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2013. 11. 7 ~ 8 남해도 기행문

아~ 네모네! 2013. 11. 11. 20:00

에이 시팔이라고?

 

아 네모네 이현숙

 

  롯데문화센터 화요트래킹에서 남해도로 환갑 칠순 기념 여행을 떠났다. 화요반이 생긴 후 1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예년에는 그냥 산행 후 간단히 케잌이나 자르며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는데 이번에는 12일로 거창하게 판을 벌였다.

  칠순을 맞으신 분은 다섯 분, 환갑이 두 명이다. 곽희재님은 칠순인데 몸이 불편하여 떡만 보내고 못 와서 다들 너무 서운해 했다. 5시간을 달려 남해도에 도착하니 점심때가 되었다. 멸치쌈밥을 먹었는데 생멸치를 각종 야채를 넣고 졸인 것이다. 상추에 싸서 먹어보니 생전 처음 먹어보는 거라 별미였다.

  식사 후 독일마을로 갔다. 이 마을은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이 노년에 고국에서 편안한 여생을 보내라고 남해군에서 마련해준 곳이다.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 머나먼 이국땅에서 수고한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숙희네 하우스에서 커피를 먹었는데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일품이다. 평온한 남해바다가 발아래 펼쳐진 이곳에서 은은한 커피 향을 즐기려니 다들 행복에 겨운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커피타임을 마치고 독일마을 위쪽에 자리한 원예예술촌으로 갔다. 늦은 가을이라 별 볼일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꽃도 많고 아름다워 여기저기서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다. 온갖 포즈를 잡으며 깔깔 대는 모습이 모두들 열 살 소녀시절로 되돌아간 듯하다.

 

 

  만추를 만끽하고 배부른 마음으로 가천 다랭이마을로 향했다. 다랭이마을은 경사면을 깎아 만든 다랭이 밭이 있는 곳이다. 밭에는 마늘이 가득 심겨져 있다. 가천 마을에는 암수 바위도 있다. 남자의 거시기를 닮은 숫바위는 힘이 넘치는지 비아그라를 먹었는지 하늘로 치솟아 있고 그 앞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암 바위는 이미 임신을 하여 배가 불룩 솟아있다.

 

 

  바닷가로 내려가니 바위 사이에 철다리가 놓여있다. 다리를 건너가니 짙푸른 바다가 넘실댄다. 다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제자리에서 방 방 뛰며 사진을 찍어댄다. 사진 못 찍고 죽은 귀신이라도 붙었나보다.

 

 

  남해 바래길을 따라 조금 걷다가 마을로 올라가니 막걸리 파티가 벌어졌다. 해물파전에 동동주를 곁들이니 어찌나 맛있게들 먹는지 그야말로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뚝딱 해치웠다. 오늘은 하루 종일 입 다물 틈이 없다. 먹고 웃고 마시느라 쉴 새 없이 입 운동을 한다.

  다랭이마을을 나와 저녁을 먹으러 갔다. 환갑잔치를 한다고 과일과 케잌으로 한 상 잘 차린 후 생일 축하노래를 하고 건배를 했다. 이순희씨와 현정섭씨는 작년에 자기들은 이런 잔칫상 못 받았다고 이제라도 받는다고 상 앞에 앉아 사진을 찍는다.

 

 

  회를 어찌나 많이 먹었는지 뱃속에서 그만 들어오라고 아우성을 친다. 케잌까지 다 먹고 월포펜션으로 향했다. 방에 짐을 풀고 큰 방에 모여 과일을 먹으며 환담을 나누었다. 이번 일의 추진위원장 연희씨가 내년에는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묻기에 내가 이렇게!” 하니까 다들 맞다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렇게만 하면 좋겠다고 맞장구를 친다.

  이번에는 남해도가 고향인 연옥씨가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했는데 내년에도 연옥씨가 계속 해달라고 하니 일어나서 고맙다고 몸을 꼬며 애교를 부린다. 고맙기는 오히려 우리가 고마운데 이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맡아주니 너무 좋다. 오랜 만에 만난 분들도 많아 밤늦도록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각자 방으로 돌아와 꿈나라로 들어갔다.

 

  다음 날 아침 창문이 뿌옇게 밝아오기에 내다보니 누군가 벌써 바닷가에 나와 사진을 찍고 있다. 나도 얼른 옷을 입고 바닷가로 나와 여명이 밝아오는 바다를 찍으며 해변가를 걸었다.

  걸어가면서 보니 물에서 꽁치인지 뭔지 하여튼 물고기가 튀어 오른다. 엊저녁에도 물고기가 뛰더니 어제는 저녁 식사하고 오늘은 아침식사를 하나보다. 펄떡 펄떡 뛰어오르는 물고기를 보니 바다가 살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바닷가는 온통 펜션 투성이다. 방파제가 있는 곳까지 가니 작은 바위섬이 방파제 옆으로 이어져 있다. 바위만 보면 가슴이 뛰는 나는 또 기어 올라갔다. 올라가 보니 바닷가 갯바위에서 남녀가 낚싯줄을 던지고 있다.

  이 바위 저 바위로 왔다 갔다 하며 사진을 찍는데 바위틈에 쑥부쟁이 비슷한 꽃들이 탐스럽게 피어있다. 꽃은 쑥부쟁이 같은데 잎은 둥글둥글 한 것이 처음 보는 꽃이다. 야생화 박사들에게 물어보려고 한 송이 떼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나중에 상윤씨에게 물어보니 해국이라 한다.

 

 

  혼자서 한참 놀고 있는데 미숙씨가 바위로 올라온다. 서로 얼굴을 보자마자 한바탕 웃어댔다. 지난봄에 발틱여행 갔을 때 룸메이트를 하며 아침마다 둘이서 밖으로 쏘다니던 생각이 나서다. 개 버릇은 남 못준다고 하더니 그 버릇이 또 나온 거다.

