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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2014. 1. 24. 성공인가 행복인가?

by 아~ 네모네! 2014. 4. 19.

성공인가 행복인가?

아 네모네 이현숙

 

  성공이 먼저인가 행복이 먼저인가? 물론 성공도 하고 행복도 하다면 말할 나위 없이 가장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둘 중에 한 가지만 선택해야한다면 나는 행복을 선택할 것이다.

  신문이나 TV에서 종종 자살 보도를 접한다. 대기업의 회장, 재벌의 딸, 명문 대학의 학생 등 우리가 생각하기엔 가장 행복할 것 같은 그들이 왜 자살이라는 극한 상황까지 갔는지 이해가 안 된다. 누가 보아도 성공한 인생인데 왜 그렇게 까지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

  성공을 해야 행복한 사람들도 많다. ‘영상앨범 산이라는 프로를 볼 때마다 박영석 생각이 난다. 저 넓은 산의 얼음 속 어디에 그는 묻혀 있을까? 히말라야를 오르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그거 한다고 떡이 나오나 밥이 나오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정상에 서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기 때문에 그것에 성공하지 못하고는 행복하지 못하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 거기에 도전한다.

  평생을 바쳐 걸작품을 남기는 예술가들도 행복보다는 성공을 택한 사람들이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성가족 성당을 지은 가우디도 40년 동안 여기에 혼신의 힘을 다 바치고 마지막에는 거지꼴이 되어 전차에 치어 죽었다. 아무도 그 거지가 가우디인 줄 모르고 삼 일이나 방치되어 죽음을 맞이했다.

  평생을 바치더라도 자신의 흔적을 이 땅에 남기는 것이 좋은지 대충 적당히 평범하고 행복하게 사는 게 더 좋은지 알 수 없다. 각자 자신의 몫이다.

  나는 32년간 교사로 지내다 정년을 7년 반 남기고 명퇴했다. 남들은 그 좋은 직장을 끝까지 다니지 왜 도중하차 하느냐고 했지만 나는 직장을 떠나 자유를 누리고 싶었다.

  학생들과 더 이상 정서적 공감대도 느낄 수 없게 되자 그만 교단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미적거리는 것은 내 욕심만 채우려는 범죄행위라는 생각도 들었다.

  칠판을 향하여 16, 졸업하자마자 칠판을 등지고 32, 도합 48년을 학교에서 살았다. 학교생활은 하고 싶은 만큼 충분히 했다. 이제 제 2의 인생을 살고 싶다. 이런 생각으로 교문을 나선 것이 벌써 10년째다.

  이제는 내가 언제 교사 노릇을 했나 싶다. 밖에서 교문 안을 들여다보면 내가 어떻게 저 속에서 48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명퇴하지 않고 끝까지 버텼으면 교장 교감을 했을지 그건 알 수 없다. 연구 점수와 부장 점수는 거의 다 채웠으니까 아마도 했을 것 같다.

  하지만 교감을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머리 골치가 아팠다. 우선 여름 겨울 봄 방학까지 세 번의 방학을 고스란히 상납해야한다. 거기다 교감이 되면 큰 교무실 중앙에 뻘쭘하니 앉아서 선생님들을 바라봐야한다. 졸려도 엎어져 잘 수가 없다.

  더구나 교장이 되면 외부 사람들과도 상대해야하고, 운동장 조회를 할 때마다 아이들 앞에서 훈화를 해야 한다. 난 남들 앞에 서는 건 딱 질색이다. 그럼 평교사를 끝까지 해도 되겠지만 승진을 안 하고 뭉그적거리고 앉아있으면 다른 사람들의 앞을 가로막거나 개밥에 도토리 신세가 된다. 젊은 교사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앞을 보나 뒤를 보나 그쯤에서 도중하차 하는 게 상수다.

  학교를 나와 요가, 수영, 등산, 노래교실, 수필교실 다니며 맘대로 휘젓고 다니니 세상에 부러운 놈 하나 없다. 학교를 그만 둔 걸 후회해본 적은 한 순간도 없다.

  이런 나를 보면 진정한 교사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 조금의 미련이나 여운도 없다는 것은 그냥 돈 버는 수단으로 밖에 이용하지 않았다는 소리다. 내 제자들에게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