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3. 9. 27. 떡이 나오나 밥이 나오나?

아~ 네모네! 2013. 10. 28. 14:21

떡이 나오나 밥이 나오나

 

아 네모네 이현숙

 

  피아노 건반 위의 두 손이 춤을 춘다. 칼 날 위에서 마구 뛰는 신들린 무당 같다. 저 많은 악보를 어떻게 외워서 정확히 한 건반을 찾아 누르는 것일까? 도대체 인간의 능력은 어디까지일까?

  수원 시립 교향악단과 협연하는 이진상의 피아노 연주는 가히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 맺고 끊는 절제된 아름다움이 넘친다. 여자 피아니스트들과는 전혀 다른 힘이 느껴진다. 본 연주곡은 차이콥스키 콘서트 판타지 G장조다.

  음악에는 일자무식이라 뭔 소린지는 모르겠으나 진한 감동이 전달되어온다. 차이콥스키 머리는 도대체 어떻게 생겼길래 저런 아름다운 악상이 떠오르는 것일까? 그는 자기의 감정을 악보에 그려 표시했고, 연주자는 악보에 있는 음표와 쉼표를 보고 그것을 재연한다. 관객은 연주라라는 다리를 통해 차이콥스키와 만난다.

  작곡자의 감정은 연주자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되고 관객은 작곡자의 감정에 전염되어 웃고 울고 가슴 저린 감동에 젖는다. 도대체 소리라는 것은 무엇이기에 악기의 진동이 공기를 울리고 공기의 진동이 우리 고막을 울린다. 고막의 진동은 신경을 통해 우리 뇌 속으로 전달된다. 뇌의 어떤 부분을 자극하기에 우리는 소리에 따라 공포와 기쁨과 비애와 희열을 느끼는 것일까?

  다른 동물들도 음악을 들으면 이런 감정 변화를 느낄까? 내 옆 좌석에 고릴라나 개코 원숭이가 앉아 있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도대체 인간들은 왜 저렇게 쓸데없는 짓을 할까? 저렇게 수 십 명이 100만 볼트에 전기에 감전된 듯 난리를 치는데 저런다고 떡이 나오나 밥이 나오나? 하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 어쩌면 다른 동물들도 우리 인간과 똑같이 음악 소리에서 기쁨과 슬픔을 느낄지도 모른다. 실크로드 여행할 때 낙타 앞에서 연주하는 주인의 모습을 그린 그림을 보았다. 낙타의 새끼가 죽어서 낙타는 눈물을 흘리고 있고 주인이 어미 낙타를 위로하기 위해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인간처럼 악기를 만들어 연주하는 동물은 없는 것 같다. 새들도 그저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할 뿐이다. 인간은 도대체 어떤 존재이기에 자신의 감정을 죽은 후에도 이토록 많은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서 영원히 존재하는 것일까?

  차이콥스키는 자신의 음악을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앞에 나타나 자신의 감정을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수백 명이 넘는 관객들은 차이콥스키의 감정에 매료되어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쥐 죽은 듯이 앉아서 넋을 잃고 음악에 빠져있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전혀 모르고 이해하지 못하는 나는 1미터짜리 자로 바다의 깊이를 재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음파라는 자로 바다의 깊이를 재는 사람은 1만 미터가 넘은 깊은 바다 속을 느끼고 이해할 텐데 나는 단지 바다는 1미터 보다 깊다고만 생각한다.

  다만 차이콥스키의 영혼의 소리를 막연히 느끼며 내 영혼이 샤워를 하는 느낌이다. 내 안에 있던 온갖 찌꺼기와 쓰레기들이 다 씻겨나간 듯 홀가분하다. 막 샤워를 끝내고 알몸으로 나오는 상쾌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