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4. 6. 27. 공갈빵 사랑

아~ 네모네! 2014. 11. 14. 15:57

공갈빵 사랑

아 네모네 이현숙

  사랑은 무엇일까? 아니 사랑이란 존재하기나 하는 것일까? 사랑에는 플라토닉 사랑도 있고 에로스적인 사랑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니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신의 사랑이 참 사랑이라고도 하고 부모의 사랑이 참 사랑이라고도 한다. 진실일까?

  어쩌면 동물의 사랑이 가장 진실한 사랑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TV에서 펭귄이 자식을 키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6개월 동안 굶어가면서 다리 사이에 새끼를 품고 눈보라와 싸우는 모양이 눈물겹도록 감동적이었다. 살신성인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인가 보다.

  요즘 딸과 두 아이가 우리 집에 와 있다. 캄보이아에서 3년 살다가 들어왔는데 집을 구해서 나갈 때까지 우리 집에 있겠단다. 한 달 이상 함께 지낼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다. 오기도 전부터 걱정이 태산이었다.

  딸네 아이는 5학년과 1학년이라 큰 손이 가는 것은 없다. 그래도 두 식구 살던 집에 세 식구가 들이닥치니 정신이 하나 없다.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라 반찬하기도 힘들고 같이 놀아주기도 힘들다.

  두 아이들이 다 우리와 같이 자겠다고 하니 잠자는 시간도 자유롭지 못하다. 마구 돌아치면서 자니까 잠도 깊이 못 잔다. 특히 외손녀 송희는 같이 놀자고 불쑥 불쑥 화장실 문까지 열어가며 문 밖에서 기다리니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다.

  아침에도 딸은 늦게 일어나고 아이들은 빨리 일어나니 내가 챙겨줘야 한다. 그랬다고 아이들이 밥을 먹는 건 아니고 아침에는 콘푸로스트나 빵을 먹으니까 간단하기는 하다. 그래도 설거지를 같이 하려는데 아이들이 천천히 먹으면 안달이 난다. 빨리 하고 요가 가야하니까 말이다.

  할머니 사랑은 부모 사랑과 달라서 그런지 힘이 달려서 그런지 무척 힘들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균형을 잃은 듯하다. 산에 가서도 바위에서 미끄러져 정강이를 깼다. 피가 흘러 바지가 자꾸 젖는다. 10년이 넘게 매주 산에 다녔어도 이렇게 피를 흘리는 건 처음이다. 다음 날까지도 핏물이 자꾸 흘러 골치를 썩였다. 정수기의 찬물을 내리다가 뜨거운 쪽을 눌러 손가락을 데지 않나, 전철역을 지나쳐 다시 돌아오지를 않나 요즘 실수 연발이다.

  어서 빨리 자기 집으로 갔으면 좋겠는데 앞으로도 한 달 가량 더 지낼 생각을 하면 한숨이 절로 난다. 남들은 자식들과 같이 지내고 싶어서 안달인 부모도 있는데 나는 그저 자식과 멀리 떨어져 지낼수록 좋다.

  월산 김기동 목사님은 사랑은 욕심이 아니고 빼앗기는 것도 아니고 커도 작게 보이는 겨자씨 하나라고 했다. 나의 사랑은 겨자씨 사랑이 아닌 공갈빵 사랑인가보다. 겉은 빵빵한데 속이 텅 빈 공갈빵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다 가고 나면 집이 텅 빈 듯 무척 허전할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