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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2016. 1. 15. 시래기 인생

by 아~ 네모네! 2016. 7. 9.

시래기 인생

아 네모네 이현숙

   쌀집 앞을 지난다. 무청으로 만든 시래기를 엮어 놓고 판다. 아버지가 생각난다. 지난 가을까지만 해도 싱싱했을 무청이 퇴색되고 바짝 말라 바스라지게 생겼다.

   아버지는 평생 병원을 모르고 살았다. 그리 건강한 편은 아니었지만 죽도록 참는 성격 때문이다. 말기 암에 걸려 병원 침대에 누운 아버지는 미풍에도 날아갈 정도로 바짝 말랐다. 두 다리는 뼈와 가죽만 남아 미라 같았다. 만지기만 해도 바스러질 지경이다. 아버지에게도 어린 소년 시절과 탱탱한 청년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모든 생물은 탄생과 성장과 소멸을 반복한다. 소멸이 없다면 순환의 고리가 끊어져 모든 생명 현상은 멈출지 모른다. 죽은 나무가 썩어 흙이 되는 순간 새 생명으로 들어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듯 인간도 시래기처럼 바스러져 흙으로 돌아가는 순간 새 생명으로 잉태되는 게 아닐까?

   먼 인류가 흙으로 변한 땅에서 지금의 인류는 농사짓고 가축을 키워 먹고 산다. 어찌 보면 모든 인간은 시래기 인지도 모를 일이다. 죽음은 시래기가 바스러져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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