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4. 5. 2. 껌팔이 할머니

아~ 네모네! 2014. 6. 1. 16:56

껌팔이 할머니

아 네모네 이현숙

 

  목요일마다 수필교실에 가기위해 7호선 전철을 타고 건대입구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쪽으로 걸어간다. 옆의 빈 공간을 쳐다본다. 껌팔이 할머니가 있던 자리가 허전하다. 벌써 5주째 나타나지 않는다. 불안하다.

  할머니가 아프신가? 아니 혹시 돌아가신 건 아닌가? 할머니는 몇 년 전부터 차가운 지하철 승강장 바닥에 앉아 껌을 판다. 몇 달 전까지는 군자역 7호선과 5호선 갈아타는 통로에 있었다. 허리가 너무 구부러져 무릎이 머리 위로 한참 올라왔다. 할머니 앞에는 조막만한 플라스틱 바구니에 껌 몇 통이 달랑 놓여있다.

  바쁜 출근길에 할머니에게 눈길을 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나도 몇 년 동안 무심히 지나쳤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할머니가 안 됐다는 생각이 든다. 자식이 없나 싶기도 하다. 나는 껌을 돈 주고 사서 씹은 기억이 거의 없다. 남들이 주면 대충 씹다가 단물만 빠지면 휴지에 싸서 버린다. 씹는 것이 귀찮기도 하고 마땅히 버릴 곳이 없으면 처치곤란이다.

  할머니가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싶어 몇 달 전부터 눈에 띄면 천 원짜리 한 장씩 준다. 내가 바구니에 천 원짜리를 넣으면 얼른 껌을 주려고 한다. 나는 껌을 씹지 않아요.’ 하면서 도로 바구니에 넣고는 얼른 에스컬레이터 쪽으로 도망치듯 걸어간다.

  가방에 미리 천 원짜리를 준비해 가지고 다니는데 요즘 눈에 띄지 않으니 지폐는 갈 곳을 몰라 가방에서 계속 머무르고 있다. 언제나 할머니가 다시 나와 이 돈이 주인을 찾아가려나?

  나는 오늘도 전철역 환승 통로에서 할머니를 찾아 눈을 두리번거린다. 언제 할머니가 나타나려나 기다려진다. 사람의 인연이란 보이지 않는 줄로 연결되어 얼마나 긴지, 얼마나 튼튼한지, 언제 끊어져 버릴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있을 때 잘 하라는 말까지 생겼나보다.

  지금 연결되어 있는 인연의 끈을 소중히 알고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마음을 기울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