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2014. 2. 13. 일본 시마네현

아~ 네모네! 2015. 1. 28. 17:08

하나비와 1~ 2!

 

아 네모네 이현숙

 

기간 : 2014213~ 216

장소 : 일본 시마네현

  일본 시마네현에 멋진 올레길이 있다고 하여 롯데트레킹 회원들과 길을 나섰다. 시마네인지 시네마인지 처음 들어보는 곳이라 일본 지도를 찾아보니 혼슈의 남서쪽에 있는 현이다.

 

아우라지 ( 213)

  동해항에서 저녁에 출발하는 크루즈를 타야 하지만 아침 8시에 잠실을 출발하여 가는 길에 정선에 들렀다. 아우라지 강가에 이르니 눈이 풀풀 날린다. 아우라지라는 말은 두 물줄기가 만나 어우러진다는 뜻이다.

  처음 여기에 왔을 때는 다리도 없고 정자도 없고 아우라지 처녀상도 없는 황량한 물가였는데 지금은 관광지로 개발되어 여러 가지 조형물로 잘 조성해 놓았다.

  공원에 배도 만들어 놓고 뗏목도 전시해 놓았다. 이곳 산에서 자른 목재를 엮어 한양의 마포나루까지 강물로 운반했다고 한다. 이렇게 한 번 나무 장사를 하고 오면 떼돈을 벌기 때문에 뗏목이라고 했단다.

  강을 사이에 두고 뗏목을 타고 객지로 떠난 님을 애달프게 기다리는 처녀상과 총각상이 서로 바라보고 있다. 사랑을 이루지 못한 이들의 한스러운 마음을 그린 것이 정선아리랑이다.

  예전에는 강 양쪽에 줄을 매어 잡아당기는 줄배를 타고 건넜는데 지금은 거대한 다리가 놓여있다. 다리 가운데는 그믐달 모양의 조형물이 거창하게 서 있고 끝의 기둥에는 아우라지 처녀상이 조각되어있다. 다리를 건너니 여송정이란 정자 앞에 아우라지 처녀가 물끄러니 강물을 바라보고 있다.

  다시 다리를 건너 여량마을에 있는 식당에서 곤드레나물밥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곤드레나물은 언제 먹어도 꿀맛이다. 식사 후 식당 앞에 있는 돌과 이야기라고 하는 돌 박물관에 들렀다. 이곳에는 옥산장의 주인 아주머니가 아우라지 강가에서 주운 돌들이 전시되어있다.

  십이지신상을 비롯하여 날다람쥐, 독수리, 고양이 등의 모양이 박힌 돌들과 온갖 산수화를 닮은 돌이 있다. 사랑하는 남녀의 모습도 있고 현대무용을 하는 여인의 모양도 보인다.

  돌 박물관을 나와 강원도의 설경에 감탄하며 동해항에 도착했다. 여객 터미널 앞에는 눈이 산처럼 쌓였다. 강원도 사람들은 눈 피해를 당해 어려움을 겪는데 룰루랄라 놀러가는 게 미안하다. 가이드 진경임씨를 만나 배표를 받고 간단한 주의사항을 들었다.

  터미널 벽에 걸린 지도를 보니 동해항에서 사카이미나토항까지 14시간이라고 쓰여 있다. 얼른 멀미약을 먹고 각오를 단단히 한 후 배에 올랐다. DBS 크루즈라는 배인데 D는 동해 B는 블라디보스톡 S는 사카이미나토를 뜻한다. 이 사이를 운행하는 배다. 원래 블라디보스톡의 첫 자는 V인데 그냥 우리나라 발음으로 하다 보니 B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8인실 방에 들었다. 방에는 침대 여덟 개가 2층으로 놓여있다. 젊은 사람들이 위로 올라가니 연장자는 편안히 아래 침대를 차지했다. 넓은 방에서 남녀노소 수십 명이 함께 자는 줄 알았는데 우리끼리 오붓한 방에 들어가니 기분이 좋다.

