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2015. 11. 26. 여수 기행문

아~ 네모네! 2015. 11. 30. 17:28

꽃섬길을 아시나요?

 

아 네모네 이현숙

 

                                                                                            기간 : 20151126~ 1127

                                                                                            장소 : 여수 금전산, 개도, 하화도, 사도, 추도

 

  오랜만에 지인들과 여수 여행에 나섰다. 새벽 4시에 잠실을 출발하여 남쪽으로 달렸다.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러는지 나도 모르겠다. 천안 휴게소에 내리니 온통 설국이다. 눈이 많이 내리는 건 좋은데 뱃시간에 못 맞출까봐 은근히 걱정이다.

  다행히 아랫녘은 눈이 없어 신나게 달렸다. 여수에 도착하니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케이블카를 타려해도 아직 운행하지 않는다. 진남관을 보려 해도 문이 잠겼다. 그 앞에 서서 웅성웅성하니 안에서 사람이 나와 문을 열어준다. 얼른 들어가 진남관을 한 바퀴 돌아보고 마당에서 남해 바다를 바라본다. 여기서 군사훈련을 시켰을 이순신 장군을 생각해본다.

 

개도

  바람이 강해 배가 안 뜰까봐 걱정했는데 무사히 출항한다. 배 위에서 사진도 찍고 주변 경치도 바라보다가 선실로 들어와 바닥에 누워 등을 지지다 보니 50분이 금방 지나간다.

개도에 내리니 화정면 개도리라고 쓰인 둥근 돌이 보인다. 개도는 그 섬이 커서 주변의 여러 섬을 덮어 거느린다고 하여 덮을 개()자를 써서 개도라고 한다. 개가 많아서 개도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다.

  마을로 들어서니 담벼락에 그려진 어린 왕자 그림이 눈길을 끈다. 어린 왕자 그림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버스에서 대장님이 준 마약 김밥을 먹었지만 싱싱한 해산물을 보자 다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뚝딱 해치운다.

  본격적인 산행 준비를 하고 들머리를 찾아가는데 배를 타러 오는 사람이 풍랑주의보가 내렸다고 한다. 지금 배는 나가지만 오후에는 어찌 될지 모른다고 하니 대장님이 그냥 배를 타고 나가는 게 좋겠다고 한다. 그 섬에 묶이면 숙소도 없는데 곤란하다는 것이다.

  결국 개도에서는 밥만 먹고 다시 배를 타고 나왔다. 배 타고 한 시간 가서 점심 먹고 오는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하고 싶다.

 

금전산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 금전산으로 갔다. 버스를 타고 가는 중에 눈보라가 치다가 해가 번쩍 났다가 열두 번도 더 변덕을 부리니 고어 바지를 입었다 벗었다, 배낭 커버를 씌웠다가 벗겼다가 몇 번씩 반복했다.

  산행 들머리인 불재에 이르자 햇빛이 반짝 반짝 났다. 길 옆 강아지풀에 눈이 내려 하얀 강아지가 되었다. 조금 더 오르자 구능수라는 동굴이 나타난다. 옛날에 한 처사님이 이곳에서 도를 닦는데 매일 세 끼 분의 쌀이 나왔다. 하루는 손님이 찾아와 쌀이 더 나오라고 부지깽이로 구멍을 쑤셨더니 쌀은 안 나오고 쌀뜨물만 나왔다. 사람은 그저 헛된 욕심을 버리고 하늘이 주는 만큼만 먹고 살아야하나보다.

  구능수를 지나니 또 눈발이 쏟아진다. 빨간 망개 열매에 하얀 눈이 덮여 그야말로 환상이다. 초록의 조릿대도 하얀 조릿대로 변신했다. 정상에 이르자 큰 돌탑과 작은 돌탑이 있다. 돌탑을 배경으로 인증 샷을 찍고 금강암 쪽 하산 길로 들어섰다.

  눈은 계속 쏟아져 순식간에 설국으로 변했다. 계속 내려오니 약수터가 보이고 금강암이 나타난다. 금강암 주위에는 우뚝 우뚝 솟은 바위가 범상치 않다. 조릿대를 헤치고 계속 내려오니 날머리에서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금전산에서 금전은 못 보았어도 금전보다 더 값진 설경을 마음껏 포식했다.

  버스를 타고 금둔사로 갔다. 이 동네는 금이 아니면 상대를 안 하나보다. 여기도 금, 저기도 금이다. 금둔사 경내로 들어서니 납월홍매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납월은 음력 12월인데 이때부터 꽃을 피우는 홍매화가 여섯 그루나 있다는 것이다. 아직 11월이라 홍매는 못 보았지만 흰 눈을 뒤집어쓰고 있는 백매는 실컷 보았다. 흰 눈이 소복이 쌓인 장독대도 정겹다.

  금둔사를 나와 돌산대교의 야경을 보고 장군도를 보았는데 김영삼 대통령 국가장을 치루는 중이라 그런지 조명이 없다. 평소에는 장군도 전체에 조명이 켜져 수시로 색이 변한다는데 아쉽다.

