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5. 12. 20. 자기 결정은 자기 책임(독후감)

아~ 네모네! 2016. 1. 4. 16:03

자기 결정은 자기 책임

아 네모네 이현숙

  순전히 얇다는 이유만으로 이 책을 선택했는데 잘못 찍었다. 책의 위치를 확인하려고 검색한 종이를 뽑는 순간 철학 코너에 있다는 글씨가 보인다. ‘아이쿠, 내 팔자야~ 형이하학적 글도 이해 못하는 내가 무슨 팔자에 없는 철학이란 말인가?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 이미 엎어진 물인데~ 내가 결정했으니 내가 책임질 수 밖에~’

  전철에서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부터 예상한 대로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과 학문은 1 더하기 12로 똑 떨어져서 내 입맛에 딱 맞는데 인문학 글은 그게 그 소리요, 이게 그 소리라 이현령비현령 고무줄 늘이기 같아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대충 읽고 헛소리라도 하려고 마음먹고 무턱대고 읽어갔다.

  이 책의 저자는 페터 비에리라고 하는데 1944년 스위스 베른에서 태어났다. 마그데부르그 대학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철학과 교수를 했다. 대표작으로 리스본행 야간열차가 있다. 자기결정이란 이 책은 그라츠 아카데미의 초청으로 2011년에 열린 3일 동안의 강의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이 책의 주제는 표지에 부제목으로 쓰여 있는 대로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 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강의는 자기 결정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이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기 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의 압력이 없어야합니다. 내적인 독립성을 가져야하는데 즉 내 삶의 연출권을 내가 가져야한다는 뜻이지요. 그저 맹목적으로 닥치는 대로 살아가거나 되는대로 맡겨선 안 되고 자기 스스로를 테마로 삼아서 스스로 돌볼 수 있어야합니다.

  자기 결정은 내가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자신을 이해해야 바른 결정을 할 수 있는데 자신을 이해하는 방법의 하나는 자신을 말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겪었던 일을 말로 표현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파악하고 이해하게 됩니다. 자기표현을 통해서 개인적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무의식적인 것을 언어로 나타냄으로써 의식 위로 끌어올리게 됩니다.

  문학작품을 읽으면 인간의 삶을 이끌어가는 모습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상상력의 반경이 보다 넓어지는 것이지요.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정확한 정체성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독서보다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이야기를 직접 쓰는 것입니다.

  두 번째 강의는 자기 인식은 왜 중요한가?’입니다.

우리는 이유를 모르면 한 걸음도 옮길 수가 없습니다. 걷다가 걷는 이유를 모르면 일단 멈추지요. 그러다 이유가 생각나면 다시 가던 길을 걸어가게 됩니다.

  이것은 인생의 긴 단락에서 일어나는 행위에도 해당됩니다. 결혼, 창업, 집필 등에서도 그 행위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것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알아야 계속할 수 있습니다.

  삶의 방향성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고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이해가 뒷받침 될 때라야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거지요. 내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내가 사는 목적은 무엇인지, 이 물음에 대한 끝없는 추구가 우리 인류의 모든 학문을 탄생시켰다고 볼 수도 있지요. 어쩌면 모든 종교도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종교에서는 믿음을 강조합니다. 이해가 안 되도 믿으라고 하지요. 생명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팔을 잘라도 생명이 유지되고 다리를 잘라도 생명이 유지됩니다. 하지만 심장을 자르거나 뇌를 잘라내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생명은 심장이나 뇌에 있는 것일까요? 그것만 가지고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합하여 생명을 이루는 것이지요. 학문이나 종교도 너무 파헤치고 해부하다 보면 모든 것을 잃어버릴 지도 모릅니다.

  막스 프리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어떤 사람이 아닌지조차 알지 못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 아닌지를 아는 것, 더 나아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 작가들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이 누구인지 표현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사람입니다. 진정한 자기 인식을 통해서 만이 진정한 자기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강의는 문화적 정체성은 어떻게 탄생하는가?’입니다.

한 사람의 정체성은 유전자, 신체 구조, 물리적 현상 등 신체가 가진 조건으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에게는 문화적 정체성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인간이 사는 문화적 구조는 단일하지도 않고 불변하는 것도 아닙니다. 공동체마다 다양하며 시간에 따라 변해갑니다.

  우리를 문화적 존재로 만드는 기본적인 능력은 언어입니다. 언어에 이런 능력이 있는 것은 경험을 개념적으로 조직하는 일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문화적 정체성을 알면 진정으로 자신이 누구이며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어 이를 통헤 자기 스스로 자기결정을 할 수 있는 삶을 살게 됩니다.

  이 책을 선택한 것도 내 자신의 결정에 따른 것이니 내가 책임져야하는 것이겠지요. 앞으로도 내 자신이 나의 삶을 선택하고 책임지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