  짐을 풀고 식당으로 갔다. 식권이 팀별로 색깔이 다르고 시간 차이를 두어 식사하게 하니까 붐비지 않아서 좋다. 식사 후 선내를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구경을 했다. 2층 로비 앞 벽에 보니 동그란 종이가 잔뜩 달렸다. 종이를

‘I DBS’라는 글자모양으로 배열한 것이 재미있다.

  둥근 종이에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사연과 소원이 적혀있어 우리도 하나 써 붙이자고 했다. 로비에 가니 종이가 있어 뭐라고 쓸까 고민하는데 양숙씨가 롯데트레킹 회원모두 건강하세요.’라고 쓰란다. 그렇게 쓰고 직원에게 어떻게 붙이느냐고 하니 자기를 주면 적당한 위치에 붙여준단다.

  갑판에 나가니 눈이 많이 쌓여있어 미끌미끌 나가자빠지게 생겼다. 그래도 손들고 찍고 둘이서 양팔 잡고 찍고 생쇼를 하며 사진을 찍은 후 실내로 들어왔다.

  멀미가 나기 전에 얼른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밤중에 잠이 깨어 화장실에 가려니 파도가 심해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술 취한 사람 같다. 휘청대는 내 모양이 꼭 좀비가 된 듯하다.

 

하니비로 변신 ( 214)

  아침에 선내에서 식당으로 이동하려니 바람이 어찌나 강한지 밥도 먹기 전에 날려가 물고기 밥이 되게 생겼다. 배의 난간을 잡고 2층으로 올라가 식당에 들어가니 간단한 뷔페가 차려져 있다.

  양숙씨는 멀미가 심해 거의 아무 것도 먹지 못한다. 영나씨와 나는 멀미약을 먹어서 그런지 그런대로 잘 먹었다. 방에 돌아와 짐을 챙겨 배에서 내려 버스에 오르니 가이드 진경임씨가 마이크를 잡는다. 일본에서는 자기 이름을 하나비로 불러달란다. 하나비는 불꽃놀이라는 뜻인데 불꽃처럼 화려하고 멋지게 안내해 주겠다고 한다.

  하나비씨는 목소리가 그야말로 은쟁반에 옥구슬 구르는 소리다. 물소리 같기도 하고 음악소리 같기도 하다. 버스 안에는 우리가 가는 곳의 지도를 그리고 지명도 한글로 크게 써서 알기 쉽게 해놓았다.

  마쓰에로 이동하여 사계절 모란꽃이 핀다는 유시엔 정원으로 갔다. 정갈하고 깔끔한 전통 일본식 정원이다. 모란꽃에 눈이 맞지 않도록 초가지붕을 고깔모양으로 만들어 씌웠다.

  건물과 연못과 돌들이 어우러져 완벽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바라보는 정경은 가만히 앉아 있어도 저절로 힐링이 되는 듯하다.

  신지코에서 점심 식사를 했는데 이 식당에는 솜사탕 만드는 기계가 있다. 식사 후 너도 나도 솜사탕을 만들어 먹은 다음 오쿠이즈모로 이동했다. 여기에는 오니노시타부루이라는 계곡이 있는데 도깨비 혀 떨림이란 뜻이다.

  옛날에 다마히메라는 공주를 사랑한 상어가 공주를 따라오자 공주가 이 계곡으로 도망쳤다. 상어가 계속 계곡으로 따라 올라오자 공주는 큰 돌을 던지며 점점 산속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계곡에는 많은 돌들이 쌓이게 되었다. 원래는 와니노(상어)시타이(사랑)라는 이름이었는데 발음이 변질되어 오니노시타부루이(도깨비 혀 떨림)이 되었다.

  계곡에 쌓인 눈과 바위들을 구경하며 트레킹을 했다. 눈에 덮인 꽃병 바위가 특히 인상적이다. 앞쪽에서 보면 영락없는 고려청자 모양인데 뒤로 돌아가 보면 주먹모양이다.

  트레킹을 마치고 이즈모타이샤로 이동했다. 일본 제일의 신사다. 이 신사는 좋은 인연을 맺어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연인들이 많이 온다고 한다. 신사 건물 입구 천장에는 거대한 새끼줄과 짚으로 만든 종이 매달려있다.

