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2015. 10. 15. 문학기행

아~ 네모네! 2015. 10. 18. 09:34

20만원의 감동

 

아 네모네 이현숙

 

기간 : 20151015~ 1016

장소 : 괴산의 산막이 옛길, 화양서원

 

  미래수필회원들과 괴산에 있는 산막이 옛길과 화양계곡에 있는 화양서원으로 문학기행을 떠났다. 문학기행 행사가 벌써 10년이 넘는다. 문우들과 떠나는 여행은 새로운 맛이다.

  산막이 옛길은 괴산댐을 만들면서 생긴 괴산호 둘레길이다. 옛날 심마니들이 약초를 캐러 다니던 길인 듯하다. 올 가을에는 여기에 세 번이나 가게 되었다. 이 길을 넘나들던 심마니들이 나를 불렀나보다.

  9월에는 롯데등산반에서 왔고 개천절 날은 동생들과 친정부모 산소에 갔다가 또 오게 되었다. 호수 곁에 있는 등잔봉에 오른 후 산막이마을로 내려와 호숫가 길을 따라 걸었다.

  이번에는 미래수필문학회에서 또 오게 되었으니 산막이 마을과 전생에 무슨 인연이라도 있었나 싶다. 주차장에서 조금 걸어가니 유람선을 타는 차돌바위나루가 나타난다. 여러 번 왔어도 유람선 타는 건 처음이다. 산들이 녹아있는 물결을 헤치고 나아가는 맛은 등산하며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맛이다.

  10분 정도 가니 산막이 마을 앞에 있는 산막이 나루다. 너무 짧아서 아쉬운 마음을 품고 배에서 내렸다. 여기서 호숫가 길을 따라 3킬로 정도 걸어야 주차장까지 되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호수에 비친 산과 호숫가의 갈대를 보며 걷다보면 지루한 줄 모른다.

  한반도 지형 오른 쪽에는 바위를 쌓아 만든 울릉도와 독도도 있다. 등잔봉에서 보면 한반도 모양이 보이지만 호숫가에서 보면 전혀 그 모양을 볼 수 없어 아쉽다. 사실 산 위에서 보아도 별로 신통치는 않다. 억지로 한반도라고 우기니까 그렇게 봐 줄 뿐이다. 전라도가 뚝 떨어져 나간 두리뭉실한 모양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인절미를 만들어 파는 곳도 있고 앉은뱅이 약수도 있다. 앉은뱅이가 이 물을 먹고 나아서 걸어갔다는 전설이 있는 약수다. 얼마 전까지 호랑이가 살았다는 굴 앞에는 호랑이 모형을 만들어 놓았다. 자연에 풀어 놓으면 정기를 받아서 모두 파릇파릇 살아난다.

  숙소인 수안보 한화콘도에 짐을 풀고 낭독회를 하였다. 낭독회를 시작하기 전에 춘자샘이 끓여온 호박죽으로 요기를 하였다.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기막히다. 춘자샘은 글만 잘 쓰는 줄 알았더니 요리솜씨도 전문가 뺨친다. 새벽 한 시가 넘도록 호박죽 끓이느라 잠도 못 잤다고 한다. 누가 시킨들 이렇게 할 수 있을까? 그저 회원들에게 먹이고 싶어 하는 그 마음에 감사하고 고마울 뿐이다.

  임원진들의 야무진 준비와 추진으로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술 술 진행된다. 늙어가며 좋은 것과 싫은 것 등 각자의 느낌을 발표하니 웃음바다가 되었다가 눈물바다가 되었다가 한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마디 글이 그 사람의 진면목을 나타낸다.

  저녁 식사 후 노래방으로 갔다. 나는 노래라면 긴장하여 경기가 날 지경인지라 몰래 방으로 들어왔다. 나중에 노래하고 온 정태샘 얘기를 들으니 함정은 샘이 김제에서 불교합창단 행사를 마치고 노래방으로 왔다고 한다. 김제에서 여기까지 택시를 잡아타고 왔다고 하니 그 열정에 가슴이 먹먹하다. 영숙샘과 해순씨, 장옥씨, 정태씨, 나까지 다섯 명이 줌마방에 들었다. 수다방과 일군방 등 방 이름도 재미있다. 톡 톡 튀는 아이디어가 반짝인다.

  아침에 일어나 온천장에 갔다. 안으로 들어가니 벌써 우리 팀 언니들이 탕 안에서 느긋하게 온천욕을 즐기고 있다. 노천탕도 있어 거기 나가 수다를 떨었다.

  온천욕을 마치고 방으로 오다가 병옥샘과 순호샘을 만났다. 아침 산책을 간단다. 나도 합세했다. 마땅히 산책길이 없어 그냥 차도 옆을 걸었다. 차들이 별로 다니지 않아 그런대로 걸을만하다.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긴다. 병옥샘 말을 들으니 함정은 샘은 어제 거금 20만원을 주고 김제에서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또 감동이 밀려온다. 24명의 낭독보다 더 큰 감동이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나 같으면 돈이 아깝고 혼자 올 엄두가 안 나서 도저히 못 했을 것이다.

  갑자기 목에 힘이 들어가고 어깨가 으쓱으쓱 올라간다. 우리가 이런 팀이라고 길 가는 사람 붙잡고 소리쳐 자랑하고 싶다. 길 가는 사람이 없어서 아쉽다.

  방으로 돌아와 김밥과 성숙샘이 끓인 계란탕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성숙샘은 얼굴만 예쁜 줄 알았는데 요리도 일품이다. 요리도 못하고 얼굴도 박색인 나 같은 사람 만난 인간이 불쌍하다. 과일과 커피까지 완벽하게 써빙을 받고 화양계곡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만추의 기운이 확 밀려든다. 화양계곡에는 우암 송시열 선생이 머물던 화양서원이 있다. 서원까지 가는 길이 기막히다. 운영담에 비친 절벽이 환상이다. 물 가로 내려가 온갖 포즈를 잡으며 촬영 삼매경에 빠진다. 화양계곡은 친정 엄마가 살아계실 때 가족여행을 왔던 곳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자연은 변함없이 나를 맞아준다.

  서원 안으로 들어가 계단을 오르는데 경사가 어찌나 급한 지 아차 하면 나뒹굴게 생겼다. 강귀분 샘은 앙코르와트 같다고 하면서 잘도 올라간다. 서원 뒤로 돌아가니 돌계단이 있고 담장 너머 야산으로 이어진다. 계단에 서서 즐겁게 춤을 추다가~” 노래를 불으며 생쇼를 벌였다. 낙엽을 모아 낙엽비를 뿌리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유치원 어린이들 같다.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오며 느긋한 만추를 자근자근 씹는다. 세상에 우리보다 더 행복한 놈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하고 싶다.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이번 여행 최고의 감동은 20만원이다. 세상천지에 20만원 택시비 내고 이런 모임에 참석하는 인간 있으면 당장 나와 보라고 하고 싶다. 우린 세상 어디 가도 꿀릴 것 없는 이런 모임의 회원이다. 라이온스 클럽 회원보다 더 당당하고 미래가 보장된 미래수필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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