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6. 5. 20. 완전 악기

아~ 네모네! 2016. 7. 9. 15:08

완전악기

아 네모네 이현숙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소리에 맞춰 소프라노 강혜정의 소리가 가슴을 파고 든다. 베토벤의 작품 에그몬트 중 기쁨이 가득, 슬픔이 가득이다.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은 몇 번 들어봤지만 전곡을 듣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간 중간 설영범의 내레이션까지 곁들이니 나 같은 일자무식 청중에겐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에그몬트는 괴테의 희곡인 에그몬트공연을 위해서 작곡된 음악이다. 에그몬트는 16세기 네덜란드가 스페인의 지배를 받고 있을 당시 네덜란드에 살던 귀족의 이름이다. 그는 네덜란드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다가 스페인 왕 펠리페 2세의 명령을 받고 파견된 알바 총독에게 붙잡혀 처형당한다. 하지만 그의 용기 있는 희생은 헛되지 않았고 민중의 마음을 움직여 민중 봉기를 일으켜 독립을 이루게 된다.

   괴테는 실존인물인 에그몬트에게 영감을 받아 에그몬트라는 희곡을 쓰게 되었고, 베토벤은 이 희곡에 감명을 받아 공연을 위한 서곡과 극중 음악을 작곡하게 되었다. 베토벤은 나라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 몸 바친 에그몬트의 영웅적 행동과 에그몬트를 위해 희생적 사랑을 바친 클레르헨의 고귀한 사랑에 감동하여 더더욱 심혈을 기울여 작곡에 몰두했다고 한다.

기쁨이 가득 그리고 슬픔이 가득 생각도 가득히 차있네.

헤매는 고통 속에 두려워하고 그리워한다.

하늘 높이 환호하다 죽음으로 슬픔에 잠기네.

사랑하는 영혼만이 행복하여라.’

라고 울부짖는 그녀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완전한 악기다. 때로는 바이올린이 되었다가 첼로가 되는가 하면 바순이 된다. 비올라가 되기도 하고, 오보에가 되기도 한다. 도대체 인간의 몸과 마음은 어떻게 만들어졌기에 저리도 다양하고 다채로운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일까? 이다지도 가슴 저리게 만드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인간의 몸처럼 말랑말랑하고 따끈따끈한 악기는 대체 누가 만들어낸 것일까?

   KBS 교향악단의 창립 60주년 정기연주회를 보러 예술의 전당에 갔다. 레퍼토리는 베토벤의 에그몬트와 교향곡 5번 운명이다. 둘 다 익히 듣던 것이라 기대가 컸다. 특히 에그몬트 전곡을 듣게 된 것은 크나 큰 행운이다. 거기다 강혜정의 노래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다.

   연주회를 마치고 나오는 내 몸과 마음은 배부르다. 오랜만에 단비를 마신 듯 흡족하고 생생하게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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