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2017, 4. 4. 하와이 기행문 2 (마우이섬)

아~ 네모네! 2017. 5. 5. 21:26

마우이 1 ( 44)

 

 

 

- 트윈 폭포 -

   카우아이섬 리후에 공항을 떠나 마우이 공항에 와서 렌트카 회사에 들러 차를 끌고 나오는데 한글이 보인다. 일본말 옆에 한글로 고객의 운전 면허증을 보여주세요.’라고 쓰여 있다. 마우이에는 한국인들이 많이 오나보다. 서울마켓이란 한국 식품점에 들러 김치와 쌀, 오뎅, 오징어 볶음 등 한국음식을 잔뜩 샀다. 카우아이에는 한국 식품점이 없어 아쉬웠는데 오랜만에 한국음식을 보니 회가 동하여 마구 담았다.

   한국음식을 차에 가득 싣고 고향이라는 한국 음식점에 갔다. 사실 우리는 매일 밥을 해먹기 때문에 주야장창 한식을 먹는데도 한국 음식이 좋다. 4번 동생은 해외 갈 때마다 전기밥솥까지 가지고 간다. 서양 음식 먹으려면 어딘지 허전한 느낌이다.

   뱃속을 든든히 채우고 트윈폭포를 보러갔다. 폭포로 내려가는 입구에는 여러 가지 과일을 파는 트럭이 있다. 코코넛 열매를 사서 빨대를 네 개 꼽고 그 물을 들이켰다.

   한참 내려가니 폭포가 나타난다. 이름은 쌍둥이 폭포인데 하나밖에 안 보인다.

- 하나로 가는 길 -

   마우이섬은 마치 사람의 상반신 모양으로 생겼다. 서쪽은 머리통 모양이고 동쪽은 몸통 모양인데 동쪽 끝 해변에 하나라는 마을이 있다. 우리는 하나 근처에 있는 와이아나파나파 주립공원에 숙소를 정했기에 360번 도로를 타고 이 길을 달렸다.

   하나로 가는 길이 멋지다고 하여 하나로 마트도 아니고 무슨 길인가 했더니 하나라는 마을로 가는 길이다.

   길도 좁은 데다 한 차선으로 된 다리가 많아 곳곳에서 멈췄다가 반대쪽에서 오는 차가 없을 때 통과해야한다. 도대체 한 차선으로 된 다리가 얼마나 많은가 세다가 하도 많아 숫자를 잊어버렸다. 숲길을 달리는 이 길은 정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나중에 들으니 위기주부가 올린 글에 보면 이런 다리가 46개나 된다고 한다. 길이 하도 험해서 렌트카 회사 약관에 여기서 난 사고에 대해서는 회사에서 책임지지 않겠다는 조건이 붙어있다고 한다. 그래도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한 번쯤 가볼만한 곳이다.

   하나 마을 못미처 와이아나파나파 주립공원에 있는 캐빈에 들었다. 독채로 되어있어 조용하고 숲속이라 주변 경관도 좋다.

마우이 2 ( 45)

- 쿨로아 포인트 트레일 -

   키파훌루 계곡에 있는 오헤오풀을 보러갔다. 다리 아래부터 바다까지 일곱 개의 풀이 있다. 쿨로아 포인트 트레일은 바닷가를 걷게 되어있는데 800미터밖에 안 되는 원점회귀형 트레일이다.

   바닷가로 내려가는 길에 커다란 반얀 트리가 있다. 반얀 트리는 가지에서 땅으로 줄기를 내려 다시 땅에 뿌리를 박는 특이한 나무다. 그 줄기에 한 청년이 거꾸로 매달려 묘기를 부린다. 여자 친구 앞에서 자신의 강함을 뽐내고 싶었나보다. 카우아이 섬에서 본 수탉이 생각난다. 꽁지를 있는 대로 펴고 목청껏 울어대던 모습이 수컷의 용맹함을 자랑하는 것 같았다.

- 피피와이 트레일 -

   피피와이 트레일 쪽으로 가다가 5번 동생이 풀피리를 분다. 4번 동생과 나도 따라 해보지만 그게 쉽지 않다. 뭐든지 다년간의 연습이 필요하다.

   피피와이 트레일에는 대나무 숲이 길게 이어진다. 대나무 터널이 환상적이다. 4차원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하다.

