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6. 7. 10. 후비다 칼로

아~ 네모네! 2016. 11. 19. 14:09

후비다 칼로

아 네모네 이현숙

   화폭에서 피가 뚝뚝 떨어진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가슴이 저려온다. 온 몸에 소름이 끼친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멍하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 전시회에 갔다. 입구에 들어서면 리베라의 그림이 먼저 우릴 맞는다. 색채가 고갱을 연상시킨다. 멕시코 원주민의 깊은 색채가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가만히 서서 그림을 바라보면 한없는 평화가 몰려온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되는 듯하다.

   그는 이 그림을 그릴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화폭 앞에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도 상상해본다. 예술이란 참 희한해서 관객과 만나는 순간 영혼의 교류가 일어난다. 그의 호흡이 느껴진다. 아마도 작품에 그의 영혼이 깃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영혼이 나의 몸속으로 흘러드는 느낌이다.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는 혁명가이자 화가였다. 그들은 결혼했다 이혼하고 다시 결혼했다. 디에고는 네 번이나 결혼하고 숱한 여성 사이를 방랑하면서 70세가 넘도록 살았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안정감 있고 깊고 평온하다.

 

   프리다 칼로는 1907년 멕시코시티 교외에서 사진작가인 독일계 유대인의 셋 째 딸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의 사진을 보면 통통하고 귀여운 모습이다. 이렇게 천진난만한 소녀에게 그토록 힘들고 처절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 줄 상상이나 했을까?

   그녀는 여섯 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아홉 달 동안이나 방에 갇혀 지냈다. 이지러진 오른 쪽 다리 때문에 평생 열등감에 사로 잡혀 지낸 듯하다. 18살 되었을 때 그녀가 탄 버스가 열차와 충돌하는 바람에 등뼈와 골반, 한쪽 발이 으스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교통사고 현장을 그린 그녀의 그림이 그 때의 참상을 잘 나타내고 있다. 척추에 철골을 박고 온 몸에 무수한 못이 박혀있는 자화상은 그녀의 참혹한 몸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미간이 너무 좁아 두 눈썹이 붙어버린 그녀의 얼굴은 보기에도 괴로움이 묻어난다.

   22살 때 20년 연상인 디에고를 만나 결혼했고 23살 때 첫 번째 임신을 했지만 유산되고 말았다. 유산 될 당시 태아와 침대에 누운 자신의 모습을 그린 그림은 피가 뚝 뚝 떨어지는 듯 참혹하고 괴기한 모습이다. 자궁에서 흘러나온 피가 낭자하게 침대를 적시고 있다. 25살 때 두 번 째 임신을 했지만 디에고는 아이를 원치 않았고 두 번째도 유산을 시키고 만다. 27살에 세 번째 유산을 경험하며 극도의 비참함에 빠진 듯하다.

   디에고는 여성 편력을 멈추지 않았고, 칼로의 막내 동생과도 연인 사이가 된다. 이 사실이 칼로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결국 둘은 이혼을 하였지만 다음 해 다시 결혼한다. 일곱 번의 척추 수술을 받고 오른 쪽 다리를 절단하는 등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을 받던 그녀는 47세의 나이에 결국 자살로서 생을 마감한다.

 

   그녀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저려온다. 그녀의 처참하리 만큼 괴로웠던 일생이 너무도 절절하게 녹아있다. 화폭에서 피가 뚝 뚝 떨어지는 느낌이다. 여자의 일생이 슬프다고는 하지만 이토록 처참한 일생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녀의 그림은 그림이 아니고 절규다. 그녀는 화폭에 물감을 바른 것이 아니라 칼로 화폭을 후벼 판 것 같다. 그녀가 자기 일생을 그림으로 토해내지 못했다면 아마 더 젊은 나이에 심장이 터져서 죽고 말았을 것이다. 프리다 칼로의 일생은 한 마디로 말하자면 칼로 후벼 판 후비다 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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