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6. 1. 26. 인조인간

아~ 네모네! 2016. 7. 9. 14:46

인조인간

아 네모네 이현숙

   백내장 수술을 했다. 지난여름부터 왼쪽 시야가 뿌옇게 보여 안과에 갔더니 백내장이라 한다. 수술하기 전 당뇨병은 없는지 고혈압은 아닌지 검사를 한다. 그런 병은 없으니 다행이다. 수술 날짜를 잡은 후 간호사가 주의 사항을 적은 종이를 주며 일일이 설명한다. 수술 전 일주일부터 수술 후 5일간 아스피린이나 혈액응고제가 든 약을 먹으면 안 된다. 수술 네 시간 전부터 금식하고 당일은 화장을 하면 안 된다. 수술 후 한 달은 파마나 염색이 안 되니 미리 하라 기타 등등 주의 사항이 많다.

   아무리 간단하다고 해도 눈에 칼을 댄다고 생각하니 오금이 저린다. 그냥 살 걸 괜히 일을 벌였나 후회도 된다. 그동안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나 노심초사 수술 날짜를 기다린다. 삼일 전부터 미리 안약을 넣어야한다.

   당일이 되어 병원에 가니 눈에 무슨 안약인지 수시로 넣으며 기다리란다. 동공을 확장하는 약과 진통제가 아닌가 싶다. 긴장되어 온몸이 경직된다. 한 시간 가량 지나자 준비실로 데려가 환자복을 입히고 머리에 헝겊 모자도 씌운다. 더 긴장된다.

   수술실로 들어가 수술대에 누우니 잠시 후 의사가 들어와 긴장하지 말고 마음을 편하게 먹으라고 한다. 아무리 편하게 먹으려 해도 온몸에 힘이 들어가는 걸 어쩔 수 없다. 눈을 움직이지 말라고 해도 나도 모르게 눈이 돌아간다. 절대로 움직이면 안 된다고 의사가 거듭 강조하니 눈을 부릅뜨고 안간 힘을 쓴다. 메스로 각막을 째는 느낌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내 수정체를 빼내자 순간 아무 것도 안 보인다. 인공 수정체를 넣고 꾸욱 누르는 느낌이 든다. 잠시 후 의사가 잘 끝났다고 하니 온 몸에서 힘이 빠진다.

   간호사가 밑을 보면 안 된다고 신을 신겨주고 손을 잡아주며 내려오라고 한다. 간호사의 손을 잡고 회복실로 와 침대에 누우니 십 년 감수한 기분이다.

   눈에는 플라스틱 안대를 붙이고 삼십분 쯤 쉬니 내려오라고 한다. 오늘 하루는 절대 고개를 숙여도 안 되고 허리를 굽혀도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한다. 아마도 고개를 숙이면 찢어진 각막이 벌어질까봐 그런가보다. 먹는 약을 받아가지고 집으로 오는데 한 쪽 눈이 안 보이니 허공을 걷는 듯 휘청휘청한다. 집에 와서 신을 벗을 때도 고개를 숙이지 않으려니 대충 촉각으로 행동해야한다. 지금까지 촉각이 있다는 걸 느끼지 못했는데 촉각도 많은 일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아래 있는 것을 집거나 만지려면 손과 발의 도움이 필요하다. 뭐든지 없어봐야 존재 가치가 드러난다.

   얼굴도 못 씻고 겨우 칫솔질만 하려니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물과 치약을 뱉어내려면 고개를 숙여야하는데 고개를 뻣뻣이 들고 하려니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그냥 고개를 든 채 뱉어내니 얼굴과 옷을 적시게 생겼다. 바닥에 있는 물건을 집으려면 허리를 숙이지 못하니 얼굴을 든 채 앉아서 더듬더듬 집어야한다.

   다음 날 병원에 가서 플라스틱 안대를 떼고 선글라스를 끼니 한 결 걷기가 편하다. 안약 세 가지와 먹는 약을 타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에 먹는 약 세 번, 안약 세 가지를 시차를 두고 네 번씩 넣으려니 보통일이 아니다. 어느 약까지 넣었는지 정신이 가물가물하다. 왼쪽에다 넣으라는 안약을 오른쪽에 넣고 아차 하기도 한다.

   두 주일 동안 얼굴을 씻지 말고 물수건으로 살 살 닦아내고 머리는 미장원 가서 누운 채로 감으라고 한다. 낮에는 선글라스를 끼고 밤에는 플라스틱 안대를 붙이고 자려니 잠도 설치게 된다. 무의식중에 눈을 비비거나 옆의 사람이 칠까봐 그런 것 같다.

   한 달 동안 요가, 수영, 등산 등 힘든 운동도 안 되고 무거운 물건도 들면 안 된다. 힘을 주면 안압이 높아져 수술 부위가 벌어질까봐 그런가보다. 재채기를 하거나 화장실에서 볼일 볼 때 힘이 들어가니 은근히 걱정된다. 대중탕에 가도 안 되고 술도 먹으면 안 된다. 안 된다는 게 많으니 은근히 짜증이 난다.

   눈이 아프니 책도 못 보고 TV도 보기 힘들다. 컴퓨터를 보니 눈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온다. 이도 저도 못하니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죽인다. 완전 도를 닦는 기분이다. 눈을 안 쓰려니 할 일이 아무 것도 없다. 눈이 하는 일이 이렇게 많았는지 새삼 놀란다. 시각장애인들이 얼마나 불편할까 절절이 느낀다. 우리 몸의 모든 기관이 하나하나 얼마나 소중하고 큰일을 담당하고 있는지 실감한다.

   요즘은 길을 가도 거리가 달라 보인다. 예전에 보던 모습이 아니다. 뭔가 어색하고 낯설다. 이제 인공렌즈를 끼고 보니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색깔을 볼 수는 없다.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다.

   이렇게 인공렌즈 하나를 끼었을 뿐인데 인조인간이 된 기분이다. 의술이 발달하여 인공 다리와 손을 낀 사람도 있고, 심장 박동을 하기 위해 인공 배터리를 몸속에 넣고 사는 사람도 있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중국에서 원숭이 머리를 통째로 잘라 다른 개체에게 이식했다고 한다. 내년에는 사람도 머리를 다른 사람 것으로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이러면 이 사람은 누구일까? 머리가 주인인가 몸이 주인인가? 참 세상은 요지경이라더니 이것도 요지경은 요지경이다. 머리가 자기 몸이 바뀐 줄도 모르고 이것저것 시키면 몸은 어찌해야 할까?

   육백만 불의 사나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한 인간을 육백만 불을 들여 여러 가지 기관을 교체하여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인간으로 바꾼 것이다. 그때는 허무맹랑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인간이 나올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기뻐해야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다. 도대체 인간은 어디까지 발전하며 어디까지 갈까? 지금 우리가 상상도 못한 세상이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부르던 인조인간 로봇 마징가 제트가 현실에 나타날 지도 모르겠다. 이러다 천연 인간은 모두 사라지고 인조인간이 판치는 세상이 오는 건 아닐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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