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5. 11. 13. 화장실에 사는 인간

아~ 네모네! 2015. 11. 20. 16:20

화장실에 사는 인간

아 네모네 이현숙

 

  전깃줄에 수많은 비둘기가 나란히 앉아 있습니다. 비둘기 밑에는 비둘기 똥이 잔뜩 떨어져 있습니다. 비둘기가 혼잣말로 중얼거립니다. 인간들이란 우리 화장실에 사는 동물에 불과하네~

  대학교 다닐 때 제주도에 갔습니다. 68년도니까 벌써 50년이 되어가네요. 한라산에 올라갔다 내려와 해변가 비포장 길을 마냥 걸었습니다. 34일 동안 한라산 등반을 마친 우리는 지칠 대로 지쳐 터벅터벅 먼지를 풀 풀 내며 걸었습니다. 버스도 자주 없던 때라 모슬포까지 한 없이 걸었습니다.

  걷다가 한 농가 화장실에 들렀습니다. 볼 일을 보려는데 꿀꿀 소리가 들리더니 시커먼 돼지가 다가왔습니다. 나오려던 똥이 속으로 쏙 들어갔습니다. 기겁을 하여 뛰어나왔습니다. 돼지는 인간을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맛있는 음식을 주는 고마운 동물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지난여름 러시아 캄차카에 다녀왔습니다. 가이드가 곰을 조심하라고 하며 몇 년 전 한 여자 아이가 곰에게 습격 받은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길 가다가 곰이 달려들었는데 주위에 아무도 없었고 구원을 청할 수 없었습니다. 핸드폰으로 엄마에게 전화하여 엄마~ 지금 곰이 내 팔을 뜯어 먹어요. 내 다리를 물어뜯었어요.” 삼 일 후 위치 추적을 하여 가보니 이미 죽은 후였대요.

  모든 동물은 다른 생물을 먹지 않으면 생명을 이어갈 수가 없죠. 오늘도 내 배를 채우기 위해 무수한 생명이 희생되었어요. 식물은 물과 공기와 햇빛만 있으면 광합성을 하여 직접 영양분을 만들 수 있으니 참 좋겠어요.

  앞으로 과학이 더 발달하면 인간도 다른 생물을 먹지 않고 직접 광합성을 하여 양분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할 지도 모르죠. 그러면 참 좋겠어요.

  오늘도 횟집 앞을 지나며 수족관 안에 유유히 헤엄치는 도미를 보았습니다. 저렇게 평화로이 살고 있는데 내가 꼭 저걸 잡아먹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하긴 나도 무수한 생명을 먹었으니 죽은 후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어 은혜를 갚으면 좋겠지만 인간은 다른 동물이 먹지 못하게 땅 속 깊이 매장을 하거나 화장을 하니 은혜 갚을 길이 없네요.

  티벳 사람들은 사람이 죽으면 조각조각 토막을 쳐서 독수리에게 먹이로 주니 어찌 보면 이게 더 순리에 맞는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렇게 모든 생명은 서로가 서로에게 먹이가 되어주며 생명을 이어가는지도 모르죠.

  직접 동물에게 먹이가 되지는 못할망정 흙으로 돌아가 식물의 먹이가 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네요. 어쩌면 모든 생물은 서로 연결된 하나의 생명체인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