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불안 미래의 불안
아 네모네 이현숙
수업 종은 쳤는데 교실이 어딘지 모르겠다. 1층에도 2층에도 3층 4층 다 뒤지고 이 구석 저 구석 다 들여다보아도 그 교실이 없다. 다른 건물에 있나하고 운동장을 지나 다른 건물에 가 봐도 없다.
시작종이 친지 한참 지났는데 큰일 났다. 아이들이 복도에 나와 돌아다니며 떠들 텐데, 다른 반 수업에 지장이 있을 텐데, 별별 생각을 다하며 헤매다가 잠이 깼다. ‘아참 난 퇴직했지’ 하는 순간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퇴직한 지 10년이 더 지났는데 아직도 이런 꿈을 꾼다. 출석부 찾느라 헤맬 때도 있고, 실험 준비를 안 해놔서 걱정할 때도 있다. 시작 시간이 다 되었는데 예습을 전혀 안 해서 걱정할 때도 있고, 교무실에 내 자리가 없어 이리저리 헤맬 때도 있다.
얼마 전 매 주일 함께 구역예배를 보는 여자 장로님 남편이 돌아가셨다. 전날까지 시장에서 보았다는 사람도 있고, 그 날 김장을 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웬일인가 하며 장례식장에 갔다.
장로님 딸에게 갑자기 웬일이냐고 물으니 그날 아들, 딸, 며느리 손자들까지 와서 다 함께 거실에서 김장을 했단다. 아버지는 반신욕이나 하겠다고 들어가셨는데 한참이 지나도 안 나오시더란다. 이상해서 들어가 보니 벌써 돌아가셨단다.
세상에 이렇게 복 많은 사람도 있나 싶다. 복 중에 최고의 복이 죽는 복이라는데 이 분은 천복을 타고 났나보다. 부인도 자식도 전혀 괴롭히지 않고 자신도 고통스럽지 않고 병원 가서 괴롭힘 당하지도 않고 잠자듯 편안하게 갔으니 얼마나 좋으냐 말이다.
문상 온 권사님 한 분이 장로님에게 얼마나 잘 된 일이냐고 자기 남편은 중풍으로 쓰러져 16년 째 자기를 괴롭히고 있다고 하소연을 한다. 생각할수록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편안히 저 세상으로 가면 얼마나 좋을까?
나이가 들어가고 여기 저기 아파오니 죽음의 문턱을 넘을 걱정이 앞선다.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 대소변도 못 가리면 어쩌나? 요양병원에 가서 오지 않는 아이들 기다리며 쓸쓸히 지내면 어쩌나? 치매가 와서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고 자식새끼 괴롭히면 어쩌나?
현재의 불안이 아닌 과거의 불안과 미래의 불안이 나를 짓누른다. 왜 인간은 지금 있지도 않은 과거의 일로 또 앞으로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미래의 일로 이렇게 불안해하는 것일까? 다른 동물들도 이런 불안에 떨며 살아가는 것일까? 이런 멍청한 짓은 그만 두고 현재만 바라보며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 참 행복인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 일용할 양식이 있음에 감사하고 오늘 하루 주어진 시간에 감사하면서 살면 될 텐데 왜 뒤를 보고 괴로워하고 앞을 보고 걱정하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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