 부려먹는다. 제부는 군말 않고 방에 들어가 핸드폰을 찾아 들고 온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더니 똘똘이 4번 동생도 실수할 때가 있나보다.

 

- 누 우아누 팔리 전망대 -

   공항 쪽으로 가다가 바람산의 누 우아누 팔리 전망대에 들렀다. 팔리 전망대는 주변 경치도 좋지만 서글픈 사연이 있는 곳이다. 1795년 카메하메아가 와이키키에 상륙하여 전투를 벌였는데 여기까지 쫓겨 온 오하우 군대가 이 벼랑 끝까지 몰려 여기서 400명 이상이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 카메하메아는 결국 하와이 온 섬을 평정하고 통일 왕국의 초대왕이 되었다. 전투 상황을 그림으로 그렸는데 그 때의 절박한 상황이 가슴까지 밀려든다.


   특히 절벽에 매달려 사투를 벌이는 병사의 얼굴 표정이 가슴 아프다. 왜 인간은 이런 쓸데없는 일로 목숨 거는 것일까? 그냥 각자 농사지으며 편안히 살 수는 없는 것일까?


- 해피 이스타 -

   공항에 가니 여기도 부활절 축하 장식이 곳곳에 눈에 띤다. 내일이 부활절이라 모든 국민이 예수님 부활을 축하하는 듯하다.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다가 제부의 가방이 걸렸다. 아침에 가져온 김밥 때문이다. 검색원이 이것저것 뒤지다가 김밥이 나오니까 웃더란다. 우리 팀은 처음부터 끝까지 해먹는다. 매식은 카우아이섬에서 마우이섬으로 이동할 때 딱 한 번 했다. 안으로 들어와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하와이를 다시 한 번 바라보며 작별인사를 했다.

 

굿바이 하와이 ( 416)

- 사라진 하루 -

   호놀룰루 공항에서 15일 낮 12시 반에 비행기를 탔는데 인천 공항에 내리니 16일 저녁 5시 반이다. 날짜 변경선을 넘는 바람에 하루가 사라졌다. 하루라는 시간은 어찌 보면 애매하기 짝이 없다. 사람이 임의로 그어놓은 날짜 변경선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인천 공항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언뜻 밖을 보니 벚꽃이 만발이다. 아하~ 그새 봄이 무르익었구나 싶다. 3월말에 한국 떠날 때는 삭막한 겨울이었는데 계절이 얼마나 빠르게 지나가는지 피부로 느껴진다.

   이번 여행은 한 마디로 가랭이 찢어지는 여행이었다. TNT 여행팀을 따라다니려면 하도 럭셔리하게 다녀서 재력이 딸려 가랭이가 찢어지는데 동생팀은 가격은 저렴한데 체력이 딸려서 역시 가랭이 찢어진다.

   이거 너무 노는 거 아닌가? 평생 해외여행 한 번도 못 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러다가 벌 받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어차피 한 번 나온 세상인데 가랭이 찢어질 때 찢어지더라도 세상 구경 실컷 하다 가고 싶다. 그래야 마지막 눈 감을 때 구경 한 번 잘했네~“하며 미련 없이 떠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