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2015. 4. 6. 은박산 거류산

아~ 네모네! 2015. 4. 10. 15:05

도다리회

 

아 네모네 이현숙

 

기간 : 201546~ 47

장소 : 경남 수우도, 거류산

  경상남도에 수우도라는 섬이 있는지 고성에 거류산이란 산이 있는지 듣도 보도 못했는데 같이 산에 다니던 사람들이 여기에 가잔다. 이건 물을 것도 따질 것도 없이 무조건 못 먹어도 GO.

 

  새벽 4시에 일어나 잠도 덜 깬 남편까지 깨워서 아침밥을 먹고 택시를 타고 잠실로 향했다. 약속시간이 20분이나 남아 카톡방에 도착했다고 올리니 신정옥씨가 자기도 3번 출구에 있단다. 둘이 어두컴컴한 출구 앞에서 대장님 차를 기다리려니 이게 무슨 짓인가 싶다. 누가 돈 주고 하라면 절대 못할 일인데 내가 좋아서 내 돈 내고 하니까 시키지 않아도 한다.

  차가 어디 있는지 몰라 김대장님에게 전화하니 너구리상 앞에 있단다. 그리로 가니 최대장님이 밖에 나와 손짓한다. 금옥씨도 오고 순자씨도 왔는데 연옥씨가 안 온다. 전화를 하니 어제 영취산 갔다가 넘어져 발에 깁스를 했단다. 아니 그럼 도다리 쑥국은 누가 끓이냐고 하니 미안하단다. 연옥씨가 쑥을 따서 도다리 쑥국을 끓이기로 했는데 다 틀렸다.

  죽전에서 양숙씨와 영희씨, 박현숙씨가 탔다. 모두 열 명이 삼천포로 달렸다. 오늘 어선을 타고 수우도로 들어가 은박산 산행을 하기로 했다. 서울서는 멀쩡하던 날씨가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잔뜩 찌푸리더니 비가 오기 시작한다. 삼천포항에서 어선을 타니 어디 비를 피할 곳이 없다. 작은 지붕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수우도로 향했다. 비는 내리지, 파도는 치지, 뱃바닥에 있는 밧줄에 겨우 엉덩이만 걸치고 앉아 있으려니 엉덩이뼈가 살을 뚫고 나오려한다. 바람까지 몰아치니 다들 동지섣달 개 떨듯한다.

  선장 아저씨의 집인 수우도 민박집에 들어가 점심을 먹었다. 수우도는 숲이 우거진 섬의 모양이 소처럼 생기고, 또 동백나무가 많아서 나무 수()’자와 소 우()’자를 합하여 수우라는 지명이 유래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어쩐지 수우도에 사는 사람들은 성적표에 수나 우만 받았을 것 같다. 소 모양의 섬에 오느라 그랬는지 열 명 중 소띠가 다섯 명이다. 황소 한 마리에 젖소 네 마리다. 젖소는 모두 늙어서 아무도 젖이 나오지 않는데 황소는 열두 살 연하라 그런지 힘이 넘쳐 밭도 갈아엎고 산도 갈아엎게 생겼다.

  주인아저씨에게 은박산이 무슨 뜻이냐고 물으니 자기도 잘 모르는데 현지인들은 이 산에 해가 늦게 떠서 응달이 지므로 음박산이라 한단다.

  다들 추워서 난로에 엉덩이를 들이대고 불을 쪼인다. 그래도 부침개와 뜨끈한 국물을 먹으니 몸이 풀린다. 식사 후 중무장을 하고 산으로 들어섰다.

  얼마 오르지 않아 산 벚꽃과 진달래, 제비꽃, 동백꽃이 앞 다투어 나와 우릴 반긴다. 땅에 떨어진 동백꽃이 비에 젖어 핏빛을 띤다. 동백꽃은 무슨 사연이 있어 이렇게 피를 토하며 죽어가나 모르겠다. 바위 능선으로 오르니 뿌옇게 젖은 바다가 우수에 젖었다. 바위가 비에 젖어 미끄러우니 쌍지팡이를 짚고도 거북이 걸음이다.

  선착장에서 시계와 반대방향으로 섬을 한 바퀴 돌면 먼저 매바위가 나타난다. 바다에 떠 있는 작은 바위섬인데 아무리 봐도 매 모양은 아닌데 왜 매바위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매라도 살았었나?

매바위를 보며 계속 오르면 고래바위가 나타난다. 고래 등 같은 넓은 바위에 오르면 사량도가 지척이다. 고래등 위에서는 고래모양을 볼 수 없고 고래바위를 지나 백두봉으로 향하는 길에서 보아야 고래바위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고래가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다.

  길에는 동백꽃이 바닥에 지천으로 깔렸는데 누군가 동백꽃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놓았다. 사랑하는 연인이 왔었나보다. 그 마음 길이 변치 않기를 빌어본다.

