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6. 6. 2. 스마트한 스마트폰

아~ 네모네! 2016. 7. 9. 15:09

스마트한 스마트폰

아 네모네 이현숙

   어두컴컴한 새벽에 골목길을 걷다보면 스마트폰을 보느라 정신없이 걷는 사람을 만난다. 얼굴만 빛을 받아서 귀신같이 보여 깜짝 놀란다. 걸음걸이는 느릿느릿 좀비 같다.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줄 알았더니 다른 사람들 생각도 같은가보다. 스마트폰과 좀비를 합쳐서 스몸비라는 말까지 생겼으니 말이다.

   늙은이나 젊은이나 요즘은 스마트폰에 얼을 빼앗긴 듯 어디서나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산다. 모든 정보가 이 안에 들어있어 무궁무진한 재미에 푹 빠져 지낸다.

   미국 사는 손자가 어떻게 지내는지 카톡방에 수시로 올라오는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 멀리 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유치원에서 소풍을 가거나 기차 타고 여행을 가도, 모조리 찍어서 올리니 한국에 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단지 손으로 만질 수가 없으니 촉감으로 느낄 수 없을 뿐이다.

   호주 사는 친구, 미국 사는 친구들도 카톡방에 수시로 들어와 사진과 소식을 남기니 도무지 외국에 사는 것 같지 않다. 세상이 이렇게 변할 줄 어찌 상상이나 했으랴? 전화기 한 대로 몇 집이 같이 쓰던 시절이 언젠가 싶다.

   산행하며 찍은 야생화 사진도 이름을 몰라 스마트폰에 올리면 순식간에 댓글이 올라온다. 아니 더 발전하여 다음 검색창 옆에 있는 마이크를 누르고 꽃 검색을 선택한 후 스마트폰을 꽃에 가까이 대고 찍으면 즉시 이름이 나타난다. 이름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올린 꽃 사진과 자세한 설명까지 나오니 감탄사가 절로 난다. 도대체 이 기계가 어디까지 발전해 갈지 상상을 할 수 없다. 조금 두렵기도 하다.

   그뿐이랴 음악검색을 선택한 후 음악이 나오는 곳 가까이 스마트폰을 가져가면 곡명과 작곡자는 물론이고 그 곡을 들을 수 있는 창이 뜬다. 몇 년도에 누가 연주한 것인지, 무슨 앨범에 수록된 것인지, 성악이면 성악가 이름까지 나오니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어디 가려할 때 스마트폰의 T맵을 켜면 교통 상황까지 참고해 이리가라 저리가라 일일이 알려주니 세계 어딜 가나 길 찾기는 식은 죽 먹기다. 지하철도 출발역과 종착역만 알려주면 어디 가서 몇 호선으로 갈아타라, 몇 번째 칸에 있으면 갈아타기 가깝다, 시간은 얼마 걸리고 요금은 얼마다 일일이 가르쳐 주니 이렇게 똑똑한 인간이 어디 있겠냐 말이다. 거기다 통역기까지 나왔으니 이제 외국어 배우려고 많은 돈과 노력을 기울일 필요도 없다.

   모든 것이 이 안에 다 들어있으니 도무지 외울 필요가 없다. 나는 딸과 아들 전화번호도 모른다. 이러다가 아주 골빈당이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얼마 전 뉴스에 보니 마젠타라는 예술 창작 인공 지능 로봇은 80초간 피아노 연주도 했다고 한다. 인간의 모든 영역을 파고드는 로봇이 두렵다.

   인간 최고의 바둑 기사 이세돌은 컴퓨터상의 기사 알파고와 겨루어 11:1로 대파했다. 알파는 알파벳의 첫 글자이고 고는 영어의 go 즉 바둑이란 뜻이다. 알파고는 1200명의 바둑 기사와 같은 능력을 가졌다고 한다. 이세돌이 아무리 똑똑한 들 1200명의 기사가 떼로 덤비는데 어찌 이길 수 있단 말인가?

   로봇에게 인공 지능과 예술 창작 기능까지 부여했으니 로봇이 인간을 능가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영화에서처럼 로봇들이 반란을 일으켜 인간을 위협하는 날이 멀지 않을 듯하다. 스마트폰의 스마트한 매력에 푹 빠져 인간이 만물의 영장 자리를 내 줄 날이 올까봐 걱정이다. 스마트폰이 주인이 되고 인간이 종이 되면 어찌할까? 이놈에게 우리의 얼까지 빼앗기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우리 얼굴은 얼을 담은 굴이 아니고 얼 빠진 굴이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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