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4. 7. 6. 이루어지지 않아 좋은 꿈

아~ 네모네! 2014. 11. 14. 16:00

이루어지지 않아 좋은 꿈

아 네모네 이현숙

  중고등 학교 다닐 때는 의사가 되었으면 했다. 특별히 의사가 좋아서 그런 건 아니고 흰 가운이 멋져 보여서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친정엄마가 점을 보고 와서 나는 의사가 잘 맞는다고 하던 말을 들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엄마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딸 여섯은 고등학교까지 밖에 못 보내겠다고 했다. 하나뿐인 아들만 대학 보내겠다는 소리다. 언니는 엄마말 대로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자 엄마 눈치가 보여 의대 간다는 소리는 도저히 할 수가 없고 국립대에서도 가장 싼 사대에 가겠다고 했다.

  졸업 후 교사가 되어 종합병원에 가니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거기 있다. 흰 가운을 입은 그 아이는 아마 수련의였던 것 같다. 부러움의 눈길로 바라보는 순간 저 아이는 나보다 공부를 별로 잘 하지도 못했는데 부모 잘 만나 의사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친정엄마는 그 후로도 몇 년을 두고 그때 좀 어려웠어도 의대에 보냈어야했는데 하며 아쉬워했다.

  그 후 의사에 대한 미련은 버리고 교사로서 열심히 근무했다. 그런데 교사를 부러워하는 의사를 만나게 되었다. 내가 방학 때 병원에 가면 내 의료보험 카드에 있는 직장이름을 보고 방학했느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면 참 좋겠다고 하며 자기는 창살 없는 감옥에 산단다.

  그런 의사를 여러 명 만나다보니 내 직업도 조금은 괜찮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 의사보다는 확실히 낫다는 생각이 든다. 의사는 허구 헌날 아픈 사람들 보며 살아야하는데 나는 펄 펄 뛰며 신나게 돌아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평생을 사니 내가 훨씬 복 받은 사람이란 생각마저 든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의사가 된 친구는 지금도 대학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하면서 사방팔방 쑤시고 다니는 나를 부러워한다. 만약 의사가 되었다면 나도 명퇴할 생각은 못하고 지금까지 병원에 갇혀서 지냈을 것이다. 내가 지금 룰루랄라 놀면서 수필교실 다니는 것은 다 꿈이 이루어지지 않은 덕이다.

  꿈이란 단지 꿈일 뿐 꼭 이루어져야하는 것은 아니다. 이루지 못한 꿈이 오히려 나에게 득이 될 수도 있다.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을 평생 한으로 생각하고 마음속에 묻어두면 정신병 생긴다. 그저 지금이 최고다~ 하고 살면 만사가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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