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5. 10. 15. 무수히 많은 나

아~ 네모네! 2015. 10. 17. 15:20

무수히 많은 나

아 네모네 이현숙

 

  엄마 자궁 속에서 밖으로 나오니 딸이라고 부르네요. 할머니는 손녀딸이라 하고 언니는 동생이 생겼다고 해요.

  초등학교에 들어가니 신입생이라 하고 중학교에 들어갔더니 42번이라고 불러요. 대학교 졸업 후 용산중학교에 가니 물상 선생님이라고 부르네요.

  결혼 하니 남편은 집사람이라 하고 시어머니는 다섯째 며느리라고 해요. 시숙은 제수씨라 부르고 시동생은 형수님이라고 불러요.

  딸을 낳았더니 미숙이 엄마라고 부르고 딸이 아이를 낳으니 외할머니라고 불러요. 안에서 보는 나는 하나인데 밖에서 보는 나는 무수히 많아요.

  이름에 따라 서로 다른 내가 되는 것 같아요. 딸인 나는 크고 좋은 딸기부터 집었는데 엄마인 나는 작고 무른 것부터 집게 되네요. 나는 앞으로 또 어떤 이름의 사람으로 변할지 알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