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4. 11. 28. 입방정이 문제야

아~ 네모네! 2015. 1. 5. 13:27

입방정이 문제야

아 네모네 이현숙

 

  아버지가 거실 소파에 누워있다. 엄마 제사상에 절도 못하고 말이다. 아버지 나이 63세 때 엄마가 돌아가셨다. 올 해 아버지가 93살이니 30년이 되었다. 장례식 때부터 작년 제삿날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아버지는 술 한 잔 올리고 절을 하였다.

  엄마 제사상에 절하는 아버지가 안쓰럽고 초라해보였다. 차라리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셨으면 좋았을 걸 하고 속으로 되뇌곤 했다. 자식들이 잔 올렸으면 됐지 90살이 넘은 아버지가 꼭 올려야하나? 하고 마땅찮게 생각했다. 이제 절 그만 하세요 하고 속으로 빌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이제 앞으로 얼마나 더 절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생전에 유난히도 술을 좋아했던 엄마 생각이 나서 그러실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앞으로 열 번만 더 절하세요.’ 하며 속으로 기원했다. 그런데 그 말이 미처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아버지가 스스로 포기하셨다.

  올 해 초까지만 해도 오토바이 타고 다니셨는데 이제 자리에 앉아있기도 힘들어하신다. 식사도 힘들어서 죽만 드시려고 한다. 치매가 오면 씹는 것을 잊어버려 음식 먹는 것도 힘들어 한다더니 정말 그런가보다.

  병원에서는 노인성 치매 끼가 있다고 약을 먹으라고 한다. 하지만 사람도 잘 알아보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 일도 없다. 새어머니가 타다 주는 약을 열심히 드신다. 친정에 가서 바짝 마른 아버지 얼굴을 보고 오려면 이게 마지막이 되는 거 아닌가하고 겁이 덜컥 난다. 아무래도 내가 그만 절하라고 속으로 입방정을 떨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아버지는 너무 어려서 아버지를 잃어 얼굴도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다. 청상과부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서 그런지 매사에 소극적이고 조용하다. 우리들에게도 자 소리 한 번 한 적이 없다. 어려서는 친구들과 장난치며 놀기 보다는 뒷동산에 올라가 주로 연을 날렸다고 한다. 하늘나라에 있는 아버지가 그리워서 그랬을까?

  아버지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 한약방에서 심부름을 하며 컸다고 한다. 서울에 미리 올라와 목수를 하던 둘째 형님이 아버지를 데리고 와서 한약방에 맡기고 가며 울었다고 했다. 평생 외로움과 어려움에 맞서 싸우며 우리 7남매를 키워낸 아버지가 자랑스럽다.

아버지 얼마든지 절해도 좋으니 얼른 일어나서 엄마 제사상에 절 한 번 더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