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5. 11. 5. 화순 (감상문)

아~ 네모네! 2015. 11. 20. 16:17

일본 놈은 물러가고 좇선 놈은 들어와라

 

아 네모네 이현숙

 

  ‘스탠딩뮤지컬 1946 화순은 해방 후 1946년에 화순 탄광을 자체적으로 관리하던 노동자들과 탄광의 새로운 주인이 되고자 한 미군정 사이에 무력 충돌이 일어난 사건을 극화한 것이다. 스탠딩뮤지컬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서서 하는 것으로 보아 서서하는 뮤지컬이란 뜻인가 보다.

  지난 9월 초연 당시 이 작품은 투자나 지원금 없이 참가한 배우와 스태프들의 자비로 제작해서 이렇다 할 홍보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작품을 본 관객들에 의해 순식간에 입소문이 나서 전 회, 전 석 초과 매진을 기록했다.

  ‘화순은 조국의 해방을 도와준 미군에 의해 오히려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학살당한 아이러니한 역사를 극화함으로써, 광복 70주년을 또 다른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해방인 줄 알았더니 그놈이 그놈. 해방군이 아니라 순 훼방꾼이라.”는 대사가 이런 상황을 대변한다.

  나레이션을 맡은 송영학 배우는 우리 롯데수필에 와서 낭독법에 대한 특강을 한 적이 있다. 그가 나올 때마다 친근감을 느끼고 낭독에 대한 기법을 다시 한 번 복습하는 기회가 되었다.

  특히 9개월 밖에 안 된 아기를 안고 기염을 토하는 배우가 인상적이었다. 아기가 잘 시간인데 잠도 안자고, 어둡고 시끄러운 환경에서 울지도 않는 것이 신기했다. 울기는커녕 배우와 함께 박수 치고 잼 잼도 하며 즐기고 있다. 나중에 들으니 엄마와 아빠라고 하는데 우리가 보기에도 그렇게 보였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이런 소리를 듣고 태교를 받았나보다. 앞으로 대 스타가 될 기질을 타고 났다.

  대사 중 미국 사람 믿지 마라. 소련 사람 속지 마라. 일본 사람 일어선다. 조선 사람 조심해라.” 이런 소리는 우리 어려서도 종 종 듣던 말이다. 시국이 하도 불안하니 이런 유행어가 생겼나보다. 이걸 농담으로 바꾼 소리도 있다. 여관 주인이 일 본 놈은 물러가라. 선 놈은 들어와라.”로 바꾸어 여관 앞에 붙였다는 것이다.

  시국 불안에 대한 유행어로 삼팔선은 이사 간다.’도 있는데 한국 전쟁이 일어난 1950년이 단기로는 4283년이다. 그 당시에는 단기를 썼는데 숫자를 거꾸로 읽으면 삼팔이사가 되는 것이다.

  작품 전체에 흐르는 암울한 분위기가 그 시대상을 잘 표현하고 있다. 배우들의 열정과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피곤해서 졸까봐 걱정하며 들어갔는데 졸기는커녕 무대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노사 간의 갈등은 비단 그 시대만의 일은 아니다. 지금도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신음하는 무수한 노동자들이 있다. 이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기 마련이다. 지구에 밤과 낮이 계속 되는 한 이런 일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 거리를 좁히기 위해 우리는 끝없이 노력해야하지 않을까?

  연극을 다 끝내고 모든 배우들과 아기까지 줄을 서서 관객을 환송하는 모습도 우리를 감동시켰다. 우리는 송영학님을 만나 권남희 선생님이 보낸 화환을 전달하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번 연극 공연 본 사람들은 대박 난 것이다. 아니 로또 당첨보다 더 횡재한 것이다. 피천득 기념관에서 피땀 흘려 돈을 번 네 사람이 밥 사주고, 커피까지 사주었으니 우린 완전 날로 먹었다. 이렇게 공짜 좋아하다가 몇 가닥 남지 않은 머리카락 몽땅 빠질까 걱정이다. 앞으로도 이렇게 의식 있고 열정이 넘치는 연극을 또 볼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