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3. 10. 14. 나는 소다.

아~ 네모네! 2013. 10. 28. 14:26

나는 소다.

 

아 네모네 이현숙

 

  엄마에게 왜 매를 맞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달아나지 않고 끝까지 맞은 기억만 난다. 엄마는 눈에 시퍼런 불을 켜며 마구 나를 때렸다. 뭔가 엄마에게 대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세 살 위인 언니는 엄마가 매를 들면 때리기도 전에 잘못했다고 싹싹 빌며 죽는 시늉을 한다. 한 대 때리면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삼십육계 줄행랑을 놓는다.

  부모가 때릴 때는 도망가는 자식이 효자라는데 나는 엄청난 불효자다. 죽일 테면 죽여라 하고 꼼짝 않고 앉아 맞으니 결국에는 엄마가 눈물을 흘린다. ‘이런 쇠 심줄때기보다 질긴 년.’ 하며 한숨을 쉰다. 얼마나 속상했으면 때리다 말고 울었을까?

  나는 내가 생각해도 너무 미련하고 답답하다. 적당히 타협하며 너 좋고 나 좋게 살아가면 좋으련만. 그저 소처럼 뒤로 물러설 줄 모르고 대가리를 들이민다. 한 번 시작하면 그저 마냥 한 없이 간다. 꾀를 피울 줄도 모르고 융통성이라곤 털끝만큼도 없다.

  내가 소띠라서 그런가? 어려서부터 소띠라고 하니까 소의 속성을 나도 모르게 흉내 내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그저 소는 근면 성실하고 착한 동물이니까 나도 그래야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서양에는 12지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무슨 띠라는 것도 없다. 동양에서는 생년, , , 시를 사주라고 하여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제왕절개 수술을 할 때도 좋은 날 좋은 시를 받아서 수술한다. 생년은 초년운, 월은 청년운, 일은 중년운, 시는 노년운이라한다. 그래서 무엇보다 시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끝이 좋아야한다는 뜻이다.

  친정엄마는 내가 4월 소띠라 엉덩이 땅에 붙일 틈 없이 돌아다녀야한다고 했다. 4월 달에 소가 얼마나 바쁘냐말이다. 그래도 밤에 태어났으니 노년에는 좀 편안하게 지내려나?

이제 내년이면 나라에서 노인이라고 경로증도 나올 테니 명실 공히 노년기로 들어간다. 밤의 소처럼 배불리 먹고 편안히 잠자는 운명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