   와이모쿠 폭포까지 이어지는 트레일은 평탄하면서도 숲이 아름다워 힐링 장소로 제격이다. 폭포의 높이도 제법 높아서 모양이 그럴 듯하다.

   이 길에도 반얀 트리가 있는데 내려오다 보니 한 꼬마가 올라가려고 애를 쓴다. 형은 위에 올라가 있는데 자기만 땅바닥에 있으니 자기도 올라가고 싶은가보다. 이래서 보통 둘째 아이들이 성장 속도가 빠르다.

- 하나 컬추럴 센터 뮤지엄 -

  집 쪽으로 오다가 뮤지엄이란 글씨가 보여 들어갔다. 하나라는 마을에 있는 박물관이다. 박물관 안에는 옛날 전통 문양의 천과 오래된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화산암으로 된 기구들도 있는데 요리할 때 쓰는 것이라 한다.

   오래 전 하와이 지도도 있는데 지금의 빅아일랜드 이름이 하와이로 표시되어 있다. 빅아일랜드는 유럽인들이 크기가 크다고 붙인 이름이고 원래 이름은 하와이였나보다.

- 블랙샌드 비치 -

   집에 와서 쉬다가 해가 조금 기울 즈음 집 근처에 있는 블랙샌드 비치로 갔다. 이름 그대로 검은 색 모래사장이 있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파도를 즐기고 있다.

   곳곳에 용암이 바다로 흘러들면서 갑자기 식어서 생긴 기이한 모양의 바위가 많다.

   바닷가에는 동굴도 있었는데 동굴 속으로 들어가니 바다가 보여 신비한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통과하는 기분이다.

   검은 모래사장을 지나자 검은색 화산암이 온통 뒤덮여 화산 분출시 흘러나온 용암의 격렬함을 보는 듯하다. 그런 바위투성이 땅에서도 식물이 자라는 것이 경이롭다.

   검은 모래사장에서 또 온갖 포즈로 사진을 찍고 놀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마우이 3 ( 46)

- 하나에서 할레아칼라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 -

   오늘은 하나에서 360번 도로를 타고 계속 전진하다가 37번 도로로 달렸다. 하나에서 빠져 나오는 길은 더 험하고 굴곡과 경사가 심하여 심장이 오그라들 지경이다. 절벽인데다 차선도 한 차선인 곳이 많아 여기서 반대편에서 오는 차를 만나면 어떻게 비켜야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몇 시간을 달리니 2차선 도로가 나타난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절로 난다. 그래도 이 길에서 바라보는 해안 절벽은 기막히게 아름다워 탄성이 절로 난다.

- 할레아칼라 분화구 슬라이딩 샌드 트레일 -

   산길을 지그재그로 마구 달려 할레아칼라 국립공원 비지터 센터에 이르니 구름이 발 아래로 깔려 천국에 오른 듯하다.

   이 산에는 비지터 센터가 두 개 있는데 아래쪽 헤드쿼터즈 비지터 센터(2134m)에서 입산 신고를 하고 주의 사항을 듣고 비디오를 보며 사전 예습을 해야 한다.

   안내하는 여자 직원이 어찌나 친절한지 감동이다. 오늘 일찍 도착했으니 트레일이 끝나는 지점에 차를 놔두고 히치하이킹을 하여 위쪽에 있는 할레아칼라 비지터센터(2969m)로 올라가라고 한다.

   오늘 우리가 묵을 산장은 그쪽 트레일에 하나 밖에 없는 산장인데 혹시 외부인이 와서 문을 두드리면 절대 열어주지 마라, 밤에 꽥꽥 소리가 들리면 놀라지 마라, 네네라는 새 부부가 새끼 두 마리와 함께 그 산장 근처에서 산다고 하면서 새 소리까지 꽥 꽥 꽥 꽥 흉내를 낸다. 이렇게 자기 일에 충실한 사람을 보면 존경심이 우러나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잘 알았다고 고맙다고 인사한 후 밖으로 나와 위에 있는 할레아칼라 비지터 센터로 가서 세 자매는 내리고 제부는 차를 끌고 다시 내려가 우리의 트레일이 끝나는 곳으로 갔다.

   우리 세 자매는 할레아칼라 비지터 센터 구경도 하고 이곳저곳 사진을 찍으며 제부가 오기를 기다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를 않는다. 동양 남자라 차를 태워주지 않는가 보다고 걱정을 하는데 한참 만에 제부가 올라온다. 젊은 사람들은 잘 태워주지 않고 나이 많은 부부가 태워주었다고 한다.