 

하화도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그쳤다. 오늘은 하화도로 가려고 백야도 선착장으로 향했다. 백야도로 가는 다리를 건너는데 해가 떠오른다. 선착장에 이르니 아직도 바람이 강해 배가 뜰지 걱정이 된다.   대장님이 터미널 안으로 들어갔다 오더니 주민증을 걷는다. 가는구나 싶어 안도의 한 숨을 내쉰다.

하화도에 내리니 아름다운 꽃섬 하화도라고 쓴 큰 표지석이 우리를 맞이한다. 얼마나 꽃이 많기에 꽃섬이란 이름이 붙었을까? 북쪽에 있는 꽃섬을 상화도, 남쪽에 있는 섬을 하화도라 한다.

  하화도에는 꽃을 많이 심고 섬 둘레를 돌 수 있는 꽃섬길을 조성해 놓았다. 꽃섬길 초입에 있는 담벼락에는 천사의 날개를 그려 놓고 앞에 벤치까지 설치해 놓았다. 너도 나도 벤치에 앉아 천사의 날개에 맞춰 사진을 찍었다. 진짜 날개는 아니라도 천사가 된 기분이다.

  임진왜란 때 안동장씨라는 사람이 뗏목을 타고 피난을 가다가 이 섬을 보니 동백꽃, 섬모초, 진달래가 만발한 것이 너무 아름다워 여기에 정착했다고 한다. 한 편 이순신 장군이 배를 타고 봇돌 바다를 항해하다가 꽃이 만발한 이 섬을 보고 감탄하여 꽃섬(화도)이라 명명했다고 한다.

  꽃길을 따라가니 송엽국, 제라니움, 디기탈리스, 주홍서나물이 반갑게 인사한다. 산으로 올라가 막산전망대, 깻넘전망대, 큰산전망대를 따라 돌면 사스레피나무, 다정큼나무, 팥배나무, 계요등, 광나무가 까만 열매, 빨간 열매, 노란 열매를 달고 우릴 기다리고 있다.

  섬을 한 바퀴 돌고 마을로 들어와 꽃섬식당으로 들어가니 진수성찬이 우릴 맞이한다. 특히 해물쌈밥 정식이 기막히다. 일인분에 만원인데 이 집 사장님이 개발하여 특허를 받은 메뉴라 한다. 며칠 전에 특허청장에게 받은 서비스 등록증을 들고 나와 자랑한다. 한 바탕 걷고 난 후라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정신없이 폭풍 흡입했다.

  식사 후 집집마다 그려진 벽화를 감상하며 선착장으로 내려왔다. 동백꽃과 나비, 매화꽃과 청맥회에서 써놓은 시조를 읽으며 내려오니 눈 깜짝할 사이에 선착장에 다다른다.

 

사도

  하화도에서 배를 타고 사도에 내리니 큰 공룡 두 마리가 우릴 맞는다. 그 안으로 들어서니 신비의 섬 사도(모래섬)’이란 표지석이 보인다. 과연 긴 백사장이 나타난다. 백사장 시작점에는 낭도라는 작은 섬이 있는데 별에서 온 어린 왕자가 살 것 같은 아름다운 섬이다.

  백사장을 지나자 공룡발자국 화석지가 나타나고 시루섬으로 이어진다. 시루를 엎어놓은 모양이다. 마침 물이 빠진 시간이라 시루섬까지 모래톱으로 이어져있다.

  시루섬으로 들어서자 거북바위가 나타난다. 머리를 쳐들고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모양이다. 거북바위를 지나자 얼굴바위가 보인다. 멀리서 보면 남자 얼굴 아래쪽에 여자 얼굴도 보인다. 가까이 가면 여자 얼굴은 사라지고 남자 얼굴만 보이는데 코가 우뚝하니 미남으로 생겼다.

  시루섬를 한 바퀴 돌면 곳곳에 응회암층이 보이고 암석 사이로 용암이 뚫고 들어간 암맥도 보인다. 다시 공룡화석지 쪽으로 나오니 빨래판처럼 생긴 바위 곳곳에 공룡발자국이 새겨있다. 칠천만 년 전에 수많은 공룡이 이곳 물가를 거닐었다고 생각하면 중생대로 돌아간 듯 기분이 묘하다.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와 이곳 주민의 낚싯배를 타고 추도로 갔다.

 

추도

  추도에는 할머니 한 분이 산다는데 아들네 집에 가고 문에는 자물쇠가 잠겨있다. 강아지 세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우리를 맞이한다.

  여기도 채석강 같은 퇴적암 층 곳곳에 공룡발자국이 어지러이 널려있다. 마을 안쪽에는 추도 분교가 있는데 이미 폐교되어 운동장에는 잡초만 무성하고 건물은 다 허물어져간다.

  오직 한 명뿐인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무인도가 될 것 같다. 사람도 없는 빈 섬에 강아지 세 마리만 달랑 남기고 돌아오려니 마음이 짠하다. 사도로 돌아와 관광 안내소에 들어가 간식을 먹으며 백야도 가는 배를 기다렸다. 백야도에 도착해서 우리 버스에 오르니 오랜 만에 집에 돌아온 듯 편안하다.

  이틀 동안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돌아쳤더니 이틀이 한 달은 되는 듯 아득하다. 살아보면 살아볼수록 우리나라 좋은 나라다. 구석구석에 보석이 박힌 듯하다. 이런 나라에 태어난 우리들은 천복을 타고 난 행운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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