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4. 1. 16. 이 많은 사람들이 다? (낭독자료)

아~ 네모네! 2014. 4. 19. 17:05

<낭독자료>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아 네모네 이현숙

 

  중학교 때 가정 시간이다. 선생님이 칠판에 여자의 성기와 남자의 성기를 커다랗게 그려놓고 이게 대음순, 이게 소음순, 이것이 고환, 음경 하면서 구체적으로 설명을 한다.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린다. 선생님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다.

  남자의 고환에서 만들어진 정자가 음경을 통해 나와서 여자의 자궁 속에 있는 난자와 만나면 수정이 되어 아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집에 와 곰곰이 생각하니 남자의 정자가 어떻게 여자의 몸속으로 들어갈까 궁금하다.

  밤에 남녀가 한 방에서 잠을 자면 애기가 생긴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낮에는 왜 안 생길까? 낮에는 만원 버스에 남녀가 같이 있어도 아무 일 없는데? 혹시 밤에만 남자 몸에서 나와서 공기를 통해 여자 몸으로 이동하는 건가? 감기 바이러스가 공기로 전염되듯이 전염 되는 건가? 하고 골똘히 생각하다가 퍼뜩 개들이 생각났다.

  길거리에서 둘이 붙어있던 개의 모양이 떠오른다. 개의 엉덩이 부분이 붙어 있으면 동네 아이들이 빙 둘러서서 구경했다.

  “와아~ 붙었다. 붙었어.” 하면서 아이들이 구경을 하다가 떼어놓는다고 집으로 뛰어가 물을 한 바가지 가져다가 개에게 끼얹곤 했다.

  사람도 이런 행위를 통해 태어난다고 생각하자 온 세상이 더러워 보인다. 밤이 되면 엄마와 아버지도 이런 일을 한다고 생각하자 신경이 곤두선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버지와 엄마의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다. 갑자기 부모의 얼굴이 낯설어 보인다.

  길거리를 지나가며 넘쳐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이 많은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건가 싶고 세상이 온통 역겨워 보인다. 왜 그렇게 그 행위가 더럽다고만 생각했을까? 직접 본 개의 모습이 추해보였기 때문인가?

  하긴 영화에서 본 성행위 장면도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내 머리 속에 성행위는 더럽고 추한 것이라는 생각이 인이 박힌 것 같다. 하지만 어린 강아지나 아기를 보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열매가 이렇게 아름다운 걸 보면 과정도 분명히 아름다울 것이라고 내 스스로 세뇌를 시키기도 한다.

  꽃도 알고 보면 생식기인데 추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아니 완벽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꽃들의 자신만만하고 요염한 모습을 보면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것 같다. 꽃들의 수정 과정도 전혀 추하지 않다.

  이제 남편이나 나나 다 힘이 빠져서 하고 싶어도 못할 지경이 되니 그렇게 추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있다. 이 행위가 없다면 인류가 멸종될 테니 필요불가결한 행위란 생각도 든다. 모든 것이 합하여 선을 이룬다고 했으니 이건 분명히 선한 행위일 것이다. 젊음을 잃어봐야 젊음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처럼 이것도 아름답게 보일 날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