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6. 2. 1. 모래알 위에서

아~ 네모네! 2016. 7. 9. 14:48

모래알 위에서

아 네모네 이현숙

   새벽하늘에 파리한 하현달이 보인다. 하현달 옆에 모래알만한 별도 보인다. 목성이다. 목성은 지구보다 크다.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이다. 지구보다 318배나 무겁고 부피는 1,500배가 넘는다. 목성에서 지구를 보면 얼마나 작을까? 도대체 보이기나 할까?

   이렇게 작은 지구에 붙어사는 인간은 모래알 위에 붙어사는 세균 같다. 이런 존재인 우리가 왜 그리도 아웅다웅 치고 박고 사는지 알 수 없다.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안개 같은 인생이다. 찰나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우리에게 왜 그리 우여곡절이 많은지?

   얼마 전 아홉 살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아버지에 관한 뉴스를 보았다. 시신을 토막 내어 일부는 버리고 일부는 냉동실에 보관했다. 그러고 나서 부모는 태연히 치킨을 시켜 먹었다는 것이다. 엄마도 이 사실을 알면서 몇 년 씩 그냥 덮어두고 지냈다. 아들이 장기 결석하여 수사망을 좁혀가자 도망가려고 이리 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어찌 인간이 이토록 잔악해질 수 있을까?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았으니 뭐라 할 말은 없지만 너무도 가슴 아프다.

   7개월 된 딸을 던져서 죽게 한 엄마도 있다. 방긋방긋 웃는 자기 딸을 어떻게 죽도록 패대기칠 수 있을까? 아마도 산후 우울증이 심해 제 정신이 아니었을 것이다. 밤잠도 제대로 못 자고 시달렸을 테니 괴롭기도 했겠지.

   무한한 우주 공간에 뜬 하나의 모래알 위에서 우리는 이다지도 많은 사건 사고를 만들며 산다. 목성에서 우리를 본다면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한 순간에 우주 공간으로 흩어져 버릴 지도 모를 지구 위에서 우린 무슨 일을 하는 것일까? 순간순간 기쁨과 슬픔에 몸을 맡긴 채 모래알에 붙어 연명하는 우리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 한 톨의 먼지만도 못한 인생일까? 예수님은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했는데 그 말이 믿을 만한 소리인가? 한 생명으로 천하를 만들 수도 없지만 천하를 준 들 한 생명을 얻을 수는 없다.

   나라는 존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십억 년에 걸친 지구 생성과 생명체의 진화가 있어야한다. 무수한 유전자의 결합이 있어야하고 지금까지 연명하려면 기적에 가까운 행운이 있어야한다. 이래서 한 생명은 무한히 사소하면서도 무한히 존귀한 존재다. 오늘도 나는 한 알의 모래알 위에서 어릿광대 같은 춤을 추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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