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3. 8. 23. 홀딱 벗고 시집 간다고?

아~ 네모네! 2013. 10. 28. 13:51

홀딱 벗고 시집간다고?

 

아 네모네 이현숙

 

홀딱 벗고 새 우네.”

저 새는 맨날 홀딱 벗고 울면서 여태 시집을 못 갔나?”

반 만 벗어야하는데 홀딱 벗으니까 시집을 못 갔지.”

  등산객들이 저를 보고 죄다 한 마디씩 하네요. 사실 저는 억울하다고요. 제가 벗기는 왜 벗어요. 저는 여름이나 겨울이나 모피 코트를 입고 산다구요.

  시집가기 위해 우는 것은 맞지요. 하지만 홀딱 벗고 시집가지는 않아요. 아니 벗기는커녕 첫날밤도 모피 코트를 입고 치른다니까요. 저는 정말 동서고금에 둘도 없는 요조숙녀라구요.

  하지만 저에게는 서글픈 전설이 있답니다.

옛날 수행정진을 하는 한 스님이 혜성처럼 나타난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되었대요. 첫 눈에 마음을 빼앗긴 스님은 번뇌를 떨쳐 버리려고 사랑도 홀딱 벗고, 번뇌도 홀딱 벗고…」이렇게 열심히 주문을 외웠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랑에 빠진 마음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대요. 결국 스님은 사랑의 미련만 간직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이 스님은 새로 환생하여 후배 스님들에게 더 열심히 공부하고 정진해서 이번 생에서는 반드시 해탈하라고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른다고 하네요. 그 새가 바로 저라는 거예요.

  스님이었던 저의 전생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저는 나름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답니다. 단지 남의 집에 알을 낳아 키우는 얌체족인 것은 사실이죠. 지금 고백하지만 저도 다른 뻐꾸기처럼 남의 집이 빈 사이에 얼른 들어가 알을 낳고 도망친답니다. 그것은 제가 재주가 없어서 집을 지을 줄 모르거든요.

다른 뻐꾸기들은 뻐꾹 뻐꾹 이렇게 두 음절로 노래하는데 저는 네 음절로 두 번씩 노래해요. 그게 언뜻 들으면 홀딱 벗고 시집간다.’로 들리나봐요. 사실 저는 그게 아니거든요. 인간들의 속셈이 음흉해서 그렇게 들리는 것 같아요. 아무리 그게 아니라고 소리친 들 인간들이 애타는 내 마음을 어떻게 알겠어요?

  저에게도 점잖은 본명이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제 이름은 뻐꾸기 중에서도 가장 고상한 검은등뻐꾸기랍니다. 앞으로는 제발 저의 본명으로 불러주세요.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