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4. 5. 2.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아~ 네모네! 2014. 6. 1. 16:57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아 네모네 이현숙

 

  매월 마지막 수요일 예술의 전당에서 문화가 있는 날이란 주제로 음악회가 열린다. 모처럼 공연을 볼 기회가 생겨 4월 말일에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어제의 날씨와는 대조적으로 눈부신 햇살과 연두색의 녹음이 화려하다 못해 황홀하다. 이번 음악회는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찾아 연주하는 것이다.

  첫 번째 곡은 쉰들러 리스트의 테마 음악이다. 스크린을 설치하고 영상을 보여주며 연주하니까 그 영화를 볼 때의 감흥이 되살아나 관객을 일순간에 음악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한다.

  쉰들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점령한 폴란드의 어느 마을에서 유태인이 경영하는 그릇 공장을 인수한다. 그는 공장을 인수하기 위해 나치 당원이 되고 독일군에게 뇌물을 바치는 등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한다. 그러나 냉혹한 기회주의자였던 쉰들러는 유태인 회계사 스턴과 친분을 맺으면서 참혹한 유태인 학살에 대한 양심의 소리를 듣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강제 수용소로 끌려가 죽음을 맞게 될 유태인들을 구해내기로 결심한다.

  그는 독일군 장교에게 빼내는 사람 숫자대로 뇌물을 주면서 유태인들을 구해내려는 계획을 세운다. 스턴과 함께 구해낼 유태인들의 명단, 이른바 쉰들러 리스트를 만든다. 그리고 마침내 1100명의 유태인을 구해낸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자신의 손가락에 낀 반지를 보며 이것이면 유태인 몇 명을 더 구할 수 있었을 텐데~ 하면서 통곡한다. 이 장면을 보며 음악을 듣자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솟구쳐 오른다.

  음악은 영화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음악이 없는 영화는 단지 이야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음악이 들어가는 순간 스크린에서 튀어나와 하나의 생명체로 변신한다.

  밀회, 시네마 천국, 오페라의 유령, 피아니스트 등 영화와 음악이 어우러진 이번 음악회는 새로운 시도요, 새봄의 참신한 기획이다. 연주를 듣는 동안 신선한 충격이 나를 사로잡았다.

  마지막 곡인 피아졸라의 망각까지 마치자 박수갈채가 터져 나온다. 앵콜을 요청하는 관객에게 해설자 이미연씨가 “SOMEWHERE OVER THE RAINBOW”를 연주하겠다고 한다.

  말은 안 했지만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바치는 곡이다. 이 곡의 가사 대로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희생자들의 영혼이 살아 있을 것이다. 어둡고 차가운 바다에서 나와 밝고 아름답고 따뜻한 그곳에서 영원히 살아갈 것이다.

  가슴 저리도록 아름답고 애절한 음악이 지금도 내 귓가에서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