  정원의 나무에는 소원을 적은 종이가 빼곡히 매달려 있다.

신사 앞에서 참배하는 남녀의 모습이 간절하다. 신사에 참배하기 전에는 손과 입을 씻어야한다. 먼저 오른손으로 물을 떠서 왼손을 씻고, 왼손으로 물을 떠서 오른손을 씻은 후 다시 오른손으로 물을 떠서 왼손에 물을 받아 입을 씻는다. 이렇게 손으로 지은 죄와 입으로 지은 죄를 모두 씻어야 신께서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나비가 시범을 보이면서 열심히 설명한다.

  신사 정원에는 무사와 토끼가 서로 바라보는 청동상이 있다. 토끼섬에 있는 토끼가 육지로 오기 위해 상어떼를 속여 상어다리를 만들게 했다. 상어 위를 걸어 육지로 건너오다가 상어떼에게 자신의 속셈이 탄로 난 토끼는 껍질이 몽땅 벗겨졌다. 물가에서 울던 토끼를 불쌍히 여긴 무사가 갈대밭으로 데리고 가서 갈대꽃을 묻혀 털을 만들어주었다. 이 은공을 갚기 위해 토끼는 이 무사가 공주님과 결혼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 청동상은 이 전설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신사를 나와 다마쓰쿠리 온천으로 갔다. 노천탕이 있어 밖으로 나가니 큰 탕도 있고 두레박 모양으로 만든 작은 탕도 세 개가 있다. 두레박 탕에는 한두 명 밖에 들어갈 수 없다. 교대로 한 번씩 들어갔다. 마침 정월 대보름인데 구름이 많아 달을 볼 수 없는 게 아쉽다. 선녀처럼 아름답지 않은 게 다행이지 까딱하다가는 두레박 채로 하늘로 올려질 뻔했다.

  호텔로 들어와 오랜만에 움직이지 않는 침대에서 두 다리 쭉 뻗고 누우니 세상만사 다 편안하다. 낮에는 의자에 앉기만 해도 바닥이 울렁울렁 움직이는 것 같아 하루 종일 어지러웠다.

 

피임약은 그미테? ( 215)

  아침에 일어나니 방문 안쪽에 신문이 놓여있다. 첫째 지면에 일본 선수의 금메달 소식을 알리는 사진이 보인다. 소치 올림픽 남자 피겨에서 羽生 선수가 금메달을 땄다는 것이다. TV에서도 온통 금메달 소식이다. 우리 선수들도 빨리 금메달 따서 처음 계획했던 목표를 달성했으면 좋겠다.

  8시에 호텔을 출발하여 이와미긴잔으로 이동했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은광 채굴 숲길이 있는 곳이다. 대나무와 삼나무가 어우러져 편안하고 아름다운 길이다. 길 가의 마을 앞에는 하얀 동백과 수선화, 매화 등이 피어 봄기운이 완연하다. 볏짚을 쌓은 모양도 참 특이하다.

  다다미방으로 된 식당에서 전통 일본식으로 점심 식사를 하고 옛날 무사들의 집이 모여 있는 이와미 은광마을을 구경했다. 집집마다 아름다운 조각품이나 꽃으로 장식해 놓았다.

  한 집에는 고양이 조각상도 있었는데 일본 사람들은 고양이가 행운을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옛날에 한 스님이 아주 가난하게 살았다. 하루는 길 가다가 고양이를 만났는데 너무 먹지를 못해 바짝 말랐다. 불쌍히 여긴 스님이 데리고 와서 자신의 밥을 나누어 먹이며 키웠다.

