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6. 2. 4. 엇박의 탄식

아~ 네모네! 2016. 7. 9. 14:50

엇박의 탄식

아 네모네 이현숙

   박소란의 시 노래는 아무 것도를 보면 악보에 없는 엇박의 탄식이 새어나온다.’ 라는 구절이 있다. 엇박이란 제대로 박자를 맞추지 못하고 어긋남을 뜻한다.

   중화중학교에 근무할 때 나이 든 체육선생님이 있었다. 그 사람이 할 줄 아는 노래는 딱 한 가지 눈물 젖은 두만강이다. “두만강 푸른 물에~”하고 시작하면 모두들 배를 끌어안고 나뒹군다. 음정도 박자도 맞는 게 하나 없다. 엇박도 그야말로 너~무 엇박이다. 작사는 안 해도 작곡은 그야말로 엿장수 맘대로다. 다들 웃느라고 눈물을 찍어내고 뱃가죽이 아프다. 그래도 절대 기죽지 않고 끝까지 부르는 데는 두 손 두 발 다 든다. 천 년에 한 번 날까 말까 한 사람이라고 감탄한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엇박자의 불협화음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일반의 평범한 시민도 엇박의 탄식을 토해낸다. 아들을 때려죽인 후 시신을 훼손해 냉동실에 몇 년씩 보관한 아버지가 있는가 하면 딸을 때려 숨지게 한 후 열 달 넘게 방에 방치한 목사님이 있다. 시신이 부패하면 냄새가 날까봐 다량의 건조제와 방향제를 뿌려 백골의 미라 상태로 발견 됐다. 이 여중생은 속옷 하의만 입은 채 하늘을 바라보는 자세로 이불 위에 누워 있었다. 방에는 향초가 켜 있고 방바닥에는 건조제인 염화칼슘 가루가 뿌려져 있었다.

   아버지는 독일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따고 대학에서 강의하며 개척교회에서 목회하는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준수한 엘리트다. 본 부인은 암으로 죽고 아들 하나에 딸 둘을 둔 가장이다. 새 부인을 얻었지만 아이들과 사이가 안 좋아 작은 딸은 새 부인의 동생 집에 맡겼다. 여기서도 잦은 학대에 가출을 하자 아버지는 결국 다섯 시간이나 때려 숨지게 했다. 기도하면 딸이 살아날 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여태 방치했다니 목사님다운 발상이다.

   이런 사건을 접할 때마다 이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가 만들어내는 엇박자의 불협화음이란 생각이 든다. 제대로 박자를 맞추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이런 엇박자를 내는 사람들이 안쓰럽다.

   사실 누구나 약간씩 엇박자를 내며 살고 있다. 나도 가끔 주위 사람들에 어울리지 않게 엉뚱한 행동을 할 때가 있다. 내가 생각해도 사이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너무 심한 엇박자를 내면 모든 사람의 시선을 집중시키기 마련이다. 우리 사회가 복잡하고 온전하지 못할 때 이런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발생한다. 건강하지 못한 사회가 이런 끔찍한 탄식을 쏟아내는 것이다. 이건 우리가 만들어낸 병 든 사회의 신음소리다. 이런 사회를 만든 나와 우리의 책임이다. 이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을 때 더 끔직한 사회가 되어 결국 온 인류가 파멸하는 건 아닐까?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룬 소리는 우리에게 지극히 아름답고 조화로운 기분을 선사한다. 이런 소리는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그래서 요즘은 음악 치료가 유행이다. 클래식을 틀어주면 닭이 알을 잘 낳고, 소에서 우유가 잘 나오며 된장도 잘 숙성된다고 하지 않는가? 엇박이 아닌 정박의 소리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주고 행복을 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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