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3. 7. 5. 글쓰기란 내게 무엇일까?

아~ 네모네! 2013. 8. 3. 17:07

글쓰기란 내게 무엇일까

 

아 네모네 이현숙

 

  수필교실에 다닌 지도 10년째다. 서당 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나는 10년이 되어도 아무 것도 읊지 못하니 개만도 못한 인생을 살고 있나보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심혈을 기울여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는 심정으로 한 편의 글을 완성한다. 그래서 우리는 작가의 글에서 슬픔과 아름다움과 공감을 느낀다. 동서고금을 초월하여 글 속에서 한 인간을 만난다. 작가를 통해 위로 받고 함께 슬퍼한다.

  나는 어떠한가? 나에게 글쓰기는 한 마디로 배설이다. 똥마려운 강아지 돌아치듯 돌아치다가 내면에 무엇인가 가득 차면 그냥 앞 뒤 가리지 않고 쏟아낸다.

  나중에 보면 한 마디로 가관이다. 온갖 욕설과 폭언이 난무한다. 누가 볼까봐 겁난다. 예전에 공책에다 썼을 때는 수시로 내다 버렸다. 글을 쓴 후 최소 열 번은 고쳐야한다는데 내 글은 고치고 자시고 할 것이 없다.

  그래도 이렇게 글로 쏟아 놓으면 속이 후련하다. 정신적인 치유가 되는 듯하다. 나도 남들처럼 삭이고 삭여 감칠맛 나는 효소를 만들 듯 오묘한 맛을 낼 수는 없을까? 열 번 백 번 다듬고 다듬어서 수정같이 맑고 깨끗한 한 송이 꽃을 피울 수는 없을까?

  글쓰기는 나의 영원한 친구다. 등산을 더 좋아하기는 하지만 연인 같은 산이 언제 날 싫다고 밀어낼지 항상 조마조마하다. 산은 항상 내 마음을 설레게 하고 희열을 맛보게 해준다. 글은 나를 차분히 가라앉혀주고 말없이 다독여준다. 산처럼 성격이 까칠하지도 않고 나를 위협하지도 않는다. 목숨 걸고 하지 않아도 된다. 한 마디로 산은 나를 미치게 만들고 글은 나를 평온하게 위로해준다.

  나에게는 연인도 필요하고 친구도 필요하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지만 최후의 순간까지 이 둘이 나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