  밧줄이 있기는 한데 바위가 미끄러우니 밧줄을 잡고 통사정을 해야 한다. 백두봉 절벽에 매달린 밧줄은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그래도 김대장님이 선두에 서서 척 척 올라가며 갈만하다고 하니 다들 용기를 내어 바위에 붙어 올라간다.

  앞에서는 김대장님이 발을 왼쪽으로 디뎌라 오른쪽으로 디뎌라 자상하게 일러주고 뒤에서는 최대장님이 말없이 돌봐주니 다들 거뜬히 정상을 밟았다. 대원들의 털끝 하나라도 다치지 않게 세심한 배려를 하는 두 대장님의 속 깊은 마음이 절로 가슴에 와 닿는다.

  백두봉에 올라서니 고래바위가 납작 엎드려있고 사방이 탁 트인다. 전망은 백두산 못지않다. 벌 벌 떨며 바위에서 내려와 해골 바위로 향한다. 이정표가 없어서 왼쪽 바다 쪽을 유심히 살피며 가야 해골바위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 한참을 내려가도 해골은커녕 해골바가지도 안 보인다. 양숙씨는 해골바위 찾다가 해골 되겠다고 그냥 다시 올라가자고 한다. 잘못 내려왔나 의심이 갈 즈음 구멍투성이인 해골바위가 나타난다.

  해골바위를 찍고 다시 올라오니 카메라가 먹통이 됐다. 비에 젖어 골로 갔나보다. 최대장님 스마트폰도 골로 갔다. 해골바위를 보더니 충격 먹었나보다.

  안개를 헤치며 다시 올라와 은박산 정상으로 향했다. 정상에는 돌무더기가 쌓여있고 엉성한 나무 팻말에 통영 수우도 은박산이라 쓰여 있다.

  은박산을 내려오며 뱃시간에 늦을까봐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했다. 산길을 따라 계속 내려오면 바다가 보이고 몽돌해수욕장이 나타난다. 여기서 선착장까지 바닷가를 따라 걷었다. 배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대기소에서 비를 피하며 바나나와 빵으로 요기를 했다. 온몸이 젖어 사시나무 떨 듯 한다.

  네 시 반에 온다던 배는 다섯 시나 되어 기적을 울리며 들어온다. 그래도 정기여객선이라 실내로 들어서니 안온하다. 평일인데다 비가 오니 손님은 현지 주민 한 명에 우리 일행 열 명 뿐이다. 뿌연 안개를 가르며 달리던 배는 잠시 후 삼천포항으로 들어선다.

  항구로 돌아오자 우리는 우선 젖은 옷부터 갈아입고 회 센터에서 도다리를 샀다. 5kg이 넘는 거대한 자연산 도다리다. 회를 떠서 2층으로 올라가니 야채와 양념장을 팔고 매운탕도 끓여준다. 열 명이 배터지게 먹고도 남는다. 내일 아침에 도다리 미역국을 끓일 작은 도다리도 네 마리 샀다.

  김대장님은 운전하고 산행대장하고, 짐 올리고,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한다. 아무리 황소라도 너무 부려먹어 병 날까봐 겁난다. 차에 올라 통영으로 향했다. 배 부르고 등 따시니 잠이 쏟아진다. 병 든 닭처럼 꼬박꼬박 졸았다.

  충무 마리나리조트에 짐을 풀었다. 방이 네 개라서 열 명이 들어가니 널 널하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젖은 옷들을 의자와 식탁, 소파에 걸쳐 놓으니 멋진 콘도가 졸지에 피난민 수용소로 변했다. 내일은 제발 비가 그치기를 바라며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하늘이 잔뜩 찌푸려 우거지상을 하고 있다. 그래도 비는 오지 않으니 다행이다. 쑥이 없으니 꿩 대신 닭이라고 도다리 쑥국 대신 도다리 미역국을 끓였다. 용의주도한 양숙씨가 양념까지 다 준비해와서 새벽같이 일어나 국을 끓였다. 한 사람이 한 가지씩 반찬을 준비해오니 진수성찬이다. 최대장님은 생일날보다 더 낫다고 흐뭇해하신다.

  식사 후 과일과 커피까지 완벽하게 챙겨 먹고 고성의 거류산으로 달렸다. 엄홍길전시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안내도를 보고 있는데 현지 주민이 다가와 자세히 설명을 해준다. 전시관 오른쪽 길로 들어서니 여기도 각종 야생화가 우리를 반긴다. 솜나물꽃, 진달래, 현호색 등이 물기를 머금고 한껏 몸매를 자랑한다.

  예쁜 꽃을 만날 때마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땅에 무릎까지 꿇어가며 찍는다. 하지만 시든 꽃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통과한다. 자기도 경로인 주제에 주제 파악도 못한다고 꽃들이 비웃을 것만 같다.

