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3. 11. 2. 세상에 공짜는 없다더니

아~ 네모네! 2013. 11. 18. 17:09

세상에 공짜는 없다더니

 

아 네모네 이현숙

  인터넷 전화가 안 되어 AS신청을 했다. 남편이 전화기 사용서를 읽다가 배터리를 빼었다가 다시 끼우면 되는 경우도 있다고 그렇게 해보자고 한다. 배터리를 빼었다가 다시 끼우니 통화 가능이라고 나온다. AS신청을 취소했다.

  다음 날 보니 또 불통이다. 다시 AS신청을 했다. 이튿날 오후에 오겠다고 한다. 다음 날 남편이 무심코 인터넷 공유기를 보더니 공유기에 불이 안 들어온다고 한다. 컴퓨터가 연결된 콘센트에 공유기가 연결된 것을 모르고 컴퓨터를 끌 때 전원을 끈 것이다. 전날 KT 기사가 와서 와이파이를 위해 공유기를 설치해주면서 그쪽에다 전화 공유기를 연결한 것이다.

  다시 또 취소를 하려니 너무 한 것 같아 그냥 전원을 꺼놓고 기사를 기다렸다. 기사가 오더니 전원이 꺼졌다고 켜주고 갔다.

  요즘 컴퓨터에 스마트폰에 인터넷전화에 온갖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자니 우리 같은 노친네들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 계속 어리버리 우왕좌왕 좌충우돌이다.

  요새는 컴퓨터에서는 켤 때마다 카스퍼스키 안티바이러스 라이센스 만료일자가 다 되었다고 다시 구매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이 프로그램도 아는 분이 깔아준 것이라 어떻게 구매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이분께 연락해서 방법을 물어봐야겠다.

  그뿐 아니다. 보일러에 나온 호스의 연결 부분에서 물이 새어나와 또 AS신청을 해야 한다. 지난주에 설치 기사에게 전화를 하니 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다음 주에 전화해 달란다.

  도대체 모든 것이 분업화 되어 어느 것 하나 손수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옛날처럼 내 손으로 집을 짓고 내 손으로 도구를 만들어 쓴다면 고장 났을 때 스스로 고칠 수가 있을 텐데. 모든 것을 남의 손에 의지하다보니 하나가 고장 나면 꼼짝을 못한다.

  이렇게 나가다가는 요리하는 로봇이 요리해주고, 음식 먹여주는 로봇이 밥 먹여주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이럴 때 로봇이 고장 나면 AS기사 올 때까지 밥도 굶을 것이다.

  세상에 온갖 문명의 이기가 생겨 살기 편해진 건 사실인데 불편함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더니 몸이 편해진 만큼 마음고생을 해야 한다.

  에티오피아에 갔을 때 시미엔 산골짜기에서 우리를 보고 달려온 아이들을 보았다. 자신들이 만든 페트병 악기로 연주하며 노래를 부른다. 페트병의 한쪽을 잘라내고 줄을 엮어 간이 바이올린을 만들었다. 그래도 깽깽이 소리가 나기는 난다. 노래를 듣고 팁을 주었다. 이 아이들을 보며 이 지구상에 살아남는 것이 저리도 힘들구나 생각했다. 맨발에 흙투성이 넝마조각 같은 옷을 입고 악착같이 살려고 몸부림치는 아이들의 삶이 처절했다.

  하지만 대도시에 사는 우리도 사실 마찬가지다. 우리도 살아남기 위해 매일매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서로 다른 종류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부터 사투는 시작된다. 엄마의 자궁을 탈출하는 것부터 생사를 건 싸움이다. 그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머리가 빠개지도록 고생하며 나온다. 취업문이 아무리 좁다 해도 이보다 좁지는 않을 것이다. 나오는 순간 탯줄이 끊어지고 첫 호흡을 하기 위해 몸부림 쳐야한다.

성장 과정에서 온갖 질병을 이겨야하고 학교에서는 다른 아이를 이겨야하고, 직장에서는 동료를 이겨야 살아남는다. 이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 한 곳이 아니다. 세상 구경 한 번 하려면 엄청나게 비싼 대가를 치러야한다.

  이렇게 비싼 값을 치르고 나온 세상구경인데 떠나는 날 과연 잘 왔다고, 본전 찾았다고 할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