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3. 10. 20. 지젤이 기절했자냐~

아~ 네모네! 2013. 10. 21. 16:14

지젤이 기절했자냐~

 

아 네모네 이현숙

 

  동생들과 국립극장에서 하는 발레 지젤을 보러 갔다. 시골 아가씨 지젤은 로이스라는 시골 청년으로 가장한 귀족 알브레히트와 깊은 사랑에 빠진다. 지젤을 사랑하던 힐라리옹은 로이스의 신분을 폭로하고 사랑을 고백하지만 지젤의 마음은 이미 알브레히트에게 빼앗긴 후다. 때마침 사냥하러 온 공주 바틸드가 알브레히트의 약혼녀임을 안 지젤은 미쳐 춤추다가 기절하여 목숨을 잃는다.

  2막은 음침한 공동묘지에 지젤의 무덤이 보인다. 힐라리옹과 알브레히트는 꽃을 들고 지젤의 무덤에 찾아와 비탄에 잠긴다.

  지젤은 깊은 밤 무덤에서 나와 숲을 찾아오는 젊은이를 숨이 끊길 때까지 춤을 추게 하는 요정이 된다. 지젤의 무덤을 찾아온 알브레히트는 요정들의 포로가 되고 지젤은 아직도 사랑하는 그를 지켜주려고 온갖 노력을 다한다.

  새벽의 종소리가 울려 요정들은 물러가고 알브레히트는 구원을 받는다. 지젤은 자신의 안식처인 무덤으로 다시 들어간다.

  예나 지금이나 사랑을 빼면 도무지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사랑이라는 묘약을 마시게 되면 절대 여기서 헤어나지 못한다. 헤어나는 길은 오직 하나 죽음뿐이다. 발레는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무수한 이야기를 쏟아 놓는다. 몸짓과 손짓과 표정만으로 어떻게 그토록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경이롭다. 사실 입으로 하는 언어보다 훨씬 강력한 힘과 호소력을 가졌다.

  발레는 언제 봐도 환상적이다. 인간의 몸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가 있는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아무리 공작새가 화려하고, 백합화가 아름답다고 해도 인체에 비길 수 없다. 과연 인간은 하나님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의 걸작품이다. 모든 동식물을 만든 후 최후에 만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앞 의자에는 남녀 한 쌍이 앉아있다. 연인인 듯하다. 남자는 여자의 어깨에 기대고 잠을 자는지 머리가 안 보인다. 발레를 보러 온 것인지 연인 어깨에서 잠을 자러 온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키 큰 남자가 머리를 옆으로 누이니 무대가 잘 보여서 좋기는 좋다. 앞 줄 까지는 R석이라던데 돈이 아깝지도 않은가보다. 하긴 애인 품에 안겨 있으니 발레보다 더 좋을 것이다.

  1막이 끝나고 휴식시간이 지난 후 2막이 시작 되는데 남자의 머리칼이 뻗쳐서 무대가 잘 안 보인다. 1막에서는 남자가 왼쪽에 앉았는데 2막에서는 오른쪽에 앉아서 무대 정면을 가린다. 조금 불편하다 싶은 순간 남자의 머리가 또 옆으로 넘어간다. 오른쪽으로만 기대니까 목이 아팠나보다. 2막에서는 자리를 바꿔 왼쪽으로 기대고 잔다. 아무튼 또 자니까 나도 좋고 너도 좋다.

  지젤이 너무 사랑에 빠진 나머지 애인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것을 안 순간 기절하여 죽음에 이르렀듯이 이들은 기절이나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