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4. 9. 8. 이 사람아 정신 차려 (독후감)

아~ 네모네! 2014. 11. 14. 16:09

이 사람아 정신 차려

아 네모네 이현숙

  ‘시골은 그런 곳이 아니다.’ 라고 검색창에 쳤더니 그런 책이 없단다. 이상해서 마루야마 겐지를 쳤더니 책이름이 나온다.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그런 곳으로 친 거다. 왜 것이라고 했는지 읽어보니 이해가 간다. 그런 망상에 빠진 인간이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르다는 뜻이다.

  마루야마 겐지는1943년 나가노현 이야마 시에서 태어났다. 도쿄의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다가 25살에 귀향했다. 그 후 그는 문단과 이별하고 집필에만 전념하고 있다.

  책표지의 그림부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집도 실에 매달려 공중에 둥둥 떠 있고 모자도 떠 있다. 도시인이 가진 시골에 대한 망상을 표현한 그림이다. 13장으로 되어있는데 제목부터 살벌하다. ‘경치만 보다간 절벽으로 떨어진다. 풍경이 아름답다는 것은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깡촌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친해지지 말고 그냥 욕먹어라. 엎질러진 시골생활은 되돌릴 수 없다.’ 등 우리를 바짝 긴장시킨다.

  내용을 보면 더 살벌하다. 시골 사람들의 배타적인 성격이며, 외딴집에 찾아드는 강도, 은근히 천사의 얼굴로 다가오는 종교인, 등을 시시콜콜 자세히도 묘사했다. 긴 창을 준비하고 찌르는 연습을 게을리 하지 말라는 대목에서는 그야말로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그는 직접 살아보면서 느낀 것을 잔인할 정도로 예리하게 묘사해서 이걸 읽고 농촌으로 갈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다. 아마도 정신이 빠졌거나 제 정신이 아닌 사람이나 갈 꺼다.

  우리 집에도 이런 인간이 하나 있다. 툭하면 시골 가서 텃밭이나 가꾸며 살고 싶다고 하는 인간 말이다. 나는 남편이 이런 소리를 할 때마다 잘 가쇼~” 하고 두 말 하지 않는다. 돈이 없어 못 간다고 하며 로또 맞으면 가겠다고 또 헛소리를 한다.

  나도 잠시 잠깐 시골 가서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몇 년 전 아는 사람이 괴산에 땅을 사는데 돈이 부족하니 같이 사자고 하여 밭을 산 적이 있다. 여기다 감자를 심는다고 감자를 사가지고 가서 땅을 파고 한두 시간 심었다. 햇볕이 어찌나 강한지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속이 메슥거렸다. 급기야 밭 옆으로 가서 토하고 난리를 쳤다. 농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 후에 다시는 가지 않고 밭도 다시 팔아버렸다.

  서울서 태어나 이날 이때까지 서울서 살아온 나 같은 인간은 꿈도 못 꿀 일이다. 그 후 이건 아니라고 딱 마음을 접었다. 평생 주둥이만 놀리며 살아온 내가 감당할 일이란 아무 것도 없다. 언감생심 땅을 파는 일이랴?

  겐지의 말대로 생명을 내건 결단 없이는 시골 갈 일이 아니다. 늙으면 모든 문명의 이기가 다 갖추어진 서울서도 살기 힘드는데 황야 같은 시골에서 어찌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겐지의 글을 읽다보면 시골은 온갖 독사가 우글거리는 사막과 같다. 온갖 자연재해와 인간재해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곳이다.

  시골은 거기서 나고 자란 사람도 견디기 힘든 곳이다. 그래서 도시로 도시로 몰려들지 않나 말이다. 그저 아무 생각 말고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쭈욱 살다가 갈 일이다. 시골을 무슨 동네 개쯤으로 우습게 알았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우리 집 노친네에게도 이 책 읽고 정신 차리라고 해야겠다.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늙은이가 갈 곳이 아니라고 단단히 일러줘야겠다. 몇 번 씩 읽고 숙지하여 꿈속에서 잠꼬대하듯 하는 헛소리는 그만 종지부를 찍으라고 해야겠다. 이 책은 내가 읽어야할 책이 아니라 내 남편이 읽어야할 책이다. 혹시 주위에 이런 망상을 품은 사람이 있으면 결정하기 전에 꼭 이 책을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