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6. 12. 2. 껌팔이 할머니

아~ 네모네! 2016. 12. 30. 12:56

껌팔이 할머니

아 네모네 이현숙

   7호선 사가정역에서 전철에 올랐다. 경로석에 낯익은 할머니가 앉아있다. 누구더라? 생각할 겨를도 없이 건대입구 지하철 역 바닥에 앉아있던 껌팔이 할머니가 떠오른다. 맞다. 껌팔이 할머니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앉아 조막만한 플라스틱 바구니에 껌 몇 통 담아놓고 껌을 팔던 할머니다. 몇 달째 보이지 않아 궁금하기도 하고 아마 돌아가셨나보다 생각하고 있던 차에 갑자기 그 할머니를 보니 반갑기도 하고 안도의 한숨도 나온다.

   흰 머리는 여전히 짧고 엉성하다. 눈동자도 흐릿하니 힘이 없다. 한 쪽 눈은 검은자위가 거의 없이 희게 보인다. 아마도 실명 된 듯하다. 항상 바닥에 앉아 있는 것만 보아서 어디 사는지 몰랐는데 아마도 7호선 구역에 사나보다.

   건대입구역에서 내리면 오늘도 천 원을 주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건대역에 도착해도 할머니가 내릴 생각을 안 한다. 2호선 쪽으로 걸어오며 몇 번을 되돌아봐도 할머니는 내리지 않는다. 이제 껌팔이는 그만하나보다. 어쩌면 병원에 가는 지도 모를 일이다.

   몇 년 전부터 군자역에서 하다가 근래에는 건대역으로 옮겼는데 하루 종일 얼음장 같은 맨 바닥에 앉아서 어떻게 견뎠는지 궁금하다. 한 번도 허리 펴고 일어선 모양을 보지 못했다. 한 쪽 다리를 세우고 앉은 모습을 보면 무릎이 얼굴보다 한참 올라가 있다. 허리가 얼마나 굽었는지 상상할 수 있다.

   사람이 한 번 이 세상에 왔다가 한 번 가는 것은 정한 이치인데 늙어서 이렇게 힘든 삶을 사는 노인들을 보면 룰루랄라 놀러 다니고 수필공부 한답시고 설치고 돌아다니는 내 모습이 부끄럽다.

   한 번 왔다 가는 인생인데 편하고 행복하게 여기 저기 구경 다니며 살면 얼마나 좋으랴마는 그게 맘대로 안 된다. 이 지구상에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차라리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거꾸로 매달려 살아도 이승이 좋다는 말이 있듯 이 세상은 한 번쯤은 와 볼만 하다는 생각은 떨칠 수가 없다.

   껌팔이 할머니도 이제 그만 고생하고 따뜻한 방에서 남은 여생을 편안하게 지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