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인생
아 네모네 이현숙
집 앞에 있는 용마산에 오른다. 아무도 없는 정상에서 시내를 바라본다. 황사와 미세먼지에 뒤덮인 남산과 고층빌딩이 뿌연 모습으로 서 있다. 진흙탕 물속에 사는 괴물들 같다.
나는 흙탕물 속에서 꿈틀대는 한 마리 미꾸라지가 된다. 아무리 고고한 척, 깨끗한 척 해봐야 이 공기를 마시지 않고는 단 몇 분도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흉물스런 벌레를 잡아먹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새도 하늘을 날 때는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 화려한 몸매와 현란한 색채를 뽐낸다. 그야말로 은쟁반에 옥구슬 구르는 소리로 목청을 가다듬어 마음껏 노래한다.
내 비록 오염된 공기를 마시지 않으면 한 순간도 살 수 없는 인간이지만 나도 상상 속에서는 한 마리 새와 같이 유유히 날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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