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4. 4. 24. 보석보다 귀한 오늘

아~ 네모네! 2014. 6. 1. 16:54

보석보다 귀한 오늘

아 네모네 이현숙

 

  ‘배 고프지? 빨리 와서 엄마하고 밥 먹자.’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을 비친 화면에 한 엄마가 들고 있는 종이에 써진 글이다. 자식과 한 끼 식사를 단 한 번만이라도 더 하고 싶은 엄마의 간절한 소망이 물씬 풍긴다.

  우리는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사소한 일이 얼마나 귀한지 모른다. 매일 매일 자녀와 함께 식사하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행복한 일인지 느끼지 못한다.

  세월호가 침몰한지 일주일이 넘었다. 그 차갑고 어두운 바다 속에 자기 아이가 갇혀 있다고 생각하면 어찌 밥이 넘어갈까? 시신이라도 좋으니 한 번만 더 안아보고 싶다는 부모도 있다고 한다. 얼마나 안타까우면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

  나도 엄마가 돌아가신 후 한 번만 더 보고 싶었다. 죽은 얼굴이라도 좋으니 한 번만 더 보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친정 종중산은 분당에 있었다. 분당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170여분의 조상님이 모조리 쫓겨났다. 충청도 생극 쪽에 산을 사서 16대조 할아버지부터 줄줄이 이장을 하였다. 친정 엄마도 이장을 해야 했다. 이장할 때 엄마의 뼈 조각이라도 한 번 보고 싶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다섯 명의 딸들에게는 연락도 안 하고 남동생 한 명만 데리고 가서 이장을 했다.

  나중에 아버지에게 들으니 시신은 거의 썩었는데 수의가 좋지 않았는지 그대로 있었다고 했다. 내심 무척 서운했다. 아버지는 시집간 딸들에게 굳이 알려서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았나보다.

  실종된 단원고 학생들의 부모도 얼마나 자식이 보고 싶을까? 자식과의 따뜻한 한 끼 식사가 얼마나 그리울까? 자식이란 살아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이미 99% 효도하는 것이다. 아무리 공부를 잘 하고 돈을 잘 벌어도 그건 1%에 불과하다.

  나는 오늘도 남편과 따뜻한 아침 식사를 했다. 점심때는 문우들과 즐거운 식사시간을 가졌다. 이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지금은 실감하지 못한다. 내 안에 그리고 내 곁에 얼마나 귀한 보물이 있는지 깨닫지 못한다.

 

  얼마 전 한 신문에 한 이탈리아 노동자가 424억 원대 고갱 그림과 87천만원대 보나르 작품을 알지 못하고 39년간이나 부엌에 걸어두었다는 기사가 났다. 이 그림은 런던의 한 저택에 걸려 있던 것인데 세 명의 도둑이 도난 경보기 기술자라고 속이고 그 저택에 들어간 후, 도난 경보기를 고치는 척 하다가 가정부에게 커피를 달라고 하였다. 가정부가 커피를 타러 간 사이에 두 그림을 오려가지고 도주했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그들은 토리노로 향하던 기차에 이 그림을 버렸다. 이 그림은 5년 간 이탈리아 철도회사 분실물센터에 처박혀 있다가 경매에 붙여졌는데 피아트 공장에서 일하던 이 노동자가 1975년 당시 한화 약 33천원에 구입하였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이 그림에 대해 전혀 몰랐나보다. 하긴 1972년 교사로 첫 발령을 받았을 때 내 월급이 4만원 정도였으니 그렇게 작은 돈은 아니다.

  그는 은퇴 후 시칠리아에 살 때도 이 그림을 부엌에 걸어두었다. 건축을 공부하는 노동자의 아들이 명화 도록에 나오는 진품과 유사하다고 여기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과정에서 경찰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 그림이 이렇게 엄청난 보물인 줄 알았으면 그렇게 마음 편히 아침저녁 밥 먹으며 즐길 수 있었을까?

  평범한 나의 하루에 어떤 보석이 숨겨 있는지 나는 모른다. 그것이 없어지는 날 비로소 눈치 챌지도 모르겠다. 내게 주어진 이 하루가 어제 죽은 사람에게는 그토록 누리고 싶었던 내일이란 말이 있듯 오늘 하루가 내게는 보석보다 더 귀한 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