 

 

  아침 식사 시간이 되어 펜션으로 돌아오는데 바닷가에서 영순씨와 연옥씨가 해초를 뜯고 있다. 연옥씨는 어디 갖다 놔도 살아남을 것이다. 산에서나 들에서나 바다에서나 기막히게 먹을 것을 잘 찾는다. 미숙씨는 자기도 뜯겠다고 날진통을 들고 뛰어간다.

  방에 오니 다들 전복죽을 먹느라고 부산하다. 홍합 국물과 시금치나물도 시원하고 슴슴하니 입에 착 착 붙는다. 바닥까지 박박 긁어 먹어치우고 금산으로 향했다.

  A팀은 상주 해수욕장 쪽에서부터 걸어 올라가고, B팀은 보리암 주차장까지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가서 등산을 하고, C팀은 보리암만 보기로 하였다. A팀은 미리 버스에서 내려 산으로 향하고 B팀과 C팀은 반대쪽 셔틀버스 타는 곳으로 갔다.

  A팀이 산행을 시작한 후 몇 명이나 되나 알아보려고 앞에서부터 번호를 불렀다. 하나 둘 셋하며 세다보니 끝의 사람이 열여덟한다. 이 소리를 듣더니 양숙씨가 에이 시팔한다. 이게 뭔 소린가 하고 돌아보니 A팀이 열여덟 명이니 A18 이란다. 다들 배꼽 잡고 웃었다.

  이렇게 농담 따먹기를 하며 산을 오르니 남쪽이라 그런지 날이 엄청 따뜻하고 단풍도 많이 보인다. 전옥순님은 다 벗어부치고 민소매 차림으로 땀 흘리며 오르고 있다. 쌍홍문 앞에 이르니 남해바다가 발아래 펼쳐진다. 쌍홍문(雙虹門)은 두 개의 무지개 같다고 하여 신라의 원효대사가 붙인 이름이다.

 

 

  쌍홍문을 지나 더 오르니 일월봉이 나타난다. 일월봉은 두 개의 바위가 겹쳐져 가까이서 보면 자로 보이고 멀리서 보면 자로 보인다고 하여 일월봉이다.

  불법을 지키는 신인 제석천이 내려와 놀다 갔다는 제석봉을 지나니 좌선대다. 좌선대(坐禪臺)는 원효대사 의상대사 윤필거사가 앉아서 선을 하였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좌선대를 지나니 상사암이다. 여기에는 아름다운 전설이 있다. 조선 숙종 때의 일이다. 여수 돌산도 출신의 총각이 남해도로 이사 와서 살았다. 그는 이웃에 사는 아름다운 과부에게 반하여 상사병에 걸렸다. 이를 불쌍히 여긴 과부가 이 병을 고쳐주려고 마음먹었다. 이 두 남녀는 세상의 눈을 피해 어두운 밤 산길을 올라 천 길 낭떠러지 위에서 사랑을 나누었다. 그 뒤로 이 바위를 상사암이라 부르게 되었다.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 데 산 사람 소원 못 들어주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죽음을 무릅써야 하는 그 시대 상황으로 보면 과부의 행동은 죽음을 각오한 행동이다. 아마 다음 세상에서는 둘이 부부로 만났을 지도 모른다. 주위를 둘러봐도 상사병 든 총각이 없는지라 우리는 애꿎은 사진만 찍고 내려왔다.

 

 

  금산 정상에는 망대가 있다. 남해 바다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망대에는 우리나라 최남단 봉수대가 있다.

 

 

  망대에서 내려와 보리암으로 오니 사람들이 많아 시장바닥 같다. 보리암 아래의 해수관음상은 오늘도 눈을 지그시 감고 바다를 내려다보며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다.

주차장으로 내려와 셔틀버스를 타고 아래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옆에 앉은 사람이 아까 그게 무슨 문이었더라. ~ 무엇이었는데.” 한다. 내가

쌍홍문이요. 쌍 항문이 아니고 쌍 홍문.” 하니까 순정씨가 듣고 맞아 항문이 두 개면 안 되지.” 한다. 순정씨는 머리가 팍팍 돌아가는 게 농담도 잘 한다.

금산을 내려와 갈치조림과 멸치회무침으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갈치조림은 많이 먹어봤지만 멸치회무침은 처음이다. 새콤달콤하니 입에서 살살 녹는다. 멸치회가 이렇게 맛있는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식사 후 삼천포에 있는 백천사에 들렀다. 백천사에는 우보살이 있다. 소 보살이다. 소가 혓바닥으로 목탁소리를 내서 보살이라 부른다. 우보살은 세 명인데 다들 서로 경쟁하듯 목탁소리를 낸다. 가만히 있다가도 사람이 나타나면 열심히 목탁소리를 내는 게 볼수록 신기하다. 우보살 앞에는 수태중이니 조심해달라는 글을 써 놓았다. 소도 놀라면 애 떨어지나 보다.

 

  이렇게 실컷 보고 실컷 먹고 실컷 웃고 실컷 놀다가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 오르니 연희씨가 그 동안 잘 협조해주어서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이번에 보니 연희씨가 보통 인물이 아니다. 임경희님은 10년이 지나도록 인재를 몰라봐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하고 영순씨는 출마하라고 한다. 아무튼 이번 여행을 위해 집행부에서 몇 달 동안 계획 세우고 예약하고 시장보고 고생을 많이 했다. 이들 덕택에 나 같은 인간은 공짜로 잘 먹고 잘 놀았다.

버스에 오르니 배부른 아기 모양 다들 스르르 잠이 든다. 몸과 마음이 모두 흡족하기 때문이다. 내년 11월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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