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6. 4. 22. 결혼은 밥인가 봐

아~ 네모네! 2016. 7. 9. 15:04

결혼은 밥인가 봐

아 네모네 이현숙

   허름한 여인숙에 들어갔다. 이부자리에는 여기저기 핏자국도 보인다. 서울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시댁이 있는 대전으로 갔다. 동네 사람들을 불러 간단한 잔치를 하고 싶다는 시어머니의 요청으로 다음 날 시댁에 가기로 하고 첫날밤은 호텔에서 자기로 했다.

   하지만 그 날 대전에서 무슨 회의가 있는 관계로 시내에 호텔을 잡을 수 없었다. 남편은 친구에게 호텔 방을 잡아 달라고 부탁했다는데 방을 못 구했다는 것이다. 근처 유성에는 호텔이 많으니 거기 가보자고 하였다.

   여기 저기 다니며 물었지만 방이 없다. 결혼 첫날밤부터 노숙을 할 수는 없으니 여인숙이라도 들어가야 했다. 건물도 엉성한데다 방도 지저분하고 이불도 얼마나 오래 썼는지, 세탁은 언제 했는지 알 수 없다. 결혼의 환상이 확 깨진다.

   낮부터 결혼식 하느라 피곤하고 은근히 첫날밤 치룰 일이 겁나서 오늘은 피곤하니 그냥 자자고 했다. 남편은 첫날밤은 첫날 밤에 치러야지 무슨 소리냐고 막무가내기다. 남편이 달려드니 겁에 질려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울어버렸다. 평생 안 해본 짓을 하려니 공포가 엄습했다. 남편도 처음인지 당황하여 이불을 확 덮어버렸다.

   천신만고 끝에 일을 치루고 나니 좀 아프긴 하지만 그렇게 겁먹을 일도 아니었다. 단지 며칠 동안 출혈이 약간 있고 팬티를 안 입은 것처럼 아랫도리가 뻥 뚫려 공기가 드나드는 듯 허전했다.

   너무 무리를 했는지 신혼여행 다녀오자마자 소변을 볼 때 통증이 있다. 내가 성병에 걸렸나 겁이 더럭 났다. 소설 속에서 성병에 걸려 소변보기 힘들어 하는 걸 읽은 기억이 있다.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참다보니 통증이 가셨다.

   그런데 몇 주 지나니 다시 통증이 왔다. 오줌 한 방울 누려면 진땀이 바작바작 나게 아팠다. 할 수 없이 병원에 가니 방광염이라고 했다. 임신 중이라고 약도 안 주고 겉에서 소독약만 바르고 그냥 가라고 했다. 나중에 염증이 신장까지 올라가 신우신장염이 되었다. 내과에서 검사를 하느라 엑스레이를 몇 십장 찍더니 산부인과로 보냈다. 산부인과에서는 임신 초기에 엑스레이를 너무 많이 찍어 기형아가 될지 모른다고 유산시키자고 하였다.

   첫 임신에 수술을 하면 불임이 될지 모르니 자궁 수축제를 맞아 낳아보자고 한다. 밤낮 사흘 동안 수축제를 맞으니 다 큰 애 낳기보다 아프고 힘들다. 자궁 문이 안 열린다고 무슨 풍선 같은 걸 자궁 속에 넣고 부풀린 후 무거운 물체를 밖에 매달아 놓기도 하고, 자궁 수축제 약물을 몇 병씩 큰 주사기로 자궁에 넣었다. 천신만고 끝에 결국 낳기는 낳았다. 그 때 어찌나 힘들었는지 내가 애를 한 타스 낳으면 낳았지 절대 유산은 안 시킨다고 다짐을 하였다.

   처녀 때는 막연한 핑크빛 결혼을 생각한다. 깨소금처럼 고소하고 사탕처럼 달달하리라고 상상한다. 하지만 결혼은 그게 아니다. 결혼은 깨도 아니고 사탕도 아니고 그냥 밥이다. 허구 헌 날 죽을 때까지 먹는 밋밋한 밥이다.

   하지만 해보지 않고는 알지 못하니 그게 문제다. 자기의 결혼 생활은 다르리라고 착각하고 산다. 그러다가 해보면 혹시나역시나로 바뀐다. 그랬다고 결혼을 안 하고 살면 더 행복하냐하면 그것도 아닌듯하다. 안 해보지 않았으니 그 또한 알 수 없다. 그냥 지금의 상태가 가장 행복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사는 게 최고다. 하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독신으로 한 번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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