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5. 11. 9. 어디로 눈을 돌릴까?

아~ 네모네! 2015. 11. 20. 16:18

어디로 눈을 돌려야하나

아 네모네 이현숙

 

  세상에 태어나 눈에 들어오는 무수히 많은 것들. 내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것들은 과연 무엇일까? 엄마는 종로 5가 집에서 나를 낳았으니 당연히 그 집 안방이 내가 처음 본 세상이었을 거.

  어렸을 때는 서울을 벗어난 적이 없으니 온 세상은 집들로 가득 찬 곳인 줄 알았다. 고등학교 때 완행열차를 타고 전라도 장흥까지 가는데 하루 종일 갔다. 아하~ 세상은 산과 들로 가득 찬 곳이구나 감탄했다.

  학교 다닐 때는 학교가 온 세상인 줄 알았고, 시험 잘 보는 것이 인생의 목표였다. 결혼하여 자녀를 키울 때는 내 아이들이 온 우주였고, 사는 목적이었다.

  아이들도 다 떠난 지금 생각하면 내가 지금까지 무얼 보고 살아왔나 싶다. 우리 인생의 목표는 과연 무엇일까? 죽음 저 너머에는 어떤 세상이 펼쳐져 있을까? 죽음 너머 세상에서 온 사람이 없으니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어떤 선생님도 나에게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왜 사는지 왜 죽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아니 알려줄 수 없었겠지. 나도 내 아이에게 밥이나 먹였지 본질적인 것은 알려주지 못했다.

  세상에는 이상한 것에 눈 돌리고 허공을 잡으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아파트 평수 늘리는데 온 힘을 쏟는 사람도 있고, 인기를 얻으려고 심혈을 기울이는 사람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얻으려고 목숨 거는 사람도 있고, 자녀 교육에 인생을 거는 사람도 있다. 아직도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온 세상을 들쑤시고 돌아다니는 내 모습이 어리석다.

  모두 바람을 잡으려는 동작이다. 우리는 평생 식욕과 성욕과 안목의 정욕을 채우려고 허덕이는 지도 모른다. 이 욕망의 노예가 되어 어디로 끌려가는지도 모르면서 끌려가는 것이 우리 인생이 아닐까?

  무한한 이 우주공간 어디를 바라보며 걸어가야 나는 바른 길을 갈 수 있을까? 이 세상의 많은 식물과 동물과 사람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우리 모두 이상한 것에 눈을 돌리며 허공을 걸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 치 앞에 어떤 장벽이 있는지 어떤 낭떠러지가 있는지 죽음의 사자가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우리는 현재 밖에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다. 시간과 공간에 갇혀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 인간이다.

  오늘도 여기 저기 눈길을 돌리며 이것저것에 마음을 빼앗기는 나는 정작 꼭 보아야할 것을 보지 못하는 장애인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