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4. 7. 26. 내 딸 안에 내가 있네

아~ 네모네! 2014. 11. 14. 16:03

내 딸 안에 내가 있네

아 네모네 이현숙

  우리 아이들이 학교 다닐 때 나는 별로 공을 들이지 않았다. 직장생활하기 힘들기도 했지만 귀찮기도 했다. 학교에서 받아쓰기를 해오라고 하면 아들은 소파에 앉아 멀거니 TV 보는 아빠는 놔두고 설거지 하느라 정신없는 나에게 책을 들고 와서 불러달라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부아가 치밀어 올라 대충 책에서 아무거나 골라 쓰라고 했다. 독후감 써오라고 하면 책 앞부분에서 조금 베끼고 끝부분에서 조금 베끼라고 했다.

  그래도 너무 내버려두면 안 되니까 시험 본 후 석차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상금을 주었다. 그러다 전교 1등을 하면 무조건 상금을 주기로 했다. 이렇게 머리빡만 돌려서 아이들을 컨트롤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집에 와 있는 딸을 보니 꼭 나를 닮았다. 요새는 석차가 나오지 않으니까 문제집 한 페이지 하면 200원을 주거나 게임을 5분 동안 할 수 있게 한다. 돈 아니면 게임, 둘 중 하나다. 또 책 한 권을 다 풀면 2천원의 보너스를 준다.

  외손자 건희는 아침에 일어나면 빵을 먹자마자 부지런히 문제집을 풀고 게임을 한다. 집에서도 항상 시계를 차고 있어 왜 그런가 했더니 게임하는 시간을 재기 위해서다. 외손녀 송희는 옆에서 구경을 하다가 시간이 모자랄 것 같으면 얼른 문제집을 풀고 자기 시간을 빌려준다. 게임을 별로 하고 싶지 않은 날은 돈을 받아두었다가 다음 날 그 돈을 내고 한다.

  나 같으면 엄마가 시간을 재는 것도 아니니까 대충 더 해도 될 것 같은데 어쩌다 실수로 시간을 더 하면 엄마에게 어찌어찌하여 몇 분을 더 했다고 자수한다. 아이들 공부에 노력은 들이지 않고 머리만 굴리는 내 딸을 보니 완전 나의 자화상이다.

  아이들은 배운 대로 행동한다. 내가 이렇게 키웠으니 뭐라고 할 말이 없다. 공부란 알아가는 재미로 해야 하는데 나는 이런 재미를 돈으로 말살시켰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배운 딸이 또 자기 아이들을 돈과 게임으로 조종하고 있으니 누구를 탓하랴?

  이런 딸을 보니 누가 뭐라는 것도 아닌데 공연히 양심이 바늘로 찔리는 것 같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어찌 주워 담는단 말인가? 어른 교육도 그렇지만 특히 아이들 교육은 먼 미래를 내다보고 심사숙고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