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5. 8. 31. 겁 나는 세상

아~ 네모네! 2015. 11. 20. 16:03

겁나는 세상

아 네모네 이현숙

 

  아침부터 전화벨이 울린다. 남편이 받더니 아닌데요. 하다가 맞는데요.’ 하더니 나를 바꿔준다. 무슨 일인가 하며 전화를 받아보니 나 경기여고 다닐 때 신체육인데~” 한다. 깜짝 놀라 웬일이냐고 했더니 베트남에서 근무하는 아들이 내 글을 보내줘 재미있게 읽었다는 것이다.

  이게 뭔 일인가 했더니 2007년에 쓴 별명이란 글을 읽었다는 것이다. 몇 회 졸업생이냐고 해서 56회라고 했더니 53회와 54회에도 이현숙이 있어 전화를 했더니 아니었단다. 내 글에 중화중학교에 근무했다는 말이 있어 그 때 같이 근무하던 선생님에게 우리 집 전화번호를 알아냈다고 한다.

그날 오후 내 블로그에 들어가 보니 방명록에 아들이 남긴 글이 있다.

 

이현숙선생님(~네모네님)

  어제 우연히 다음에서 "신현순선생님"을 검색하였더니 2007년에 쓴 글, "별명"에 신 체육에 관한 글을 보고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추억속의 신 체육은 아들 셋을 두셨습니다.

아들들의 이름을 보면 참 단순하고 재미있습니다.

  안동이 고향이신 신 체육은 서울에서 얻은 첫째 아들을 서울"" "경철"이라고 하셨고,

진명여고 재직 시 얻은 둘째 아들은 나아갈 "" "진철"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경기여고 재직 시 얻은 막내아들은 ""은 벌써 장남이 사용하고 있으니, 경기의 ""를 붙여서 "기철"이라고 하셨습니다.

그 막내아들 신 기철이 바로 저 입니다. ㅎㅎㅎ

  너무도 재미있고 즐거운 옛 추억이 어우러져 한참 동안을 동쪽하늘을 보고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저는 지금 베트남 동쪽 바닷가 NSRP Project 석유화학단지 현장에 근무 중 입니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고 먼 이국땅에서 근무하니 더욱 그러 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문안인사 드리고 선생님 글에 대해서 말씀 드렸습니다.

물론 블로그도 메일로 전송해 드렸고요.

得天下英材而敎育之 - 아버지 일생에서 당신을 존경하는 이런 글을 마주하신다면 얼마나 행복하시겠습니까?

아버지를 대신하여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글을 재미있고 사실적으로 쓰심에 한 번 더 탄복하고 앞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자주 방문하여 감상하도록 하겠습니다.

  건설기술자의 두서없고 볼품없는 글, 어법이나 문법, 맞춤법은 제대로 되었는지…….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감사와 축복의 하루 되세요.

혹시 궁금하거나 연락 하실 일이 생기시면 아래 메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신 기철 드림

 

  이 글을 보니 갑자기 세상 참 좁구나 싶고 겁이 나기도 한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어디선가, 누군가 항상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친다. 그것도 쓴 지 8년이나 지난 글을 말이다.

 

  지난달에는 캄차카 여행 다녀온 사람들이 뒤풀이도 하고 사진도 교환하고 했다. 저녁식사 후 집으로 오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같이 갔던 원장님이 다음에 들어가서 캄차카 이규열을 치니 내 기행문과 우리들 사진이 줄줄이 올라온다는 것이다. 이게 웬일이냐고 하는데 블로그 생각이 난다. 다음에 있는 내 블로그에 기행문을 올린 것이 이렇게 마구 떠오르나보다. 캄차카라는 말과 가이드 이름 이규열을 쓴 것이 문제다. 순간 같이 간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에는 지구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사생활이 노출된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마구 돌아다니고 복사되어 전 세계를 누빈다. 생각할수록 겁난다.

  차를 타고 다닐 때도 내비게이션을 켜 놓으면 몇 미터 앞에 과속 방지턱이 있다거나 몇 미터 앞에 단속 카메라가 있다고 미주알고주알 떠드는 소리를 들으면 모든 인류가 부처님 손바닥 아니 인공위성 손바닥에 놓인 것 같다. CCTV가 곳곳에 설치되어 범인 체포를 잘 하니 좋기도 하지만 나의 사생활이 곳곳에서 찍힌다고 생각하면 역시 기분 좋을 리 없다.

 

  앞으로는 감시에서 더 나아가 일일이 간섭하고 통제하는 날이 이를 것 같다. 도대체 인간은 얼마나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것일까? 유전자 조작도 실용화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불안하기만하다. 그저 이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땅 속으로 숨어버리는 게 최상책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