  야생화와 명품 소나무에 눈을 빼앗기다보니 어느 덧 능선에 오르고 오른쪽으로 한반도를 닮았다는 당동만이 보인다. 조금 더 가니 거류산에 대한 안내판이 나온다. 전설에 따르면 옛날에 저녁밥을 짓던 처녀가 밖으로 나오니 커다란 산이 걸어가고 있었다. 놀란 처녀가 부지깽이를 두드리며 저 산이 걸어간다.” 라고 세 번을 외치자 산이 그 자리에 우뚝 서버렸다. 그래서 산 이름이 걸어산이 되었다가 거류산으로 되었다는 것이다.

  계속 오르니 거대한 성벽이 나타난다. 거류산성이다. 거류산성으로 오르니 남해의 올망졸망한 섬들이 아스라이 떠있다.

  성에서 조금 더 오르니 거류산 정상이다. 커다란 정상 표지석 앞 바위틈에 분재처럼 잘 다듬어진 소사나무가 자라고 있다. 수령 300년이 되었는데 만지거나 훼손하지 말아달라는 안내문이 서 있다.

정상에는 진달래가 한창이고 정상 너머에는 거북바위가 보인다. 엄밀히 말하면 바위가 아니고 거북봉이다. 두 개의 봉우리가 이어진 것이 한 쪽은 거북이 머리를 닮았고 한 쪽은 거북이 몸통을 닮았다. 거북이가 산의 정상으로 기어오르는 모양이다.

  거북바위 위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숲길이 이어진다. 얼레지와 큰 별꽃, 하얀 제비꽃, 괭이눈, 천남성이 무리지어 피고 오리나무꽃이 떨어져 카페트를 깐 듯 푹신하다.

  앞에서는 김 황소가 끌어주고 뒤에서는 최 호랑이가 호위하니 천하에 두려울 것이 없다. 두 대장님만 있으면 이 지구상의 어디라도 갈 수 있을 것 같다. 스페인의 무적함대가 부럽지 않다.

  내려오다가 긴 의자가 있는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양숙씨가 비닐장갑을 꺼내더니 아침에 남은 밥을 김에 싸서 주니까 너도 나도 잘도 먹는다. 산에서 먹는 즉석 김밥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한참을 내려오니 장의사 갈림길이 나온다. 김대장님이 문상 갔다가 갈 거냐고 묻는다. 하도 농담을 잘하니 대번에 알아듣고 문상을 가자고 하였다. 절 이름이 어쩌다 장의사가 되었나 모르겠다.

장의사로 내려오니 공사가 한창이다. 대웅전을 새로 짓고 계곡에 있는 부처님을 모셔온다고 한다. 문상 받을 준비가 안 되어있는 관계로 문상은 생략하고 그냥 다시 갈림길로 올라와 엄홍길 전시관 쪽으로 향했다.

  잠시 후 엄홍길 전시관에 도착해 전시관 안으로 들어가니 엄홍길의 발자국을 찍어 바닥에 동판으로 깔아 놓았다. 그가 사용한 장비들과 8천 미터급 14좌 완등했던 사진이 전시되고 히말라야의 고봉을 모형과 사진으로 재현해 놓았다. 그는 이곳 고성에서 태어나 3살까지 살았다고 한다. 일기예보에는 오늘도 비가 온다고 하여 걱정했는데 비 안 맞고 무사히 산행을 잘 마쳤다.

  저녁은 김대장님의 처갓집이 있는 금산에 가서 어죽을 먹기로 하고 북으로 북으로 달렸다. 금산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제원강 쪽에 있는 선희식당으로 들어갔다. 김대장님이 오면서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해둔 관계로 자리에 앉자마자 도리뱅뱅을 갖다 놓는다. 도리뱅뱅은 피라미를 후라이팬에 뱅뱅 돌려놓은 후 기름에 튀겨낸 것이다. 도래뱅뱅을 다 먹을 즈음 어죽이 나온다. 어죽은 민물고기를 푹 끓여낸 국물에 쌀과 국수, 수제비를 넣어 끓인 것인데 이 지방의 별미다.

  한참 맛나게 먹고 있는데 김대장님이 또 묻는다. 이 음식 이름이 왜 어죽인지 아느냐고 한다. 분명히 넌센스 퀴즈인 것 같은데 도무지 답을 모르겠다. 멍하니 바라보니 대답이 걸작이다. 외지인들이 이곳에 왔을 때 이 죽을 주었더니

! 죽이네~”라고 해서 어죽이 되었다는 것이다.

  저녁까지 포식을 하고 서울로 향했다. 카톡방을 만들어 사진을 올리자고 하였다. 이 모임의 이름을 무엇이라고 할까 생각다가 도다리회로 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해마다 이 맘 때 오면 봄철의 별미인 도다리 회를 먹게 되니까 그게 좋겠다고 다들 좋아한다. 이렇게 만장일치로 도다리회로 명명하였다.

 

  이리하여 도다리회가 발족되고 오늘 참석한 사람은 모두 창립 멤버가 되었다. 이 땅에 도다리가 있는 한 도다리회는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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