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5. 10. 19. 족집게 과외 (송영학 특강)

아~ 네모네! 2015. 11. 20. 16:14

족집게 과외

아 네모네 이현숙

 

  오늘 수필교실에서는 족집게 과외를 받았다. 권샘이 이태리로 문학기행을 가신 관계로 송영학 배우가 특강을 했다. 낭독에 관한 강의였는데 그야말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수업이었다.

  우선 10분 전에 미리 와서 대기하는 것부터 마음에 들었다. 수업은 일방적인 강의가 아니라 한 사람씩 자신의 수필을 낭독하게 하고 일일이 개인지도를 해주는 방식이었다.

  평소와 같이 내가 처음 타자로 먼저 낭독을 하였다. 몇 줄 읽지 않아서 바로 태클이 걸렸다. 그렇게 책 읽듯 읽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또 학생들에게 주입시키려는 욕심으로 가득 찬 낭독은 듣는 이를 질리게 한다는 것이다.

  미리 우리의 낭독회 원고를 모두 읽고 준비해 온 성의가 대단하다. 그래서 내가 교사였던 것도 다 알고 교사의 태도를 버리라는 것이다. 줄줄이 읽지 말고 말하고 싶은 요지만 잘 들리게 하라고 한다.

  허해순 : 낭독하기 좋은 수필이다. 감정을 넣어서 하라. 표정도 곁들이면 더 좋겠다. ‘이 남자는을 강조하라. 감정의 세기를 1~10까지 다르게 하라.

  곽인희 : 그 당시 상황을 머리에 떠올리며 읽어라. 눈물이 나는 여운을 두어라. 말의 어미를 떨어뜨리지 말고 올려라. 설명할 필요는 없다.

  반화자 : 천천히 읽어라. ‘옛날 일이다~’ 하고 주문을 걸 듯 읽어라. 관객이 웃으면 웃음이 멈출 때까지 기다려라. 노래 가사는 직접 부르면 더 좋다.

  김상남 : 시 낭송을 많이 한 것 같다. 이렇게 하면 음률만 남고 내용이 안 들어온다. 슬픈 내용이라도 처음부터 미리 감정을 내보이지 마라.

  윤정희 : 대화체는 대화하듯 읽어라. 걱정스러운 것은 더 걱정스럽게 읽어라. 남편의 반응도 생각하면서 읽어라. (이남수샘 원고를 읽었음. 남편이 없어서 그렇다고 회원들이 변명해줌. )

  이영숙 :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때 자신의 느낌을 생각하며 읽어라. 건조하게 읽으면 청중의 생각을 다른 곳으로 빼앗긴다. ‘~딱 망했다. 가늘고 길~.’ 마침표, 느낌표, 말줄임표를 살려서 읽어라.

  김정태 : 좀 더 재미있게 신혼초 같이 읽어라. 어렸을 때 20대의 호흡으로 읽어라. “사람 참~”은 남편의 목소리로 읽어라.

  안병옥 : 경상도 출신이냐? 편안한 억양으로 경상도 사투리로 읽어라. 말의 어미를 올려라. 드라마 대사를 따라서 해보면 좋다. 하나하나 스타카토 식으로 끊어 읽어라.

  이은정 : 감정이 안 들어갔다. 책 읽듯 읽으면 안 된다. 낭독은 읽는 게 아니라 감정 전달이다. 대구 쪽 사람이냐?

  함정은 : ‘백곰은 짜증스런 느낌으로 읽어라. 감정을 숨기는 성격 같다. 남의 흉내를 잘 안 내는 것 같다. 자신의 감정을 과감히 드러내라.

  윤중일 : 경상도 사투리를 그대로 나타내니 편안하게 느껴진다. 너무 잘 읽었다. ‘함박눈을 읽을 때는 눈을 맞는 느낌으로 읽어라.

  안혜영 : 잘 한다. 불안한 감정을 표현하라. ‘괴롭다.’는 괴로운 심정으로 읽어라.

  박순호 : ‘그만’ ‘또 버렸다.’를 끊어서 읽어라. ‘자켓만을 강조하라.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 같다. 표정을 자주 써야한다.

  강귀분 : 쑥스러워하지 말고 감정 표현을 10대처럼 해라. 창피스러워하지 말고 자신 있게 하라. 문어체의 글이라 낭독하기 힘들다.

  조경숙 : 어렸을 때 웅변했느냐? 웅변조의 낭독이라 힘이 들어가 있다. (교장선생님이라 훈화를 많이 해서 그런가보다. 본인이 웅변반 지도를 많이 했다고 실토함)

  김영순 : 감정을 숨기고 주장하는 톤이다. 나레이션을 할 때는 힘든 것일수록 속도 조절만하고 감정은 냉철하게 절제하며 읽어라. 듣는 사람이 감동 받게 하고 자신이 먼저 감동하면 안 된다. 관객에게 감정을 강요하면 안 된다.

김수경, 유영희, 김성숙, 김영숙, 박위순, 이수연샘은 원고가 없다고 안 읽어서 아쉬웠다.

  송영학 배우는 한 마디로 족집게 무당 같다. 낭독자의 성격에서부터 출신성분까지 예리하게 알아낸다. 그야말로 100촉짜리 촉수를 가진 사람이다. 중간 중간 우리를 일으켜 세워 동안의 얼굴 만드는 법, 호흡법도 알려주고, 얼굴을 늘였다 줄였다 하며 온갖 운동을 다 시킨다. 졸려고 해도 도저히 졸 수 없고, 다른 생각하려해도 할 수 없는 명강의다. 앞으로 우리의 낭독회가 확연히 달라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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