   여기서 컵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분화구 안으로 트레킹을 시작했다. 시커먼 분화구 속으로 들어가려니 지옥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 기이한 풍경에 매료되어 정신없이 내려간다. 지구가 아닌 외계의 행성에 온 듯하다.

   검은색 붉은 색 모래가 흘러내려 슬라이딩 샌드 트레일이라고 했나보다.

   풀 한 포기 없는 분화구 속을 몇 시간 째 내려가려니 일사병에 걸릴 지경이다. 머리가 핑핑 도는 게 토할 것 같다.

   무념무상 비몽사몽 중에 길을 걷는데 멀리 흰 비닐봉지 같은 것들이 보인다. 이 분화구 속에 누가 비닐을 버렸나 의아해 하며 가까이 가니 봉지가 아니고 은검초라는 풀이다. 독이 있으니 절대 만지지 말라고 했던 풀이다. 잎이 은색인데 검 같이 뾰족하게 생겼다.

   6.3km를 가니 갈림길이다. 나무 몇 그루가 있다. 여기서 5번 동생과 나는 진통제를 먹고 왼쪽 길로 접어들었다. 여기서 3.5마일(5.6km)를 더 가야 오늘 우리가 묵을 홀루아 캐빈이 나타난다.

   길은 여전히 지글지글 끓는다. 그래도 나무 그늘에서 조금 쉬고 진통제를 먹으니 걸을 만하다.

   가다가 카윌리나우라는 붉은색 오름을 한 바퀴 돌아 나와 홀루아 캐빈을 향해 계속 걸었다. 오름 위에는 초승달이 하얗게 떠있다.

   조금 더 가니 카윌리나우라는 분화구가 있다. 깊이가 65피트라는데 철책으로 막아놓아 속을 들여다 볼 수 없어 아쉬웠다. 비지터 센터 여직원이 꼭 들러보라던 곳이다. 여기서 나와 붉은 모래지대를 하염없이 걸으려니 마치 화성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또 무아지경으로 걷다보니 멀리 우리의 목적지 홀루아 캐빈이 보인다. 이곳에는 물이 있는지 풀도 있고 작은 나무들도 보인다.

   마지막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하여 캐빈에 이르니 뉘엿뉘엿 해가 진다. 이 캐빈은 이쪽 트레일에 하나 밖에 없는 산장인데 12명까지 잘 수 있는 간이침대가 3층으로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 네 명이 독차지 하였다. 사람 수가 몇 명이건 한 팀에게만 빌려준다는데 발 빠르고 손 빠른 제부가 6개월 전에 예약하여 독채 전세를 든 듯 편한 밤을 지내게 되었다.

   캐빈 안에는 장작도 준비되어 있고 난로도 있어 추울 때는 불도 피우게 되어있고 주방 시설과 가스레인지도 있다. 단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헤드랜턴을 켜고 밥을 해먹어야한다. 하지만 초도 준비되어 있어 촛불을 켜고 분위기 있게 식사해도 좋다.

   주위에는 캠핑하는 사람도 없어 오롯이 우리들만 분화구 속의 적막을 즐겼다. 아무 빛도 없으니 밤하늘은 별 잔치를 벌이는 듯하고 초승달은 하얗게 빛나고 있다. 느긋하게 저녁까지 먹고 한 사람이 세 침대씩 차지하고 두 다리 쭉 뻗고 침낭 속으로 들어갔다.

 

마우이 4 ( 47)

- 홀루아 캐빈에서 할레마우우 트레일 헤드까지 -

   일찌감치 일어나 일출을 보려고 밖으로 나가니 발아래 깔린 구름이 서서히 붉게 물들어 온다. 이 구름을 배경으로 온갖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어댔다.

   일출을 보고 집안으로 들어오려는데 네네 부부가 새끼 두 마리를 데리고 풀숲을 헤치고 다닌다. 어린 새끼들은 부모 곁에 바짝 붙어서 부지런히 쫓아다니며 부모가 찾아주는 먹이를 먹기 바쁘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부모 없이 생존하기는 힘들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이곳에는 물이 있는지라 달맞이꽃이 한창이다. 꽃길을 걷는 동생들 모습이 낙원의 아담과 이브 같이 평화롭다.

   계속 구름 위를 걷다보니 하늘의 천사가 된듯하고 하늘나라에 올라간 듯 무한한 평화가 가슴에 차고 넘친다.