  그 후 이 산으로 임금님이 사냥을 나왔다가 길을 잃었다. 배고프고 추위에 지쳐 나무 아래 앉아있는데 웬 고양이가 나타나 왼 손을 들고 자꾸 오라고 손짓을 하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 나무에서 나오니 그 순간 그 나무에 벼락이 떨어져 나무가 다 타버렸다. 놀란 임금이 그 고양이를 따라가니 스님이 있는 절로 갔다. 스님이 키우는 고양이인 것을 알게 된 임금은 그 절에 많은 시주를 하였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일본 사람들은 고양이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폭설로 많은 나무가 쓰러져 산길이 통제된 관계로 5시간으로 예정했던 트레킹을 두 시간으로 끝내야했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대신 만화거리를 보러갔다. 일본 만화주인공들을 조각상으로 만들어 전시한 거리다. 여러 가지 재미있는 조각들이 많아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사카이미나토항으로 돌아오며 하나비가 하나비와 함께한 1~ 2!” 하면서 여행이 어땠느냐고 묻는다. 유치원생 대하듯 조근조근 사근사근하게 대하며 구연동화를 읽어주듯 재미있게 말해주는 하나비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하나비만 같아라.’ 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쏙 드는 가이드다.

  한국으로 돌아갈 때는 올 때보다 더 파도가 심하니 멀미약을 꼭 먹으라고 하며 농담도 하나 보탠다. 멀미할 때는 귀미테, 설사할 때는 더미테, 임신을 피하려면 그미테, 무좀을 없애려면 맨미테를 붙이란다.

  멀미약을 먹고 배에 올라 저녁식사를 하고 샤워실로 갔다. 배가 움직이면 씻기 힘드니까 떠나기 전에 하려고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대충 씻고 얼른 침대에 누웠다. 멀미 나기 전에 잠들어 버리는 게 최고다. 밤새 배가 파도와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남자 방에는 왜 가냐? ( 216)

  아침에 일어나 로비로 가니 일출 시각이 712분이라고 쓰여 있다. 갑판으로 나가니 일출 사진을 찍으려고 많은 사람이 동쪽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구름이 많아 별로 기대하지도 않고 서있는데 빠알간 해가 삐죽이 머리를 내민다. 물 위로 둥실둥실 떠오르는 해를 보면 꼭 새 생명이 탄생하는 듯하다.

  아침 식사를 하고 방에 왔는데 조타실을 잠시 개방하니 보고 싶은 사람은 갑판으로 나오라는 방송이 나온다. 부리나케 나가니 순선씨도 나왔다. 둘이 함께 갑판으로 가니 사람들이 많이 나와 바글바글하다. 사람들을 따라 계단을 올라가니 과연 조타실이 열려있고 각가지 기계들이 방 안 가득 들어차 있다. 이것저것 만져보고 망원경으로 밖도 보고 하다가 사람들이 선장 모자를 쓰고 사진을 찍기에 우리도 순서를 기다려 한 컷씩 찍었다.

  구경을 마치고 로비로 들어오니 디즈니랜드 그림 앞에 의자가 놓여있다. 그동안 로비에 여러 번 왔는데 이제야 눈에 뜨이는 게 희한하다. 여기 앉아서 또 한 컷씩 찍었다.

  방으로 가려는데 수영씨가 뜨거운 물을 들고 간다. 어디 가냐고 물으니 대장님 방에 놀러간단다. 아니 여자가 남자 방에는 왜 가느냐고 하니 커피 먹으러 간다며 같이 가자고 한다. 대장님 방에 가니 TV도 있고 침대에서 바다가 훤히 내다보여 환상이다.

  여기서 커피를 마시고 나오는데 수영씨가 조타실이 어딘지 몰라서 못 봤다는 것이다. 내가 데리고 조타실로 가니 관람이 끝났다고 한다. 사진 한 장만 찍겠다고 하고 수영씨에게 선장 모자를 씌워 또 사진을 찍었다. 얼굴이 예쁘니 선장 모자를 써도 맵시가 난다. 진짜 선장보다 더 폼 난다.

  갑판으로 나오니 드디어 빨간 등대가 보이고 우리 배는 동해항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간다. 올 때는 공해상에서 파도가 심하여 16시간 정도 걸렸다. 배에서 내려 땅을 밟으니 이제 살았구나 싶다. 하선하는 것까지 다 보살펴준 하나비는 다시 한국인 진경임으로 돌아가 우리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하나비와 함께한 12일 일본여행은 짧고 재미있고 보람차고 실속 있는 여행이었다. 다음에 또 일본에 간다면 하나비와 함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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