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운 년
<시오노 나나미의 생각의 궤적을 읽고>
아 네모네 이현숙
이 책을 받아 든 순간 사이즈는 맘에 드는데 두께가 너무 두껍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씨도 깨알 같아서 눈알이 빠질 것 같다. 시오노 나나미의 책은 처음 대한다.
우선 제목을 참 잘 붙였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의 궤적이란 제목에는 어떤 글을 갖다 넣어도 다 넣을 수 있다. 생각 없이 쓰는 글이란 없으니 말이다. 다음에 도대체 작가가 누구인가 표지를 넘기니 웬 바짝 마른 여자가 턱을 받치고 있다. 1937년 7월 7일 도쿄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내 생일과 따져보니 딱 12살 더 먹었다. 띠 동갑이다. 그렇다면 78살이나 되었는데 나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 기분 나쁘다. 달라는 것 없이 은근히 밉다.
책을 낸 과정도 특이하다. 본인이 내려고 한 것이 아니고 편집자가 일일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나나미의 글을 찾아낸 후 이것으로 책을 내도되느냐고 물어온 것이다.
그녀는 이런 저런 조건을 붙여가며 책 내기를 허락했다. 우리는 책을 내려면 머리를 쥐어짜내며 내 돈 들여가면서 내야하는데 참 복도 많다. 물론 그 동안 엄청나게 노력한 결과지만 어찌됐든 부러운 년이란 생각이 든다.
그녀는 20대 때 지중해 여행을 시작했다. 그것도 요트를 타고 말이다. 그 용기가 부럽다. 나는 패키지여행으로 가이드 따라 다니는 것도 두려워하는데 말이다. 그렇게 유럽에 발을 들여놓은 후 50년을 이탈리아에 머물며 저작 활동을 하고 있다.
아는 것은 또 왜 그리도 많은지? 유럽 각국의 역사는 물론이고 교황에서부터 영화감독, 영화배우, 축구선수까지 온갖 사람들에 대해서 예리한 관찰과 독특한 감각으로 평하고 있다. 보면 볼수록 부러운 년에서 얄미운 년으로 변해간다.
1년 동안의 지출을 쓴 것을 보면 집세, 연료비, 전화비, 가정부 월급, 기타 등 등 하여 일천만 엔이라고 한다. 엔이 원화에 비해 약 10배로 잡으면 1억 원 넘게 쓴다. 거기에 일본에 귀국할 때마다 피렌체에서 로마까지 콜택시비 10만 엔 즉 100만원씩 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빈한하다고 할 때는 얄미운 년에서 죽일 년으로 격상시켜주고 싶다.
하지만 책을 덮으며 그녀의 엄청난 노력과 뛰어난 감각을 생각하며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여자라 생각하고 다시 부러운 년으로 내려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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