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6. 6. 19. 존재의 불안

아~ 네모네! 2016. 7. 9. 15:13

존재의 불안

아 네모네 이현숙

   모든 생물은 자신의 존재가 사라지는데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이걸 만회하고자 번식이란 방법을 이용해 자신의 복제품을 만든다. 식물도 꽃을 피워 온갖 교태를 부리며 벌 나비를 유인해 꽃가루 수정을 받는다. 그 후 수만 개의 씨앗을 만들어 갖은 방법을 동원해 멀리 멀리 퍼트린다.

   민들레는 바람을 이용해 자신의 씨앗을 날려 보낸다. 과일 나무들은 맛있는 과육을 만들어 동물들이 먹고 배설하게 한다. 동물을 이용해 다른 곳으로 자신의 후손을 이동시키는 식물이 어찌 보면 동물보다 더 똑똑하고 영악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 전에 TV에서 용의 씨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중국 혁명 당시 용 씨 집안의 한 부부가 전쟁터로 나간다. 그들은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부모에게 맡긴다. 마지막 장면에서 어린 손자를 안고 아들 며느리와 반대 방향으로 헤어지는 두 노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듯 감싸 안고 가는 이 손자는 용 씨 집안의 하나 밖에 없는 씨다.

   친정의 사촌 오빠는 군대에 가서 이송 도중 트럭이 절벽에서 구르는 바람에 죽었다. 그는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다. 종가집의 독자가 죽었으니 친척들은 둘째 큰집에서 양자를 들이라고 하였다. 둘째 큰집에는 아들이 다섯이나 있었다. 환갑이 다된 큰 아버지는 부인을 세 번씩 갈아들이면서 기어이 아들을 얻었다. 자신의 씨를 남기고 싶었으리라.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다. 아들이 결혼한 후 10년이 넘도록 친 손자가 없자 내 남편은 은근히 걱정이다. 내가 외손자도 우리 유전자를 가졌으니 우리의 씨다. 호적상에만 손자가 없을 뿐이지 생물학적으로는 후손이 있는 것이다. 그까짓 종이에 불과한 호적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라고 누누이 설명해도 남편은 뭔가 아쉬운 눈치다. 그러다 친 손자가 태어나자 얼굴에 만족스런 미소가 떠오른다.

   자신의 대가 끊긴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라는 막연한 인식이 모든 생물의 세포 속에 저장되어 있나보다. 이 사회에 만연한 성범죄가 이것을 대변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의 유전자를 이 지구상에 남기고자 치열하게 몸부림친다. 이 엄청난 본능은 노력으로도 교육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강력한 힘이다. 자신의 존재가 사라진다는 엄청난 불안이 모든 생물을 지배하고 있다. 죽음에 대한 불안도 자신의 존재가 사라지는 불안일 것이다. 영생을 약속하는 무수한 종교도 이런 불안을 해소시켜 주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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