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4. 5. 31. 온 몸으로 말하다

아~ 네모네! 2014. 5. 31. 17:00

 

온몸으로 말하다

아 네모네 이현숙

 

  온몸의 근육이 살아서 꿈틀댄다. 손끝부터 발끝까지 정기가 솟구친다. 자아를 잃은 듯 무아의 경지에 들었다. 온몸으로 절규한다. 말 한마디 없이 무수한 언어를 토해낸다. 서울발레시어터 예술감독 제임스 전의 무용은 관객의 혼을 빼앗아 모두의 숨을 멈추게 한다.

  손범수와 진양혜 부부의 토크 콘서트에 갔다. 토크면 토크고 콘서트면 콘서트지 토크 콘서트는 뭔가 궁금한 마음으로 예술의 전당으로 갔다. 나는 손범수와 진양혜가 부부인지, 또 서울발레시어터의 단장 김인희와 제임스 전이 부부인지 아무것도 모르고 공연장에 들어섰는데 그들의 말과 자연스런 몸짓에서 부부라는 것을 알았다. 특히 올해 결혼 25주년을 맞는다는 제임스 부부의 자연스런 스킨쉽이 그들이 깊은 애정을 말해주고 있다.

  단원들의 무용은 무엇인가 응축된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다. 보면 볼수록 인간의 몸은 신의 최고 걸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맞다. 허벅지를 때리는 경쾌한 음은 마치 타악기를 연주하는 듯하다. 살짝 살짝 치켜 올려지는 발끝 동작을 볼 때는 찰리 채플린의 어릿광대 같은 몸짓이 생각난다.

  무아지경에 든 제임스의 표정에서는 돌아가신 최헌 선생의 얼굴이 떠오른다.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던 그의 춤사위가 그립다. 음악가나 화가, 무용수들을 보면 이들은 오감이 아니고 육감을 가진 특수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박쥐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초음파를 통해 사물을 보는 것처럼 예술가들에게는 특이한 감각이 있나보다. 이 감각을 통해 이 세상과 저 세상을 넘나드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갖지 못한 더듬이를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 몸부림치는 이들을 볼 때 영원의 세계를 느낀다. 영원한 세상에 이르는 길은 다양한 것이 아닐까? 기독교에서는 오직 예수님을 통해서만 영생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불교에서도 무아의 경지에 이르면 영생에 이르고 예술의 극치도 무아의 경지로 들어간다. 산에 오르는 길이 여러 갈래이지만 어느 길로 가도 이르는 정상은 하나이듯 이들 모두가 한 정점에 이르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