   지그재그 길을 계속 올라오려니 숨이 턱에 닿는다. 우리가 걷던 분화구 속이 아득하게 보인다.

   할레마우우 트레일 헤드에 와서 우리 차를 보니 일주일도 더 된 듯 까마득하고 반갑기 그지없다.

 

- 라하이나 시내구경 -

   마우이의 서쪽 머리통 쪽에 있는 라하이나 시내로 이동하여 위기주부가 먹었다던 울루라니 쉐이브 아이스 집을 찾아갔다. 네비게이션에서 종착점에 다 왔다고 하여 내렸는데 아무리 보아도 그런 집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대충 아무 집에나 들어가서 먹자고 하니 두 동생은 그 집 얼음이 특이하다고 쓰여 있었다며 온 시내를 헤집고 다닌다. 두 동생의 열정으로 드디어 그 집을 찾았다.

   사람들이 여기도 줄을 길게 서있다. 두 동생은 주문하기 위해 줄을 서있고 제부와 나는 의자가 나기를 기다렸다가 자리를 잡았다.

   시원한 빙수로 갈증을 달랜 후 라하이나 구 시가지를 보러갔다. 여기에는 오래된 반얀트리가 있다. 수백 평 땅을 가득 채운 거대한 나무다. 이 나무줄기에 매달려 사진을 찍어댔다.

   라하이나 법정 2층에 있는 헤리테이지 뮤지엄까지 보고 해변가를 걷다가 오늘의 숙소인 마우이 씨사이드 호텔로 향했다.

 

마우이 5 ( 48)

- 할레아칼라 일출 -

   새벽 4시에 일어나 일출을 보려고 할레아칼라 비지터센터로 다시 갔다. 우리만 부지런한 줄 알았더니 차들이 벌써 불을 밝히고 줄줄이 올라간다. 비지터센터 앞에 주차공간이 부족하여 올해 2월부터는 하루에 100대만 들여보낸다고 한다. 이것도 제부가 일찌감치 예약을 해두어 마음 편히 올라가는데 미처 이런 사실을 모르고 올라갔던 차들은 되돌아 내려오고 있다. 중간에 관리인이 주차 허가증을 검사하여 허가 받은 차만 통과 시킨다.

   비지터 센터 앞에 가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동쪽 하늘을 바라보며 해 뜨기를 기다린다. 아직 일출 시간이 남아있어 우리는 차 안에서 준비해간 간식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커피와 과일까지 완벽하게 해결했다.

   차에서 내리려니 바람이 어찌나 강한지 날아갈 지경이다. 모두들 추위에 대비하여 두꺼운 옷을 입었는데 담요로 칭칭 감은 사람도 있고 터번으로 둘둘 감은 사람도 있다.

   높이 3000m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생각만 해도 감동적이다. 막 해가 떠오르는 순간 어디선가 주문을 외우는 것 같은 커다란 소리가 들린다. 인디언의 말 같은데 뭔 소린지는 모르지만 경건함이 느껴진다. 한참을 외우더니 멈추고 그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한다. 비지터 센터 직원이다.

   정신없이 일출을 찍어대는데 한 여자가 우리에게 말을 건다. 자기들은 벤쿠버의 TV 방송국에서 일한다고 하면서 일출을 볼 때 무슨 소원을 빌었느냐고 묻는다. 갑자기 묻는 질문에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4번 동생은 가족의 건강과 평안을 빌었다고 잽싸게 말도 잘한다. 이럴 때는 영어로 해야 할 텐데 한국말로 했으니 방송에는 안 나왔을 것 같다.

   일출을 다보고 정상에 있는 전망대로 갔다. 3055m에 있는 전망대다. 전망대를 돌아보고 다시 차로 돌아왔다.

   호텔로 돌아와 부지런히 짐을 꾸려 카훌루이 공항으로 갔다. 차를 반납하기 전 휘발유를 채우려고 주유소를 찾아가 주유를 하고 공항으로 가려는데 공사로 길이 막혔다. 네비게이션은 이 사실을 모르니 자꾸 U턴을 하라고 하는데 참으로 난감하기 그지없다. 비행기를 놓칠까봐 진땀이 빠작빠작 난다. 네비가 말하는 것을 무시하고 겨우 겨우 대충 방향을 잡아 카훌루이공항으로 갔다. 나중에 알아보니 우회도로를 알려주는 모드도 있었는데 우리가 잘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