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이 빠졌나?
아 네모네 이현숙
동행이라는 주제로 열린 2013 한국공연예술 경영인 협회 기념음악회를 보러 갔다.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 들어서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기대에 찬 눈으로 무대를 주시하고 있다.
화음챔버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한다. 지휘자가 없이 김수연의 바이올린 연주에 맞춰 연주하는데 마치 단원 전체가 한 몸을 이룬 듯하다. 지휘자가 없어도 어쩌면 그렇게 호흡이 잘 맞는지 전 단원의 영혼이 하나의 신경세포와 하나의 심장으로 연결 듯하다.
무대를 압도하는 김수연의 연주는 나도 모르게 호흡이 정지된다. 사계를 한 번에 다 듣는 것은 처음이다. 그래도 평소에 조금씩 들어본 곡이라 친밀감이 있다.
두 번째 곡은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1번 C장조다. 별로 많이 들어본 곡은 아니지만 이상 엔더스의 연주하는 분위기가 묘하다. 이상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이라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국계 독일 음악가정에서 태어났다.
이상의 연주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노트르담의 꼽추가 생각난다. 첼로를 껴안고 몸부림치는 그의 모습은 에스메랄다의 시신을 안고 절규하는 콰지모도의 모습과 흡사하다. 지고지순의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일까? 백치미라고 해야 하나 자아를 잃은 아름다움이라고 해야 하나? 얼굴 표정을 보면 마치 넋이 빠져 나간 듯하다. 음악에 빠져 자아를 잃었나보다. 보는 이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아를 잃어간다. 연주가 끝나고 박수 소리가 그치지 않으니 웃음을 지으며 앵콜 곡을 연주한다. 무슨 곡인지는 모르겠지만 첼로의 그윽하고 애절한 소리가 우리의 영혼을 깨운다. 이상과 첼로가 마치 하나의 생물이 된듯하다. 첼로가 살아 움직인다.
세 번째 곡은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 E장조다. 신지아의 바이올린 연주는 천상의 화원에서 춤추는 느낌이다. 얼굴도 몸매도 대리석을 깎아 만든 조각상처럼 단아하다. 문득 저런 여인과 결혼하는 남자는 참 복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평생을 저런 아름다운 여인과 함께 하니 얼마나 좋을까?
집에서 혼자 찬밥으로 저녁을 때우는 남편 생각이 난다. 얼굴도 개떡같이 생긴데다가 도무지 서비스도 엉망이니 마누라 복은 지지리도 못 타고 태어났다. 음악을 모르니까 엉뚱한 데 신경 쓰는 내 모양이 우습다.
저렇게 피를 말리듯 연주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니 왜 고생을 사서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끝없는 열망 때문인지도 모른다. 소리의 아름다움을 찾아 끝없이 나아가는 사람이 음악가라면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해 생명을 잃는 줄도 모르고 따라가는 사람이 산악인이다. 피땀 흘리며 산을 오른 후에라야 희열을 느끼듯 음악도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할 때 진정한 희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산에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의 길이 있지만 정상은 하나이듯 모든 종교와 예술의 정점은 한 곳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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